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고유정이 의붓아들도 살해" 잠정 결론
"친아들 나중에" 홀로 온 의붓아들 자택서 숨져
남편에 "각방 쓰자"…의붓아들 장례식 참석 안해
'전 남편 살해' 혐의 피의자 고유정.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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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 범행 8일 전 '질식사' 뉴스 클릭
경찰이 지난 3월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A군(5) 사망사건 용의자로 고유정(36)을 지목한 가운데 고씨의 의심스러운 전후 행적이 주목받고 있다.
충북지방경찰청은 전남편 살해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이 의붓아들 A군을 살해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결론이 확정될 경우 고씨는 전남편 강모(36·지난 5월 사망)씨와 A군을 잇따라 살해한 혐의를 받게 된다. A군 사망사건의 경우 고씨가 범행을 저질렀다는 정황 증거만 있어 기소되더라도 치열한 법적공방이 예상된다.
고유정은 A군을 청주 자택으로 데려오 전 사전에 범행을 준비를 한 것으로 보인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고씨는 지난해 11월 제주의 한 병원에서 수면유도제를 처방받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현남편 B씨(37)의 모발을 최근 추가 검사한 결과 특정 수면제 성분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그동안 수사를 종합하면 고유정은 수면유도제 성분을 넣은 카레를 의붓아들이 숨지기 전날 A군과 B씨에게 먹인 뒤, 남편이 잠든 사이 고의로 A군을 질식해 숨지게 했을 가능성이 크다.
범죄와 관련한 추가 정황도 확인됐다. 고유정은 A군이 숨지기 8일 전인 2월 22일 자택 컴퓨터로 질식사와 관련한 인터넷 뉴스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뉴스는 2015년 친아들이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베개로 눌러 질식사 시킨 사건이다. 국과수 부검결과 A군의 사망 원인은 “압착에 의한 질식사”다. 누군가 고의로 A군을 10분 이상 강하게 눌러 숨을 쉬지 못하게 했단 얘기다. 고씨가 미리 봐둔 질식사 뉴스와 범행 수법이 비슷하다. 고씨는 A군의 사망추정 시간(2일 오전 5시쯤)에 핸드폰을 검색하는 등 깨어있었고, 경찰의 거짓말 탐지 조사에서 2번이나 '거짓'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2일 0시5분 고유정이 사는 충북 청주 아파트의 입주민 온라인커뮤니티에 고유정이 평소 쓰는 아이디로 쓴 댓글(빨간선)이 기록됐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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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 사망 당일 “애들이 솜사탕 너무 좋아해^^”
A군은 고유정의 현남편 B씨의 친아들이다. 제주 친가에서 지내다 고유정 부부와 함께 살기 위해 청주로 온 지 이틀 만에 숨졌다. A군과 함께 잠을 잔 사람은 B씨다. 애초 제주에 있던 고씨의 친아들과 A군을 함께 데려오기로 합의했지만, 고씨는 자신의 아들이 오는 것을 미뤘다고 한다. B씨는 “아들이 제주에서 청주 집으로 오기 전부터 고씨가 감기를 이유로 따로 자겠다고 수차례 이야기를 했던 점이 의심스러웠다”며 “당시 아이가 감기약을 먹을 정도로 감기 증세가 심한 것도 아니었는데 감기약을 먹인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A군은 숨지기 하루 전인 3월 1일 고씨 부부와 함께 어린이집 등원 전 예비소집 행사에 참석했다. 이 행사에서 고씨를 본 목격자는 “고유정이 A군을 대하는 모습이 어색해 보이긴 했지만, 잘해주려고 굉장히 노력하는 행동이 엿보였다”며 “고유정이 범행을 저질렀을거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다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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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 의붓아들 사망한 새벽 깨어 있어
고씨는 친아들(5)과 A군이 다닐 어린이집을 알아보며 “두 아이의 성(姓)을 같게 표기해 달라”고 보육시설 관계자에게 부탁하기도 했다. 두 아들을 형제라고 소개했다가 이내 재혼 가정인 것을 숨겨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A군이 숨지기 전 고유정이 아파트 주민들에게 화목한 가정인 것처럼 꾸미려 한 정황도 나왔다. 고씨는 의붓아들이 숨진 날인 지난 3월 2일 0시5분쯤 아파트 입주민 전용 온라인게시판에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입주 1주년 기념행사를 제안했다. 그는 이 글에서 솜사탕 이벤트를 제안하며 “솜사탕을 직접 만들어 주는 곳 보기 힘들더라구요. 애들이 너무 좋아해서”라고 언급했다. 경찰은 이 글을 고유정이 직접 쓴 것으로 확인했다.
고씨가 A군이 사망한 후 어린이집에 허위 사실을 알린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고유정은 의붓아들이 사망한 이튿날인 3월 3일 오전 어린이집에 전화를 걸어 “할머니가 위독하셔서 다시 제주도로 이사 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관계자는 “어머니가 다급하게 전화를 해왔는데, A군이 죽었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고 했다.
제주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유정의 현 남편 A씨(37)가 지난 7월 충북 청주상당경찰서에서 아들 사망 관련 조사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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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붓아들, 어린이집 두 달 넘게 '입소대기'
고유정이 보육통합정보시스템에 친아들의 정보를 수정하면서도 숨진 A군의 정보는 삭제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어린이집 측이 지난 5월 초에 보육시스템을 확인한 결과 고유정의 친아들은 ‘입소대기 취소’가 되었지만, A군은 ‘입소대기’ 상태로 남아 있었다. 앞서 고유정은 지난해 12월 해당 시스템에 두 아들의 어린이집 입소 신청을 해놨다.
고씨가 범행 증거를 없애려 한 정황도 있다. B씨는 지난 3월 8일 제주에서 A군의 장례를 마치고 청주 자택으로 돌아왔을 때 집 안을 깨끗이 치운 점 등을 들어 고유정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B씨에 따르면 고유정은 자신의 동의 없이 사건 당시 흔적이 남은 침대보와 전기매트 등을 치웠다. 고유정은 당시 A군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사건 자료를 검찰에 보내 최종 결론 발표 내용을 조율하고 있다. 충북경찰청 관계자는 “피의사실공표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고씨 사건에 대한 공식적인 답변은 할 수 없다”며 “검찰과 최종 수사 결과를 내기 위한 조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그동안 고유정은 A군의 사망 사건과의 연관성을 완강하게 부인해 왔다. 현재 고유정은 A군 사망 사건과 관련해 자신을 용의자로 지목한 현남편 B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상태다. “고유정이 아들을 죽인 것 같다”며 B씨가 자신을 고소한 데 대한 맞대응이다. 중앙일보는 고유정 측 변호인과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답변만 남긴 채 전화를 끊었다.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에 대한 4차 공판은 오는 30일 제주지법에서 열린다.
청주=최종권 기자, 제주=최경호·최충일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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