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 첫째)가 29일 인천 해양경찰청 서해5도특별경비단을 방문해 축산물 밀반입 현황 등을 보고받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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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우리나라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처음 발병한 이후 2주 가까이 지나는 동안 정부는 "기존 틀과 매뉴얼을 뛰어넘는 강화된 방역"이라며 전에 없던 '특별 조치'를 여럿 사용했다. 경기 북부와 강화군에 집중된 ASF 바이러스가 남부로 퍼지는 걸 필사적으로 막기 위해서였다.
이런 가운데 29일 우리나라 16개 시도 가운데 양돈 산업이 가장 번창한 충청남도에서 ASF 의심신고가 들어와 한때 방역당국이 초긴장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이날 오후 정밀검사 결과를 통해 음성으로 판정났으나 충남에서 의심신고가 들어온 게 이번이 처음인 데다 양성으로 결론 나면 정부 조치를 완전히 무력화시키는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기 북부와 남부 등 지역 경계마다 이중·삼중으로 방어벽을 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 24일 경기권(파주·연천·김포)에서만 나타났던 ASF가 인천 강화군을 파고들자 농림축산식품부는 경기 북부 6개 시군에 한정했던 중점관리지역을 경기·인천·강원 지역 47개 시군으로 대폭 확대했다. 그다음 중점관리지역을 다시 경기 북부·경기 남부·강원 북부·강원 남부 등 4대 권역으로 구분해 권역 간 돼지·분뇨 이동과 반출을 막았다. 또 강화에서만 5번 연속 ASF 양성 판정이 나오자 강화군 내 모든 돼지농장에 대해 살처분을 하기로 했고, 경기 북부에 대해서는 돼지·분뇨뿐 아니라 축산 차량 반출입도 강력히 통제하기로 했다.
일부 농가의 희생과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강력 조치를 강행한 이유는 ASF 바이러스가 경기 이남으로 퍼지면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전국 지역별 돼지농장 수와 사육 마릿수를 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이달(ASF 발병 이전) 우리나라 축산농가에서 기르는 돼지는 1239만5000마리며 농장은 6388곳이다. 이 가운데 정부가 설정한 중점관리지역 내에서 사육되는 건 전체 중 23.3%인 약 290만 마리(농장 1637곳)다. 그중 ASF 발병 지역인 파주·연천·김포가 있는 경기 북부(철원 포함)에는 98만4400여 마리(629곳)가 있다. 여기에 강화도를 추가해도 전체 중 약 8%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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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경기 남부가 뚫린다고 가정하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경기 남부에서 사육되는 돼지는 134만6411마리(732곳)로 북부보다 35만마리 이상 많다. 게다가 경기 남부는 우리나라 16개 시도 중 돼지농장 수와 사육 마릿수가 가장 많은 충남(255만마리·1218곳)과 맞닿아 있다. 이 때문에 ASF 바이러스가 강화에 상륙하자 정부가 방어벽을 높게 쌓고 육지에 닿기 전에 섬 내 모든 돼지 살처분이란 극약 처방을 쓴 것이다.
전국 시도별 돼지 사육 마릿수와 농장 수가 가장 많은 건 충남과 경기이고 이어 경북(153만마리·768곳) 전북(144만마리·780곳) 전남(131만마리·598곳) 경남(127만마리·641곳) 순으로 남부 지방에서 양돈 산업이 주로 발달했다. 양돈업계 관계자는 "구제역과 달리 백신·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경기 남부와 충청권이 뚫리면 그야말로 재앙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날 오전 충남 홍성군에 있는 도축장에서 ASF 의심신고가 들어온 만큼 방역에 초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만약 양성이면 경기 북부에서 나타난 바이러스가 경기 남부를 뛰어넘어 충청권으로 바로 진입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양돈업계 관계자는 "전날 전국 일시이동중지 해제 후 평소보다 도축 물량이 많아 소송·관리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돼지가 폐사한 것으로 보인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는 인천 해양경찰청 서해5도특별경비단을 방문해 외국 불법 축산물 반입과 불법 조업 등에 대한 단속·검역 현황을 보고받았다.
이 총리는 "주변국에서 ASF 발생 이후 접경지대와 공항·항만 검역을 강화했지만 바다에서 유입됐을 가능성도 있어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나포 어선은 접촉이 불가피하므로 철저한 방역과 함께 해양경찰·농림축산검역본부 간 공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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