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 잠잠해 소강 국면을 기대하게 했던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추가 발병했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20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오전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두 농장에서 ASF 의심 신고가 접수돼 정밀검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파주 적성면과 파평면에 위치한 두 농장은 각각 3000마리, 4200마리의 돼지를 기르고 있었다. 이로써 지난 16일 국내에서 처음 발병한 이후 ASF 확진이거나 확진 가능성이 높은 농장은 4곳(파주 3곳·연천 1곳)으로 늘었다.
두 농장은 앞서 ASF가 발생한 농장과 10㎞ 이내에 위치해 지난 17일부터 이동제한조치가 내려진 상황이다. 파주는 타 지역보다 최대 4배의 생석회(소독용 산화칼슘)를 뿌리는 등 강력한 방역 조치를 진행 중인 '중점관리지역'이기도 하다. 파주 외 연천·김포·포천·동두천·철원 등 6개 시군이 중점관리지역이다. 앞으로 약 3주간 타 지역으로 돼지를 반출해서는 안 되고, 지역 내 도축도 지정된 곳에서만 할 수 있다. 다만 전날 오전 6시 30분부로 일시 이동중지 명령이 해제된 데다 ASF 바이러스 잠복기가 최대 3주임을 감안하면 가축이나 일반 차량을 통해 바이러스가 타 지역으로 확산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ASF 감염 여부 확인을 위해 정밀검사 대상 농장·시설을 전국 2038개로 확대하기로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파주와 연천 발생 농장을 다녀간 차량이 출입한 전국 437개 농장과 두 지역의 반경 10㎞ 이내에 있는 107개 농장에 대한 정밀검사를 진행 중"이라며 "ASF 발생 위험이 높은 특별관리지역 등 전국 취약 지역 돼지 농가 1494곳을 대상으로 정밀검사를 추진해 10월 4일까지 완료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날까지 검사가 완료된 56개 농장에서는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 지난 16일과 17일 발병한 파주·연천 농장 모두와 관련 있는 농가는 41곳인데, 이 중 검사를 실시한 8곳도 음성 판정을 받았다.
문제는 정부가 ASF의 국내 유입 경로를 여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새로 의심 신고를 한 파주 농장 모두 군사분계선과의 거리가 10㎞ 안팎에 불과해 확진 시 북한에서 바이러스가 넘어왔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두 농장 모두 잔반(음식물 찌꺼기)이 아닌 사료를 먹였고, 멧돼지 접근을 막기 위한 울타리가 축사나 축사단지에 쳐져 있었다. 다만 네팔과 스리랑카 국적 외국인 근로자가 있었던 기존 두 농장과 달리, 이번 의심 신고 농장의 외국인 근로자들 국적은 모두 태국(적성 4명·파평 8명)이었다. 태국은 공식적인 ASF 발병국은 아니지만 인접국인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등이 모두 발병국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도 "태국은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보고된 발병국은 아니다"며 여지를 남겼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여러 가능성을 놓고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ASF 판정을 받은 파주와 연천 두 농장에서 기르던 돼지 7101마리와 이들 농장과 3㎞ 이내에 있는 농장 돼지 8588마리에 대한 살처분을 이날 마무리 지었다. ASF 의심 신고를 한 파주의 두 농장 돼지와 인근 농장 돼지(36곳·약 4만8300마리)까지 살처분하면 전체 6만4000여 마리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재욱 농식품부 차관은 방역 상황 점검회의에서 "ASF 잠복기를 고려할 때 앞으로 3주간이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신속하고 치밀한 방역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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