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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떠나는 독자 유튜브서 붙잡는 출판사, 텍스트 대신 영상으로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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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유튜브 채널 ‘창비TV’에 올라온 ‘옥상에서 만나요’의 저자 정세랑의 인터뷰. 창비 제공


“저는 갈등이 터져 나오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해요. 만약에 갈등이 전혀 나오지 않고 평화로워만 보이는 사회가 있다면, 그것은 약한 사람들이 다 참고 있다는 뜻이거든요.”

올해 초 유튜브 채널 ‘창비TV’에 올라온 ‘옥상에서 만나요’의 저자 정세랑 작가의 인터뷰 중 일부다. 기존에는 책 날개의 짧은 글로 볼 수 있었던 작가 소개를 출판사가 영상으로 제작해 유튜브에 올린 것이다. 영상을 본 독자들은 “인터뷰 영상을 보니 많이 공감된다”, “영상을 보고 가슴이 따뜻해졌다” 등 긍정적 반응을 보였고, 영상은 2주만에 조회수 1만회를 넘겼다.

◆독자에게 영상으로 다가가는 출판사

주로 텍스트(text)로 된 책을 제작해 파는 출판사들이 최근엔 직접 영상을 찍고 편집해 유튜브에 올리는 일도 하고 있다. 그동안 텍스트는 영상과 소비층이 다른 것으로 여겨졌는데, 최근 유튜브를 비롯한 영상 플랫폼이 성장하면서 출판사들도 외연을 확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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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튜브에서 화재를 모은 ‘대도시의 사랑법’의 저자 박상영. 창비 제공


28일 출판사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살펴보면, 대부분 텍스트로 된 기존의 출판물을 다르게 해석하거나 재가공하는 데서 채널 운영을 시작하고 있다. 2018년 채널을 만든 창비TV에는 지금까지 105개의 영상이 올라왔다. 창비는 정세랑 작가를 비롯해 박상영 작가,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 김두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신간 저자들을 인터뷰해 책을 소개하거나 저자의 메시지를 담았다. 최근에는 작가의 인터뷰를 넘어 작가가 소개하는 책이나 작가의 브이로그 등을 제작해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일찍부터 유튜브를 시작한 문학동네는 최근 공식계정이 아닌 ‘출근한 문근씨’라는 채널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문학동네를 줄인 ‘문동씨’라는 장난스러우면서도 친근한 이름으로 독자들에게 접근해 소통하고 있다. 출판사 직원들의 일상을 담은 영상이나 출판물의 제작 및 파쇄 과정 등을 올려 공감을 얻기도 했다.

◆단순 홍보수단 넘어 외연 확장으로

출판사들이 유튜브에 뛰어든 것은 단순히 유튜브와 같은 영상 플랫폼이 성장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텍스트 소비의 정체는 국내외 출판 관련 분야의 오랜 고민이자 숙제다. 특히 이런 경향은 1020세대일수록 두드러진다. ‘90년대생이 온다’의 저자 임홍택 작가는 이들 세대의 특징으로 ‘길고 복잡한 것들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을 꼽았다. 출판사가 이들 세대와 교감하기 위해서는 텍스트를 넘어 다른 무언가로의 변화가 필요한 셈이다.

다행스럽게도 유튜브에서 책을 다루는 콘텐츠에 대한 반응이 조금씩이나마 나오고 있다. 비록 출판사가 주도한 콘텐츠는 아니지만, 이른바 ‘북투버’로 불리는 인기 유튜버의 책 소개가 실제 출판물 판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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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사례가 구독자 74만여명을 둔 ‘김미경TV’다. 이 채널에서 책을 소개하는 ‘김미경의 북드라마’에 올라온 책은 실제 베스트셀러가 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2014년 출간된 오프라 윈프리의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은 지난 3월 이 채널을 통해 알려지자, 베스트셀러에 진입하는 등 순위 역주행을 벌이기도 했다.

다만 텍스트 소비 감소라는 근본적 고민의 답이 유튜브에 있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출판사의 유튜브 채널 성적표는 아직까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출판사가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지만, 이것이 텍스트의 변화나 성장으로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은 어떤 방식으로든 책을 읽는 독자층을 넓히거나, 책 자체가 변화하는 등의 방향으로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출판계 안팎의 시각이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유튜브 채널의 주 목적은 출판물 홍보에 있지만, 좀 더 적극적인 곳들은 텍스트의 영역을 확장하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으로 안다”며 “현 단계에서는 유튜브를 통해 실험적인 콘텐츠를 내보내보고 반응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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