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교수 “할 얘기 없다”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가 강의 중 "위안부는 매춘부"라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연세대 동문들이 22일 학교 측에 류 교수의 파면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사진은 류 교수가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이던 2017년 10월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제5차 혁신안을 발표하는 모습. 오대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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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가 강의 중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매춘부’라고 지칭해 논란이 이는 가운데 동문들이 류 교수의 파면을 요구하고 나섰다.
1,500명의 동문이 모인 진보 성향 단체 연세민주동문회는 22일 페이스북에 “류석춘 교수의 망언을 규탄하고 파면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서명운동에 돌입한다”며 성명서를 게재했다. 이 성명서에는 연세대 총학생회와 이한열기념사업회, 연우회(역대 연세대 총학생회) 등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연세민주동문회는 류 교수의 발언에 대해 “민주화를 위해 앞장서온 연세대 강의실에서 나올 수 없는 매국적 망언이 연세대 교수 입에서 나왔다”며 “성 노예 피해자를 매춘부와 동일시해온 일본 극우 인사들의 억지와 다를 바 없고, 일제의 추악한 범죄 행위를 고발한 피해 여성에 대한 인격적 살인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일제와 독재에 항거해온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진 모교에서 류 교수의 망언과 같은 부끄러운 일이 벌어져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류 교수의 퇴진과 파면을 요구했다. 연세민주동문회는 류 교수를 향해 “수업 시간에 행한 몰지각한 역사 왜곡과 품위없는 비윤리적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스스로 교수직에서 물러나라”고 말했다. 또 학교를 향해서는 “정관에 따라 류 교수의 부적절한 언행에 책임을 물어 파면하는 등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며 “류 교수를 즉각 파면하지 않는다면 대학 당국 또한 역사 왜곡을 방관한 책임을 면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 교수의 퇴진 여부와는 상관없이 파면해야 한다는 것이 연세민주동문회 측 입장이다.
연세민주동문회 관계자는 이날 한국일보 통화에서 “사태가 진척되는데도 학교가 행동을 보여주지 않을 경우, 학교 측에 성명서 내용과 서명에 동참한 동문 명단을 보내 빠른 결단을 촉구할 예정”이라며 “추가적인 계획은 정해진 바 없지만, 학교가 낮은 수위의 태도를 보일 경우 그 다음 단계를 밟아나가겠다”고 밝혔다.
연세대 동문 단체인 연세민주동문회가 22일 류석춘 교수의 파면을 요구하는 성명문을 발표했다. 이 성명에는 연세대 총학생회, 이한열기념사업회 등도 이름을 올렸다. 성명문 일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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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총학생회는 류 교수의 발언을 규탄하는 취지에 동의할 뿐 아직까지 명확하게 입장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연세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성명의 전체적인 취지나 맥락에 공감하고 동의하는 의미에서 연명했다”며 “23일 정기 중앙운영위원회가 열려야 학교 측에 징계를 요구할지, 파면을 요구할지 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류 교수의 발언에 대해서는 규탄하는 입장을 내비쳤다. 해당 관계자는 “(이번 사안이) 매우 문제라고 생각하고, 바로잡기 위해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하려고 한다”며 “집행부 차원에서 입장문을 준비하거나, 신속하게 교원징계위원회가 열릴 수 있도록 학교 측에 요구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류 교수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했으나, 류 교수는 “할 얘기가 없다”며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앞서 류 교수는 19일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진행된 발전사회학 강의에서 “(위안부 관련) 직접적인 가해자는 일본이 아니다”라며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라고 말해 논란에 휩싸였다. 류 교수는 이날 수업에서 “위안부 피해자는 강제 연행된 것이 아니냐”는 학생 질문에 “살기 어려운데 조금 일하면 돈 받는다는 매춘의 유혹이 있다. 예전에도 그런 거다”라고 답하는가 하면, “성 노예 피해자를 매춘부로 보는 게 옳으냐”고 지적하는 여학생에게 “궁금하면 (매춘) 한번 해보겠냐. 지금도 그렇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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