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경로 찾지 못한 정부, 방역망 강화 ‘올인’
경기도 파주와 연천 등지에서 발생했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의심 신고가 경기 김포시 통진읍의 한 돼지농장에서 접수되면서, 농림축산식품부 등 방역당국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강 이북 지역인 파주, 연천과 달리 김포는 인구가 많은 한강 근접 지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김포 통진읍에서 접수된 의심 신고가 확진으로 판정될 경우,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정부의 방역대를 뚫고 퍼질수 있다는 우려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방역당국 관계자가 양돈농가로 향하는 출입로를 통제하며 오가는 차량에게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조선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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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유역에서 첫 의심 신고
농림축산식품부는 23일 "오전 6시40분쯤 경기도 통진읍의 한 양돈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의심 신고를 한 농장주는 이날 새벽 CCTV를 통해 모돈(어미돼지) 4마리가 유산 증상을 보이는 것을 확인하고 김포시에 신고했다. 유산은 점막 출혈, 고열, 피부 청색점 등과 함께 아프리카돼지열병 증상으로 분류된다.
이번에 신고가 들어온 김포 농장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진된 파주 농장으로부터 약 13.7㎞, 연천 농장으로부터 45.8㎞ 떨어져 있다. 정부는 지난 17일 파주에서 확진 판정이 나온 이후 경기 파주·연천·포천·동두천·김포, 강원 철원 등 6개 시·군을 아프리카돼지열병 중점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중점관리지역에 있는 농장은 3주간 다른 지역으로 돼지를 반출할 수 없고, 지정된 도축장 4곳에만 출하할 수 있다.
방역 당국은 종전 발병지인 파주, 연천과 달리 한강 근접지인 김포에서 의심 신고가 들어와 긴장하고 있다. 김포는 다른 중점관리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도권 접근성이 좋고, 출퇴근 등으로 이동이 잦은 지역이다. 접수된 의심 신고가 확진으로 판정될 경우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한강 이남까지 확산됐다는 우려가 높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는 가축 일시이동중지명령(스탠드스틸·Standstill)을 재차 발령할지 고민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 19일 파주, 연천 이외 지역에서는 의심신고가 없었다는 이유로 전국적인 가축 일시이동중지명령을 해제한 바 있다. 박병홍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예단하긴 어렵지만, 그 부분(스탠드스틸)에 대해서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염 경로 못 찾은 정부, ‘방역조치 강화’만 외쳐
정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첫 확진 판정이 나온 17일 이후 6일이 지난 23일까지 여전히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경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원인으로는 ▲바이러스가 들어 있는 남은 음식물을 먹이거나 ▲농장 관계자가 발병국을 다녀왔거나 ▲야생 멧돼지가 바이러스를 옮기는 경우 등이다.
그러나 확진 판정을 받은 파주와 연천의 농가는 이런 사례와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식품부는 이날 오전 어미돼지 4마리가 유산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의심 신고가 들어온 김포 농장에 대해서도 원인을 파악 중이다. 그러나 이 농장도 야생 멧돼지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울타리를 설치했고, 사육하는 돼지에 남은 음식물을 주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방역당국은 올해 5월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후 휴전선 접경지인 파주, 연천 등에서 발생·의심 신고가 들어왔다는 점을 고려해 북한에서 넘어온 멧돼지나 감염 돼지의 분뇨를 통한 전염도 의심하고 있다. 올여름 태풍으로 한강과 임진강의 물이 불어났는데, 이 영향이 있는지 의심하는 것이다.
농식품부 등 방역당국은 중점관리지역 6개 지역 밖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산하지 않도록 모든 방역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주말 사이 강한 비·바람을 몰고온 17호 태풍 타파가 방역효과를 약화시켰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이날 하루를 ‘전국 일제 소독의 날’로 정하고 농협 보유 소독 차량과 군 제독 차량 등을 동원해 양돈 농가와 관련 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소독을 했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렸기 때문에 소독약과 생석회를 도포하는 등 그간의 방역 조치를 조속히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정원석 기자(lllp@chosunbiz.com);배미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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