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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은행권 DLS·DLF 사태

은행의 탐욕일까, 무리한 투자일까… DLF 논란 2라운드, 판매 때 위험 안 알렸다면 최대 70% 배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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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을 강타한 금리연계 파생결합증권(DLS)·펀드(DLF)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원금 전액손실’을 목전에 둔 투자자들의 격앙된 목소리도 점점 높아지고 있고, 해당 상품을 판매한 은행 또한 ‘방어 태세’를 갖추면서 DLF 논란의 ‘2라운드’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DLF를 판매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대해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금감원은 금리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금융사들이 고위험 상품을 전략적으로 팔았는지,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100% 손실 가능성을 인지할 수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파고 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금감원의 검사가 시작되는 시점에 “이번 사태가 금융사가 수익 창출을 위해 고객에게 위험을 전가해 발생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다. 고객 신뢰를 흔드는 것이며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9월까지 이들 은행에 대한 검사를 마치고 불완전판매 사례 등을 파악한 뒤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열어 잘잘못을 따진다는 방침이다. 분조위 개최시기는 아직 미정이다.

DLF 논란은 향후 은행의 금융상품 판매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제도개선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새로 취임한 은성수 금융위원장 역시 취임사에서 “DLS 등 파생금융상품과 관련해서는 제도를 꼼꼼히 살펴보고 소비자 보호에 미흡한 점이 있다면 판매규제 강화 등 필요한 제도 개선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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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해외 투자은행들이 판매해온 상품

DLS는 금리·원유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금융상품으로, 은행에서 DLS에 투자하는 사모펀드 형태로 판매된 게 DLF다. DLS 등 파생결합상품은 주로 해외 투자은행들이 판매해온 상품이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들이 상품을 설계하기 시작하면서 2016~2017년 국내 시장에서도 관심을 얻게 됐다. 특히 2018년을 전후로 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었고, 장기간 손실을 입은 적이 없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시중은행에서 판매가 시작된 것이다.

저금리 기조가 굳어진 상황에서 높은 예금금리를 제공하지 못하는 시중은행으로서는 DLF가 반가운 상품이었다. 예금금리보다 약간 높은 금리를 제공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었던 탓이다. 하지만 ‘설마’ 했던 일들이 현실로 일어났고, 투자자들은 대규모 원금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8월 7일 기준 DLS·DLF 총 판매 잔액은 8224억원으로 우리은행(4012억원), 하나은행(3876억원) 두 은행에서 금액 기준으로 전체 중 96%를 판매했다. 국민은행 252억원, 유안타증권 50억원, 미래에셋대우 13억원, NH투자증권 11억원이다. 이 가운데 국민은행이 판매한 상품은 금리가 하락하면 수익이 나는 역방향형 상품이다. 개인투자자 3654명이 7326억원을, 법인 188곳이 898억원을 투자했다. 개인투자자 1명당 2억원이 조금 넘는 금액을 투자한 셈이다.

총 판매 잔액 가운데 영국 CMS(파운드화 이자율스왑) 7년물 및 미국 CMS(달러화 이자율스왑) 5년물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연동하는 상품이 6958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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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파운드화 이자율 스왑(CMS) 7년물 또는 미국 달러화 이자율 스왑(CMS) 5년물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도 있다. 이 상품 중 하나는 두 기초자산이 기준 가격(75%·85%·95%) 이상이면 조기 상환돼 연 3.5% 수익을 얻는다. 혹은 만기 때 기초자산이 기준 가격의 55% 이상이면 연 3.5%를 얻는다. 다만 두 기초자산 중 하나라도 0%로 하락하면 원금 전액 손실을 보는 구조다. 독일 10년물 국채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1266억원은 이미 전체가 손실구간에 진입했다. 이 상품은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가 -0.25%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연 4% 수익을 얻지만 그 미만으로 떨어지면 금리 차이의 250배만큼 손실을 입는다. 금리가 -0.65%까지 떨어지면 원금 전액을 잃는 셈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금융감독원은 이 상품을 설계한 증권사, 판매한 은행, 상품 운용사 등을 대상으로 합동 검사에 들어간 상태다. 검사는 일반은행검사국, 금융투자검사국, 자산운용검사국이 합동으로 진행 중이다.

민원을 제기하는 투자자들은 대부분 은행들이 상품의 위험성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금감원 역시 금융회사들이 이 상품을 판매할 때 불완전판매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에 금감원에는 불완전판매를 주장하는 분쟁조정 신청이 접수돼 있는 상태인데, 금감원은 불완전판매가 확인될 시 법률 검토와 판례 및 분쟁조정 사례 등을 참고해 신속한 조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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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 가운데 고령자가 많아

금감원은 특히 은행이 상품을 개발·판매하는 과정에서 내부통제가 잘 작동했는지, 불완전판매가 없었는지를 살펴보고, 공모펀드와 사모펀드 구분이 명확했는지 등에 대해서도 점검하고 있다.

금융사는 금융투자협회 표준투자권유준칙에 따라 투자자의 투자 경험과 재산 등을 고려해 투자자성향을 분석하고 그에 맞는 상품을 권해야 한다. 투자자는 투자 성향에 따라 안정형, 안정추구형, 위험중립형, 적극투자형, 공격투자형 등 5개 등급으로 나뉜다. 준칙은 DLF와 같은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은 ‘공격투자형’ 투자자에게만 권유하도록 하고 있다.

투자자들 가운데 고령자가 많고, 은행 또한 해외 주요금리의 방향을 미리 예측하고 있었다는 측면에서 은행의 책임이 크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만 70세 이상 고령자가 보유한 DLF 잔액이 1761억원으로 전체 가입액의 23%를 넘었다. 전체 가입자 중에서 만 70세 이상은 655명으로 가입자 5명 중 1명은 고령자였다. 이 가운데 만 90세 이상의 초고령 가입자가 13명으로 이 중 11명은 하나은행에서 이 상품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 가운데 만 70세 이상 고령자가 상당수인 만큼 소비자가 상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투자를 결정했는지 의문스럽다는 게 김 의원의 설명이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각사의 금융연구소에서 금리 하락을 예측하고도 파생상품을 판매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김정훈 자유한국당 의원은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해외 금리 연계형 DLF 상품을 대량으로 팔기 전 이미 금리 하락에 대해 예측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연구소가 지난해 말 ‘하나금융포커스(제8권 26호)’에서 “미국 국채를 중심으로 금리 급락”을 예상했음에도 하나은행은 올 1~5월 관련 상품을 328건 판매했다는 것이다.

우리금융연구소 또한 올해 3월 말 ‘미국 통화정책 기조 변화의 의미와 영향’ 보고서에서 “미국 금리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글로벌 금리도 동반 하락할 전망”이라고 예상했지만, 우리은행은 4~6월 독일 및 미국 금리 연계형 DLF 상품 49개를 출시해 1075건을 판매했다. 금리가 하락할 수 있다는 예측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상품을 계속 판매했다는 면에서 은행의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해당 상품을 만기에 환매하고 다시 가입한 투자자들을 모두 불완전판매 피해자로 볼 것인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파생상품 투자경험이 있는지도 불완전판매를 따질 때 중요한 기준으로 꼽히는데, 하나은행 DLF 상품에 투자한 1500여 명 가운데 65%에 달하는 980여 명이 해당 상품 재가입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우리은행 DLF 고객 중 84%가, 하나은행 DLF 고객 82%가 유사한 상품에 투자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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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 신임 금융위원장이 DLS 등 파생금융상품의 판매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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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록의 존재 또한 변수다. 은행들은 투자자들에 상품을 판매할 때 상품의 위험도를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고, 고령자에 대해서는 투자자 동의 여부를 녹취한 기록도 대부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들은 “은행이 고지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투자자들 주장에 반박할 근거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금감원은 검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모든 상황을 종합한 뒤 분조위를 열어 불완전판매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분쟁 조정으로 들어가려면 해당 시점에 투자 손실이 확정돼야 하기 때문에 일부 투자자는 분쟁조정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아직 만기가 남은 DLF 상품을 이미 중도환매하기도 했다.

금융회사가 투자자들에게 얼마나 배상을 하게 될지는 분조위의 결정에 달려있다. 심각한 불완전판매가 입증되면 이 상품을 판매한 은행이 최대 70% 배상책임을 졌던 사례도 있지만, 투자자들의 투자 경험과 투자 기간 등을 고려해 배상책임 비율이 낮아진 사례도 있다.

금감원은 분쟁조정 과정에서 금융상품 판매의 적정성, 적합성, 부당권유 등 세 부분을 집중적으로 검토한다. 적정성은 고객 연령과 수입원, 금융지식과 투자목적 등에 대한 부분이고, 적합성은 적정성을 바탕으로 산출된 고객 수준과 어울리는 상품을 추천했는지에 대한 기준이다. 부당권유는 이율이나 수익을 보장하는 등 판매 과정에서 고객 유치를 위해 부당한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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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DLS 사기 판매 혐의로 우리은행을 고발하는 고발장을 접수하기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금융사 잘못 명백하면 70%까지 배상 가능

금감원은 이 세 부분에서 금융사 잘못이 명백하면 60%까지 배상책임을 부과하고 있다. 다만 2013년 동양그룹 기업어음(CP) 불완전판매 등 사례에서는 금융투자 경험이 전무한 고령자에게 위험 상품을 판매한 경우 이에 10%를 가중해 70%까지 배상책임을 부과하기도 했다.

다만 자본시장법은 사모펀드에 1억원 이상 투자한 사람은 ‘적격투자자’로 보고 있다는 점이 변수 중 하나다. 법은 ‘일반투자자’에게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적정성의 원칙, 적합성의 원칙, 설명의 의무 등 3가지 원칙을 지키도록 했지만, ‘적격투자자’에게는 설명의 의무만 다 하면 된다. 투자자의 연령·수입원·금융지식·투자목적 등을 파악해야 하는 적정성의 원칙과 고객 투자성향 분석을 하는 적합성 원칙은 DLF에서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다만 은행은 적격투자자라고 해도 본인이 원하면 일반투자자로 전환할 수 있다는 사실을 투자자들에게 고지를 해야만 한다. 또 은행은 투자자 성향 분석을 해야 한다는 내규도 갖추고 있다.

은행이 적절한 정보를 투자자에게 제공하지 않은 경우 분조위가 불완전판매로 판단한 사례도 있다. 하나금융투자가 지난 2017년 전환사채(CB)를 포함한 메자닌 펀드를 팔면서 대주주 리스크 등을 기재한 최종 상품제안서를 전하지 않아 불완전판매로 인정된 사례가 그것이다. 당시 투자자는 2억원을 투자해 원금의 84.3%를 잃었는데, 판매사가 낙관적 시나리오만 제시하고 실제 상품 계약 당시의 불안정한 주가 동향을 추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어 불완전판매로 봤다.

금감원은 투자자가 초고위험 성향으로 투자를 이어왔고 투자대상도 사모펀드였지만 통상적인 배상비율인 40%를 넘는 투자액 50%를 배상하라고 결론 내렸다. 이를 감안하면 DLF 또한 투자자들이 어느 정도의 투자경험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불완전판매가 성립된다면 배상비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과거 불완전판매로 논란이 됐던 ‘우리파워인컴펀드’건은 배상비율이 40%였다. 우리파워인컴펀드는 복잡한 구조화 채권에 투자하는 고위험 파생상품으로, 손실 가능성이 없다는 은행 말에 개인투자자 약 2300명이 1700억원 상당을 투자했지만 2011년 11월 만기 때 투자금 중 97.5%가 손실이 났다. 당시 분조위는 은행에 불완전판매 책임이 있다며 투자금의 50%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이후 대법원은 배상비율을 투자금의 20~40% 선에서 정했다. 법원은 은행 직원들이 펀드 구조도 제대로 모른 채 상품을 판매했다고 판단했지만, 상품 내용과 손익 구조 등을 신중히 검토했어야 한다며 투자자에게도 책임을 지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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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에는 분조위가 은·원유 가격을 기초자산으로 한 DLS 상품과 관련해 금융사 책임을 30%로 결정한 사례도 있다. 당시 금융사가 불완전판매를 했으나 투자자가 상품 구조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투자한 점, 과거 원금이 보장되지 않은 고위험 주식형 펀드에 34회 투자한 점 등이 결정의 배경이었다. 분조위의 결정과는 별개로 은행에서 이처럼 위험한 상품을 팔아 투자자가 손실을 입게 된 데 대해서는 은행 스스로가 자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금리도 그다지 높지 않으면서 손실은 따로 선을 정하지 않는 상품을 어떻게 은행에서 팔게 됐는지 모르겠다”며 “그런 상품은 손실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는 장치도 충분히 마련할 수 있었는데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PB의 핵심성과지표(KPI) 평가 방식을 판매 실적 위주가 아닌 고객수익 중심으로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DLF 사태 원인 중 하나로 고객 자산보다 은행의 판매 실적과 수수료 수익을 앞세운 평가 구조가 지적되고 있는 탓이다.

[최승진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9호 (2019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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