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한 경기도 파주시 한 양돈농장 인근에서 25일 소방차가 방역 작업을 지원하기 위해 농가에 들어가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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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강화군에서 이틀 연이어 발병할 정도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 확산이 계속되는 가운데 막상 강화도 방역 현장에서는 기본적인 소독작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경기·강원·인천 지역 등 무려 47개 시군을 중점관리지역으로 묶고 바이러스 확산 방지에 필사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정작 지방자치단체 간에 의사소통 부재 및 책임회피로 방역에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이는 ASF에 감염된 농장 수가 늘면서 발병 농장과 차량 출입 관계가 있는 이른바 '역학 농장' 수가 전국 1000여 곳에 달할 수 있는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25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오전 인천 강화군 불은면에 있는 돼지농장에서 의심신고가 접수돼 정밀검사를 진행한 결과 ASF로 확진됐다고 밝혔다. 돼지 830마리를 사육 중인 이 농장은 전날 확진 판정을 받은 강화군 송해면 농장과 8.3㎞ 떨어진 거리에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ASF 발병 농장 수는 6곳으로 늘었다. 추가 발병 농장은 기존 농장들과 마찬가지로 잔반(음식물 찌꺼기)이 아닌 사료를 먹이는 곳이었다.
그런데 같은 날 강화도에서 김포로 나오는 차량에 대한 방역소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강화군과 김포시 등에 따르면 방역당국은 이날 한때 강화도에서 김포로 이동하는 차량을 소독하지 않았다. 강화군은 강화도와 김포를 잇는 초지대교와 강화대교에 소독시설을 설치했으나, 강화군이 김포에서 강화도 방향으로 진입하는 차량에 대해서만 소독을 했던 까닭이다. 교량 설치 소독시설은 차량 측면과 바닥에 소독약을 분사한다.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인천시가 강화도에서 타 지역으로의 ASF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양방향 소독이 필요하다고 문제제기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강화군은 김포 방향으로 이동하는 차량에 대해서는 김포시가 책임져야 하는 것으로 보고 소독을 하지 않았다. 강화군은 또 교량을 오가는 모든 차량을 소독할 경우 차량 부식을 우려하는 민원 등이 제기될 수 있음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김포시가 뒤늦게마나 소독시설을 설치하고 김포 쪽으로 오는 차량도 소독하기로 했다.
이는 ASF의 국내 유입경로가 파악되지 않는 가운데 가운데 축산 차량을 통한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ASF가 처음 발병한 1차 농장(파주 연다산동)과 2차(연천 백학면)·3차(김포 통진읍)·4차(파주 적성면) 농장 간 축산 차량 출입이 있었다는 이른바 차량 '역학 관계'가 확인됐다.
구체적으로는 1차 농장 출입 차량이 2차 농장에 들어갔고, 2차 농장에서 출하한 돼지 운반차량이 A축산시설에 들렀는데, 3차 농장에서 나온 차량도 같은 시설을 이용했다. 또한 4차 농장 출입 차량도 1차 농장에 갔던 것으로 파악됐다. 돼지나 분뇨 등을 싣고 나르는 차량을 통해 잠복기(최대 3주) 상태였던 ASF 바이러스가 여러 농장에 퍼졌을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차량을 통한 ASF 확산이 사실일 경우 충청도와 영호남 등 남부 지방까지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당장 1·2차 농장과 역학 관계에 있는 전국 농장·시설 수만 해도 충청·전남·경북 지역까지 포함해 326곳(중복 및 휴·폐업 등 제외)에 달한다. 3~6차 발병 농장과의 차량 역학 농장까지 더할 경우 그 수는 1000곳 이상으로 늘 수밖에 없다. 다만 현재까지 진행된 중점관리지역 밖의 역학 농장 조사에서 ASF 양성이 확인된 경우는 없다.
정부는 경기도 파주에서 처음 발병한 ASF 바이러스가 인천 지역에까지 잇달아 상륙하자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날 중점관리지역을 기존 경기 북부 6개 시군에서 경기·인천·강원 지역 47개 시군으로 확대한 농식품부는 이날부터 군부대와 지방자치단체의 협조하에 임진강·한탄강 등 하천 유역에서 대대적인 방제 작업과 농장 초소 설치 등에 착수했다.
중점관리지역 내 경기 북부(철원 포함)와 남부, 강원 북부와 남부 등 4개 권역 간 돼지와 가축 분뇨의 이동·반출도 3주간 금지됐다. 충청 및 영호남 지역에서 4대 권역 내로의 이동·반출도 막혔다. 권역 내 출하도 수의사 임상검사 후 승인서를 발급받아야만 허용된다. 사실상 이중·삼중으로 방어벽을 쌓은 셈이다. 개복(開腹) 과정에서 감염 여부 확인이 되는 도축된 돼지고기만 타 권역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이 같은 방역 방식에 대해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ASF 방역 점검회의에서 "기존의 틀과 매뉴얼을 뛰어넘는 강화된 조치"라고 말했다.
정부가 이처럼 사상 유례없이 강력한 조치를 취한 이유는 지난 16일 최초 발병 이후 강도 높은 방역 작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ASF 발병과 의심신고가 잇따르고 기존 중점관리지역을 넘어서까지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발병으로 살처분 대상 돼지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6개 발병 농장 기준 살처분 대상은 약 6만마리에 달한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자 청와대도 대응 수위를 높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어제 이호승 경제수석이 주관하는 관계 비서관실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첫 회의를 했다"고 밝혔다. TF는 정부로부터 수시로 대응 상황을 보고받으면서 매일 오전 회의를 열어 대응 방향을 점검할 예정이다.
한편 ASF 확산에 경기권 지자체의 행사는 연이어 취소되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이달말 개최 예정이던 청라 와인 페스티벌을 비롯한 행사를 모두 잠정 연기한다고 밝혔고, 안성시는 연중 최대 규모 행사인 바우덕이 축제를 열지 않기로 했다.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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