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뉴얼엔 발생 즉시 위기경보 '심각' 발령…정부 "신중 검토"
행안부 "관리 가능한 범위로 판단…중대본 가동기준은 보완 필요"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CG) |
(세종=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지 일주일여가 지난 24일 4차 확진 사례가 나왔지만, 범정부 최고 대응 기구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가동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전날 의심 신고가 들어온 경기도 파주시 양돈 농가가 ASF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이날 밝혔다. 지난 17일 경기 파주에서 첫 확진 사례가 나온 뒤 연천(18일), 김포(23일)에 이어 네 번째로 감염 사례가 확인되면서 추가 확산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정부는 이날 오후 이낙연 총리 주재로 열린 아프리카돼지열병 대응점검 관계 장관 회의에서도 중대본을 구성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첫 번째 확진 사례가 나온 직후인 18일에도 중대본 가동을 검토했다가 보류하고 중대본 바로 아래 단계에 해당하는 범정부 대책지원본부를 꾸렸다.
중대본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에 따라 대규모 재난의 예방·대비·대응·복구 등에 관한 사항을 총괄·조정하고 필요한 조치를 위해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는 비상대책기구다.
재난 유형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관심-주의-경계-심각' 순으로 올라가는 재난 위기 경보 단계 가운데 '심각' 단계에서 중대본을 가동한다.
그 이전단계에서도 부처별로 대응에 나서지만 타 부처와의 통합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보다 강제성을 띤 지시를 할 수 있는 중대본이 유리하다.
아프리카돼지열병도 정부 매뉴얼에는 국내 발병과 동시에 위기 경보 '심각' 단계를 발령하고 확산 우려 시 중대본을 설치하게 돼 있다. 백신이 없고 '폐사율 100%'로 일컬어질 정도로 치명적인 가축전염병임을 고려해 만들어진 지침이다.
당정도 지난 5월 아프리카돼지열병 긴급점검 회의를 열어 발생 즉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는 등 범정부 차원에서 총력 대응하기로 한 바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중대본 가동 여부를 두고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행안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지역이 접경지역에 집중돼 크게 더 번질 위험은 아직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아직은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 차원에서 대응 가능하다는 것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확진 사례는 기존 중점관리지역 6개 시·군에서 나왔다. 정부의 대책 범위 안에 있어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며 "중대본을 가동하면 농식품부가 방역을, 행안부는 지원을 맡는데 효율적인 운영 방법도 좀 더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축전염병의 중대본 구성 요건이 다른 재난 유형에 비해 명확하지 않은 점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태풍·호우 등 자연재난의 경우 특보 발령 지역 범위 등에 따라 단계별로 중대본 가동 요건을 분류해놓았지만 사회적 재난에 해당하는 가축전염병은 이같은 세부적인 기준이 없다.
현재까지 가축전염병으로 중대본이 꾸려진 것은 2010년 12월 구제역이 유일하다. 2010년 11월29일 경북 안동 돼지농장에서 구제역 양성판정이 나온 뒤 순차적으로 강원, 경기, 인천 등지로 확산하자 정부는 발생 한 달 만인 12월29일 중대본을 가동했다.
이 관계자는 "구제역은 공기를 통해 전파돼 전염속도가 빠르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사람이나 차량, 감염된 돼지의 직접적 이동을 통해서만 옮겨지는 점도 고려했다"며 "다만 아직 가축전염병은 자연재난처럼 중대본 구성을 위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부분은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래픽] 국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현황(종합) |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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