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아프리카돼지열병 위기의식 반영 못 해"
26일까지 국내 총 7개 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동물보호단체들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병 농가 등에서 진행 중인 살처분과 관련, "방역 현장은 바이러스 방제가 아닌, 확산의 주범이자 동물들의 홀로코스트"라고 주장했다.
동물권단체 케어(CARE)와 한국동물보호연합(KAAP)은 2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 파주시와 연천군, 김포시 등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농가의 살처분 현장을 확인한 결과, 이산화탄소 가스로 마취 과정에서 상당수 돼지가 다시 깨어나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생매장됐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잔인한 생매장 살처분 중단하라" "돼지열병 확산 농식품부 책임져라" "정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 근본대책 마련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케어와 한국동물보호연합이 26일 오후 12시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돼지열병 생매장 살처분을 중단하라”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권오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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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또 "현(現) 정부는 농림축산식품부 내에 동물방역국을 신설해 전문적인 방역시스템으로 바이러스 방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겠다고 했으나, 실제 현장은 용엽업체에 관리·감독 없이 맡겨 놓은 채 긴급행동지침(SOP)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용역업체에게만 맡기고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다는 점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위기의식을 현 정부가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용역업체 주도로 살처분이 진행되면서 이산화탄소 가스 농도와 양을 제대로 맞추지 않아, 살처분 과정이 SOP 기준보다 10배에서 20배 넘게 소요되고 있다. 특히 발병 농가의 돼지들이 살아있는 상태에서 발버둥을 치면, 둔기로 가격하거나 흉기로 찔러 돼지 피가 튀는 상황까지 벌어진다고 한다. 그 바이러스 확산 위험이 커지고, 동물보호법 위반 소지도 있다는 것이다.
케어와 한국동물보호연합은 "형식적 방역에 그치고 있어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전국 발병은 시간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며 "질소(N2)가스나 전기충격 등으로 신속하게 방역할 것을 2011년 구제역 때부터 요구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26일 케어와 한국동물보호연합 회원들이 ‘생매장 살처분’에 항의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권오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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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정부와 지자체가 돼지 불법 ‘생매장 살처분’을 중단하고, 법과 매뉴얼에 따른 살처분을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 가능한 범위에서 약물을 활용한 안락사도 요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생매장 살처분 중단을 요구하는 항의서한을 국무총리실과 청와대에 전달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지난 18일 파주시의 양돈농가에서 국내 첫 확진 판정이 나온 뒤, 이날까지 연천군, 김포시, 인천 강화군 등에서 총 7개 농가에서 발병했다. 현재 연천군과 양주시, 강화군 3곳에 추가 의심 농가도 있다. 현재 돼지 2만여 마리가 살처분됐다.
[권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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