컨텐츠 바로가기

06.25 (화)

이슈 윤석열 검찰총장

여권보다 더 센 윤석열 개혁···법조계 "조국 수사 놔두라는 것"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등 3곳만 유지

파견검사 복귀 형사·공판부 배치

법조계 “검찰개혁 하겠으니

조국수사 간섭말라는 메시지”

청와대 “개혁 방안 긍정적 평가”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 개혁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지시한 지 하루 만에 검찰이 자체 개혁 방안을 내놨다. 검찰의 대표적 병폐로 지목돼 온 특수부를 대폭 축소하고 외부기관에 파견된 검사 전원을 불러들이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법조계에선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를 ‘개혁 vs 반개혁’의 구도로 몰아가려는 여권 공세에 대해 검찰이 선제적으로 나서 이를 차단하려 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일 대검찰청은 “검찰권 행사의 방식, 수사 관행, 조직문화 등에 관해 국민과 검찰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토대로 인권 보장을 최우선으로 하는 검찰 개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전날 윤 총장에게 “검찰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권력기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제시하라”고 직접 지시를 내린 지 하루 만에 나온 반응이다.

검찰은 크게 세 가지의 자체 개혁 방안을 즉각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대검은 ▶서울중앙지검 등 3개 검찰청을 제외한 일선 검찰청 특수부 모두 폐지 ▶외부기관 파견 검사를 전원 복귀시켜 형사·공판부에 배치 ▶전용차량 이용 중단 등 검사장급 인사의 차관급 예우 폐지를 즉각 시행하거나 상급기관인 법무부와 조율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법조계에선 청와대와 법무부가 검찰 개혁의 주요 포인트로 삼는 부분에 대해 검찰이 선제 조치를 취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검찰의 특수부 축소 계획은 여권이 주장하는 것보다 범위가 넓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원장 양정철)이 전날 공개한 검찰 개혁 관련 보고서엔 검찰이 전국 6개 검찰청(서울중앙·대전·대구·부산·광주·수원 지검)에만 특수부를 남기고 나머지 지검·지청에서는 아예 직접수사 기능을 없애라는 내용이 담겼다. 검찰은 이보다 나아가 3개 검찰청에만 특수부를 남기겠다고 발표했다.

검찰 발표에 대해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검찰이 발표한 방안은 필요한 일이라 생각하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국민이 바라는 검찰 개혁의 시작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대검의 요청사항을 적극 반영하고 검찰과 협의해 국민이 원하는 바람직한 검찰 개혁 추진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문을 냈다.

“조국 수사팀 맥빠질 수도” “검찰 밑질 것 없다” 해석 분분

이날 검찰이 내세운 검찰 개혁 방안을 두고 검찰 안팎에선 해석이 분분하다. 우선 ‘검찰이 꼬리를 내렸다’는 시각이 있다. 수도권 지역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 자체 개혁안을 보면 형사·공판부 강화와 특수부 축소 등의 내용이 청와대 및 법무부의 주장과 거의 동일하다”며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압박이 결국 통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서울지역의 한 부장검사는 “조 장관 부인의 검찰 소환 방식이 오늘 갑자기 비공개 방침으로 바뀌어 의아했다”며 “앞만 보고 달린 수사팀 입장에선 맥이 빠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이 밑질 게 없다는 반응도 있다. 서울지역에 근무하는 또다른 부장검사는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안엔 특정 분야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를 허용할 수 있게 돼 있다”며 “정부 주장대로 특수부의 이름만 없앤다고 검찰의 직접수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따르면 부패범죄·경제범죄·공직자범죄·선거범죄·방위사업비리 등에 관해선 검찰의 ‘직접수사’가 허용된다. 이 부장검사는 “정부가 진정으로 검찰의 직접수사를 줄이려고 한다면 당초 정부가 합의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부실한 점이 있다는 점을 먼저 고백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선 조 장관 관련 수사를 ‘개혁 vs 반개혁’의 구도로 몰아가려는 여권 공세를 검찰이 사전 차단하려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특수부 축소 등 자체 개혁 방침은 이미 문무일 전 총장 때부터 검찰이 추진해 왔던 내용”이라며 “정치권의 주장대로 검찰개혁 할 테니 조 장관 관련 수사에 간섭하지 말란 메시지를 던진 것”이란 해석을 내놨다.

김기정·김수민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