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재해보험은 소·닭·돼지 등의 가축이 자연재해나 질병 등으로 피해를 봤을 때 보장해주는 정책보험이다. 정부가 보험료의 50%, 지방자치단체가 25~40%를 지원한다. 가입기간은 1년이다.
인천 강화군 한 양돈농장에서 국내 다섯 번째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연합뉴스 |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NH농협손해보험과 DB손해보험(005830), 현대해상(001450), 삼성화재(000810),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000060)등에서 가축재해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이 보험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방지를 위해 도살 처분하는 돼지에 대한 보상을 받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가축재해보험은 태풍이나 지진 같은 자연 재해나 전기가 끊기는 사고 등에 대한 손해만 보장하기 때문이다. 전염성위장염(PED), 로타(Rota) 바이러스 감염증 등의 질병 일부도 보상하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 같은 전염병을 보상하진 않는다.
NH농협손해보험 관계자는 "가축전염병에 따른 폐사로 인한 손해와 정부, 공공기관의 살처분 또는 도태 권고로 발생한 손해는 보상하지 않는다고 약관에 있다"고 했다. 현재 아프리카열병 확산 방지에 따른 도살은 도태권고로 발생한 손해이기 때문에 손실보전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달 16일 첫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판정이 나온 이후 도살 처분 대상 돼지는 5만 마리에 이른다. 25일까지 2만 마리가 이미 도살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확진 판정을 받은 농가의 반경 3㎞ 내 농장에서 키우는 돼지를 모두 도살처분하고 있다.
과거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 파동 때에도 농가가 정책성 가축보험으로 손해를 보상받은 적은 없다. 2017년과 2018년에는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으로 가축 약 1514만마리가 처분돼 농가는 약 1380억원의 재산 피해를 입었다. 당시에도 전염병 피해까지 보장하도록 가축재해보험의 범위를 넓히자는 논의가 있었지만, 보험업계가 난색을 보여 진전이 없었다.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요율을 올리고 정부지원비율을 높여 농가 부담이 안 되는 형식으로 검토한 적은 있지만, 전염병은 손해율 계산이 나오지 않아 상품 출시가 어려웠다"고 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올해 초에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에서 한돈자조금을 활용해 조성한 기금을 기반으로 전 농가 합산 10억원까지 보상 가능한 민간보험을 만들자고 했었지만 손해율 등의 문제로 결실을 이루지 못했다"고 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가축재해보험의 손해율은 이미 높은 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가축재해보험의 손해율은 150.6%였다.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보다 피해농가에 지급한 보험금이 1.5배 많았다는 뜻이다.
도살로 인한 손실은 현재로선 정부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도살 돼지를 산지 가격으로 보상해주고 있지만, 미처 다 키우지 못한 새끼돼지까지 처분하면서 제값을 받지 못하는 경우 손실이 불가피하다.
연지연 기자(actress@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