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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화성연쇄살인사건 범인 자백

“화성사건 때문에 입사했는데, 30년 만에 내손으로 용의자 특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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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화성 연쇄살인사건 용의자 DNA감정 총괄한 강필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유전자 과장. [행정안전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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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다 못해 경악했다"

강필원(56)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법유전자과장은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감정물 분석결과 확인 순간을 이렇게 표현했다. 국과수에서 DNA 분석 등 유전자 감정을 총괄하는 강 과장은 19일 연합뉴스 등 다수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화성 연쇄살인사건 분석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그는 "경찰이 7월부터 화성 사건 감정물을 가져왔다. 9차, 10차, 7차, 5차 사건 순으로 감정 결과가 나왔다. 이 가운데 남성 DNA가 없었던 10차 사건 감정물을 제외하고 나머지 세 건에서 동일한 DNA 프로필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강 과장은 처음 경찰에게 감정을 의뢰받았을 때 큰 기대하지 않았다고 했다. 감정물 오염이 심해 DNA 정보가 나올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그는 "9차 사건 감정물에서 처음 남성 DNA가 나왔을 때도 일치하는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을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다"며 "그런데 범죄자 DNA 데이터베이스에서 일치하는 인물이 나오고, 심지어 해당 남성이 처제 성폭행 살인사건으로 수감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을 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개 사건의 감정물에서 나온 DNA 정보가 한 명의 특정 인물과 정확히 일치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용의자로 특정된 50대 남성 이모씨가 범인이 아닐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의미다. 다만 그는 DNA 분석 결과를 토대로 용의자를 범인으로 인정할지는 수사 기관과 법원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33년 전 추정 혈액형, 오류 있을 수도…



강 과장은 과거 경찰이 추정한 범인의 혈액형과 이씨의 혈액형이 다른 데 대해서도 설명했다. 화성 사건 당시 경찰은 범인의 혈액형을 B형이라고 판단했지만 이씨의 혈액형은 O형이다.

이에 대해 강 과장은 "과거 추정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는 피의자 순수 혈액으로 분석한 것이 아닌 유류물 분석을 통한 간접결과였다. 그 당시 유류물을 통한 혈액형 분석법은 여러 제약 조건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 과장에 따르면 1992년부터 시작된 DNA 분석은 장비 개발, 시약 품질 발전, 국과수 DNA 감정관 노하우 축적 등으로 보다 정확한 분석이 가능해졌다.

그는 "33년 전보다 정확한 방법으로 용의자 혈액형을 O형으로 특정했다"며 "DNA 감정물 분석은 아주 예민한 작업으로 작은 변화에도 결과가 달라져 몇 년 전에 같은 검사를 했다고 해서 같은 결과가 나온다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수형자 DNA 데이터베이스가 공소시효 2006년 이후인 2010년에 만들어져서 그 이전에는 동종범죄자 DNA와 대조가 사실상 불가능했다"며 "화성 사건 감정물의 DNA와 수형자 DB 대조가 이번에 처음 이뤄지게 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김 과장은 1991년 12월 국과수 경력 공채로 입사했다. 당시 국과수는 화성 연쇄 살인사건을 계기로 국내 처음으로 DNA 분석관을 채용했다. 김 과장이 국과수 1기 DNA 분석관인 셈이다. 그는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연쇄살인범 유영철 사건 등 대형 재난과 흉악 사건을 담당했다.

그는 화성 연쇄 살인사건을 계기로 국과수에 입사해 DNA 감정을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30년이 지나 유력 용의자를 직접 찾아낸 그는 "소설 같은 얘기가 아닌가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 역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범인을 꼭 찾아내고 싶었다. (이번 용의자 확정으로) 모든 국민이 느꼈을 안타까운 마음이 조금이라도 해소됐으면 한다. 앞으로 나머지 화성 사건의 DNA 감정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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