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도중 ‘일본군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라고 발언한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64)에 대해 연세대 총학생회와 동문들이 강하게 규탄하며 파면을 촉구하고 나섰다. 시민단체와 정치권도 류 교수의 중징계를 요구했다.
22일 연세대 총학생회와 연세민주동문회, 사단법인 이한열기념사업회, 노수석열사추모사업회 등 동문 단체는 ‘위안부 망언 류석춘 파면하라’는 제목의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고 ‘범연세인 서명운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성명서에서 “류 교수의 망언은 수준 이하의 몰지각한 매국적 발언”이라며 “연세대는 정관에 따라 류 교수를 파면하는 등의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또 “류 교수 파면을 결정할 때까지 학교 내외에서 파면 요구 서명운동, 총장 항의 방문, 교내 촛불집회 개최 등을 전개할 것”이라고 했다.
본보가 입수한 류 교수의 19일 발전사회학 수업 녹취록 등에 따르면 류 교수는 민족사관에 기반해 일제 식민 지배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잘못됐다는 내용을 수업 내내 강조했고, 학생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위안부 발언이 나왔다.
류 교수는 “위안부에 끌려간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갔다고 보시는 것이냐”는 여학생의 질문에 “지금도 매춘 산업이 있다. 거기 여성들은 자기가 갔어요, 부모가 팔았어요?”라고 반문했다. 또 “(위안부도) 결국은 비슷한 것이다. 그 사람들이 살기 어려워서 매춘업에 들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학생이 “할머니들에게 교육을 시켜주고 좋은 일자리를 준다고 거짓말 한 것 아니냐”고 반박하자 “지금도 매춘에 들어가는 과정이 딱 그렇다. ‘여기 와서 일하면 절대 ” 파는 게 아니다’, ‘매너 좋은 손님한테 술만 팔면 된다’고 해서 접대부 생활 하다 보면 그렇게 된다. 옛날에만 그런 게 아니다“라며 ”궁금하면 (학생이) 한 번 해볼래요?“라고 했다.
또 다른 학생이 ”(위안부 피해자) 수십 명의 증언이 존재하는데도 (증언이) 거짓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질문하자 ”이른바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현 정의기억연대)이 끼어 들어와서 할머니들 모아다 교육하는 거다“며 ”일제가 끝난 직후에는 쥐 죽은 듯이 돌아와서 살던 분들이다. 그런데 정대협이 끼어서 ‘국가적으로 너희가 피해자’라고 해서 서로의 기억을 새로 포맷했다“고 주장했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류 교수가 과거 강의에서 한 발언을 제보 받는 등 실태 파악에 나섰다. 21일 총학생회는 페이스북에 ‘긴급공지’를 올리고 ”류 교수의 수업 중 있었던 발언들을 강력하게 규탄하며 가능한 모든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발전사회학 수업을 들은 학우들의 제보를 기다린다. 언론에 노출된 문제 발언을 포함해 추가 피해 사례를 제보해 달라“고 했다. 연세대 측은 22일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해당 수업에서 나온 발언 등 사실관계를 최대한 빨리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도 비판하고 나섰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는 22일 ”일본군 성노예제의 진실을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피해자들의 아픈 역사와 상처를 난도질하며, 이의를 제기하는 학생에게 성폭력적 발언을 한 류 교수를 규탄한다“며 해임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는 22일 성명서를 내고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류 교수에 대해 파면 등의 즉각적인 조치가 단행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류 교수가 2017년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을 지낸 점을 들어 ”한국당은 유감 표명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깊은 성찰과 함께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당도 선을 그었다. 김성원 대변인은 21일 구두 논평에서 ”류 교수의 발언은 매우 부적절하고 국민께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했다. 류 교수는 한국당 혁신위원장을 지내긴 했지만 당원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희기자 jetti@donga.com
황형준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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