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모색 ‘대한민국은 어디로?’ 출간
진보 사회학자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지난 19일 경향신문사 여적향에서 신간 사회비평집 <대한민국은 어디로?> 출간에 맞춰 진행한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은 아직 희망이 있는 나라”라고 말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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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우익 포퓰리즘이 득세하는 상황에서 한국 사회가 이 정도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것만도 버겁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촛불정부’로서 성공을 위한 장기적 비전도 없고, 선거 정치를 이슈화하느라 개혁의 과감성이 너무 약하고 소극적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비판적 지지자’인 사회학자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60)가 한국 사회의 개혁 방향을 모색한 사회비평집 <대한민국은 어디로?>(북인더갭)를 최근 펴냈다. 문재인 정부 임기 절반을 지나는 시점을 앞두고 정부 정책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촛불혁명’으로 들어선 정부에 대한 높은 기대만큼 실망도 커져가고 있다. 김 교수는 현재 대한민국이 ‘제2의 민주화를 향한 도약’ 아니면 ‘87년체제에 안주’하는 결정적 전환점에 서 있다고 말한다. 지난 19일 경향신문사에서 만난 김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1987년 민주화 운동 성과는 퇴색된 상황”이라면서도 “한국은 아직 희망을 가질 만한 나라”라고 했다.
한국에서 교육은 계급·계층 문제
조국 논란 커진 이유 ‘금수저 세습’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논란은 한국 사회의 각종 모순과 과제를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여론이 폭발한 지점은 조국 당사자보다도 자녀 교육 문제였다. 김 교수는 “한국에서 교육은 그저 입시 문제가 아니라 ‘지위 세습’ 문제이고, 다르게 말하면 계급·계층의 문제”라며 “이 때문에 이해관계도 상충하고, 문제를 풀기 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논란이 이토록 커져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조국 이슈는 문재인 이슈”라며 “문재인 정부를 거꾸러뜨리려는 언론의 과도한 관심이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실 20대를 비롯한 일반 시민들의 불만은 막연하게 알던 금수저들의 지위 세습을 현실로 확인한 박탈감”이라며 “엄밀히 말해 수능이나 학종이나 상위 20%에게나 의미 있는 주제인데 지나치게 과대포장된 측면은 있다”고 지적했다.
386세대 문제, 87년체제의 한계
현 정부, 노동·사법 등 과제 ‘부진’
논란을 계기로 586세대 비판부터 계급 갈등까지 다양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김 교수는 “이미 20년 전에도 386세대에 대해 비판했고 세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이야기는 아닌 데다 운동권 출신으로 정치에 진출한 86세대 극히 일부의 이야기”라며 “거시적으로 보면 87년 민주화의 한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 세대들이 권력을 잡았는가”보다 “그들이 왜 사회개혁을 못하는가”를 질문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사회 문제가 중층적이라는 점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그는 교육 문제를 얘기하면서 언뜻 별개로 보이는 노동 문제를 끌어온다. 한국 교육 문제의 핵심은 ‘노동자 안되기’라는 것이다. 한국 사회의 ‘노동 혐오’ 역시 닿아 있는 문제다. 그는 “대기업이나 언론이 정규직 노조의 임금 인상 등을 타깃으로 희생양 만들기를 하고 있다”면서도 “노동자들이 ‘이기적인’ 선택을 하게 만드는 메커니즘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규직 고용을 통한 자기 생존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회사에서 잘려도 버틸 수 있는 안전망인 ‘사회적 임금’이 너무 낮다보니 ‘직접 임금’에 매달릴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정규직 이기주의 문제가 나오는 것”이라며 “한국노총과 민주노총도 자신들이 속한 상층 노동자들의 이해를 대변하다보니 나머지 90% 비조직 노동자들을 충분히 대변하지 못하면서 고립되고, 탄압받고 있는데 본인들이 자초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구의역 김군’은 위험한 노동조건을 감수하며 144만원의 월급 중 100만원을 저축해 대학에 진학하려 했다. 한국 사회 문제를 이보다 압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 있을까. 김 교수는 “대학을 안 가도 사람 대접을 받으려면 결국 고졸자와 대졸자의 임금 격차 축소가 필요한데, 일을 못해도 돈을 주라는 게 아니라 실업 교육 강화를 통해 제대로 숙련 인력을 키워서 대학에 대한 과도한 수요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거점국립대 출신에게 해당 지역 공기업 지원 시 10~20% 수준의 가산점을 부여하거나 서울대 학부를 폐지하는 등 과감한 대책도 주장한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지만, 이 정도 처방 없이는 문제 해결이 난망하다는 의미다. 그는 “교육 문제는 노동, 복지, 지방분권 등이 얽힌 고차방정식이기 때문에 문제 해결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번 정부에서 최저임금 문제 하나만 뽑아서 해결을 하려다보니 논란만 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사회적 동력 사라진 일본과 달리
한국엔 민주주의 진척 동력 남아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한국 사회는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김 교수는 남북관계만 후한 점수를 줄 수 있을 뿐 부동산, 노동, 언론과 사법개혁 등 제2민주화를 위한 과제들은 현재로선 별 성과가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87년 민주화의 최대 수혜자는 결국 대기업과 사법부였다”면서 “경제적으로는 윤택해졌지만, 양극화는 더 심해지고 청년들에게 사회적 모순이 전가되면서 민주화의 성과는 빛이 바랜 상태”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에 미래는 없는 것일까. 김 교수는 “유일한 희망국가”라는 의외의 대답을 내놨다. “이미 사회적 동력이 사라진 일본은 실패한 국가로 봅니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도 한 걸음 더 민주주의를 진척시킬 수 있는 촛불시위의 동력이 남아 있습니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한류의 씨앗을 뿌리고, 문재인 정부에서 방탄소년단(BTS) 등 문화적 한류가 꽃피운 사례에서 보듯 아직 기회가 있다고 봅니다. 현 정부에 아쉬운 점이 많지만, 전 세계 기준으로 보면 그래도 희망을 가질 만하지 않을까요.”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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