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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아이치트리엔날레 소녀상 전시, 이르면 6일부터 재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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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실행위와 합의

이르면 6일 늦어도 8일 재개하기로

일본 우익, 정부 전방위 압력 뚫고

실행위원 “시민사회 움직여…큰 승리”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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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사흘 만에 전격 중단됐던 ‘평화의 소녀상’(이하 소녀상) 전시가 이르면 6일부터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최대 국제예술제인 아이치트리엔날레(트리엔날레)를 주최하는 아이치현과, 소녀상이 포함된 기획전시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실행위원들이 이르면 6일, 늦어도 8일부터 전시를 재개하는 방향으로 30일 합의했다. 구체적인 전시 재개 일정과 내용에 대해서는 양쪽이 계속 논의할 예정이다. 트리엔날레가 14일 폐막되기 때문에 소녀상 재전시 기간은 일주일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무라 히데아키 아이치현 지사와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기획전 실행위원들은 이날 △전시 중지 이전과 전시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필요에 따라 작품 해설을 하는 교육 프로그램 실시하기 △안전 유지를 위해 사전예약 받기 등을 조건으로 전시 재개에 합의했다. 앞서 지난 13일 기획전 실행위원들은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3m짜리 벽을 철거하고 전시 재개 명령을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나고야지방재판소에 냈는데, 이날 나고야지방재판소에서 양쪽이 이런 내용으로 화해에 이르렀다.

오카모토 유카 기획전 실행위원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큰 승리”라고 평가했다. 오카모토 위원은 “전시의 일관성 유지에 합의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전시 내용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얘기”라며 “전시 중지에 항의해 해외 작가들이 자신들의 작품 전시를 보이콧하고 시민사회가 크게 움직여줘서 가능한 성과였다”고 말했다.

출품된 소녀상은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을 만든 조각가 김운성, 김서경 부부가 똑같은 형태로 만든 소녀상이다. 김운성 작가는 이날 <한겨레>에 “아직 ‘표현의 부자유전’ 실행위한테서 공식 통보를 못 받았다”면서도 “폐막을 앞두고 단 며칠이라도 소녀상이 관객을 만날 수 있다면 분명히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소녀상 전시는 일본 내에서 대표적인 금기 가운데 하나에 속한다. 그런데도 이번 기획전 전시는 소녀상이 일본 공공미술관에서 완전한 형태로 처음 전시된 사례라 일본 내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 8월1일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기획전에 소녀상이 전시되자 일본 우익들은 ‘덴토쓰’(전화 돌격)라고 불리는 전화 항의를 비롯해 조직적으로 팩스 및 이메일로 항의 활동을 벌였다. 단순 항의를 넘어 “휘발유 통을 들고 전시장에 가겠다”는 협박까지도 상당수 있었다고 한다.

지방정부 및 중앙정부에서도 우익 활동을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았다. 가와무라 다카시 나고야시 시장은 소녀상 전시가 “일본인의 마음을 짓밟는 것”이라며 공공기관장으로서 우익의 행동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전시 중지 하루 전인 8월2일 기획전 내용에 상세 기재가 없었다며 트리엔날레에 대한 정부 보조금 지급 거부를 시사했다. 실제 일본 문화청은 지난 26일 정부 보조금 7800만엔 지급 거부를 최종 결정했다.

정부와 우익의 전방위 압박을 받은 아이치현은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를 내세워 전시 사흘 만인 8월3일 전시를 중단했다. 전시 작품 앞에 높이 3m짜리 벽을 설치해 관람을 막았다. 이후 트리엔날레에 작품을 출품했던 한국을 포함한 외국 작가들이 전시 보이콧을 선언했다. 전지 중지 이후 일본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벌어졌고, 아이치현은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전시 과정 검증을 위해 외부 인사로 구성된 검증위원회를 설치했다. 검증위는 지난 25일 전시 중지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부당한 제한이 아니다”라면서도 “조건을 갖추는 대로 신속하게 재개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노형석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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