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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홍콩 대규모 시위

시위 장기화에 몸살 앓는 홍콩 호텔업계…'1박에 만원짜리'도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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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가 16주 연속 이어지면서 일대 호텔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저조한 투숙객에 하룻밤 숙박비가 1만원까지 떨어진 곳도 등장하고 있다. 생존 위기에 처한 호텔들은 정부에 빈방을 장기 임대하거나 판매하는 등 규정을 완화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같은 호텔업계 상황을 고려해 근본적으로 홍콩의 열악한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조선일보

지난 6월 9일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로 촉발된 홍콩 시위가 16주째 장기화되면서 홍콩의 관광산업이 타격을 받고 있다. 호텔업계에서는 정부에 관련 보상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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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 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홍콩 호텔 운영자들은 호텔의 숙박 가격을 대폭 할인하고 있다. 하루 숙박비가 71홍콩달러(약 1만원)까지 떨어진 곳도 등장했다.

일부 호텔의 숙박비는 홍콩의 분할형 아파트(subdivided flats) 가격보다도 저렴한 수준이다. 홍콩의 분할형 아파트란 임대 주택의 하나로, 2개 이상의 별도 단위로 나누어져 있어 더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아파트를 뜻한다.

이는 대부분 오래된 주거용 건물에 적은 면적(약 2㎡~3㎡)으로 만들어져 저소득층이나 실업자, 이민자들이 거주한다. 이처럼 열악한 곳에 거주하는 이들은 약 28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홍콩 시위 장기화에 타격을 받은 칭이(Tsing Yi)의 3성급 윈랜드 800 호텔은 평일에 윙 온 트래블 웹사이트를 통해 예약할 경우 조식과 무료 무선인터넷을 포함해 1박에 71홍콩달러(약 1만원)에 이용 가능하다. 1박에 207달러(약 3만원)였던 지난해 3월에 비해 약 65%나 떨어진 것이다.

코즈웨이 베이(causeway bay)에서 100평방피트(약 9㎡)의 임대형 아파트 중 한곳의 최근 한달간 임대료는 500홍콩달러(약 129만원)로 1박당 약 4만원 수준이다.

홍콩 오볼로 그룹의 설립자 겸 경영자인 기리쉬 주누왈라는 "(시위로 인해) 올해 홍콩의 모든 산업이 힘들었지만, 그 중에서도 관광산업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면서 "정부는 적어도 1년 동안의 호텔 임대료와 이자를 면제하고 호텔산업을 돕기 위해 단기 기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관광객들에게는 특별한 요금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 하루나 이틀 동안 홍콩 호텔 숙박을 유인하고 은행들에는 호텔이 빌린 대출 이자를 면제해주는 등 정부 조치가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홍콩 베스트 웨스턴 등 9개 호텔을 소유하고 있는 매그니피센트 호텔 인베스트먼트의 회장 겸 최고 경영자인 윌리엄 쳉도 관련해 정부에 목소리를 냈다.

그는 "정부는 (시위로 인해) 값싼 중국 본토 단체관광객 수요가 줄어들면서 타격을 입은 산업용 건물과 폐업한 호텔 등을 현지인들에게 임대하거나 판매할 수 있도록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용 건물을 임대하거나 주거용으로 판매할 수 있는 호텔로 전환하면 잠재적으로 50만개 이상의 방을 신속히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쳉 회장은 이어 "정부가 젊은이들을 위한 주택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한다면 이와 같은 (숙박 관련) 규정을 완화해 부엌이 있는 호텔 방을 28일 이상 임대하고 호텔방은 개별 구매를 원하는 세계 누구나에게 판매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시위 장기화 여파를 고려해 홍콩 주택청은 이미 공공주택의 소매 세입자 대상 임대료를 삭감했다. 홍콩 은행 중 최대 대출기관 중 하나인 HSBC는 지난 3월부터 8월 사이 중소기업이 빌린 대출금에 대한 이자 환급을 제안한 바 있다.

[우고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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