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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화성연쇄살인사건 범인 자백

'살인의 추억' 결말이, 드디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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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편집자주] 온라인 뉴스의 강자 머니투데이가 그 날의 가장 뜨거웠던 이슈를 선정해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해드립니다. 어떤 이슈들이 온라인 세상을 달구고 있는지 [MT이슈+]를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MT이슈+]33년만에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특정, 5가지 의미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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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뭘 그렇게 보세요?"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연쇄살인사건 형사를 맡은 송강호(박두만 역)에게 한 소녀가 다가와 묻는다. 박두만 형사는 '미제 사건'으로 남은 현장 중 한 곳인 논두렁을 유심히 보던 중이었다. 그러자 소녀는 "이상하다, 어떤 아저씨도 여기서 옛날에 자기가 한 일이 생각나서 보고 있었다고 했는데"라고 했다. 그리고 송강호가 화면을 뚫어지게 응시하는 것으로 영화가 막을 내렸다.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뒷맛이 씁쓸한 엔딩이었다.

그리고 16년 뒤, 실제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했던 이 영화의 결말이 나왔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18일 강간·살인죄 무기수로 복역 중인 이모씨(56)을 용의자로 특정해서다. 화성연쇄살인사건 10건 중 3건의 증거물에서 나온 DNA와, 용의자의 DNA가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1990년대 전국을 공포로 떨게한 범인은, 33년만에 결국 덜미를 잡혔다.

이 사건이 남긴 의미와, 앞으로 남은 과제는 뭘까. 이를 각각 정리해봤다.




①최악의 '미제사건' 해결, "완전범죄는 없다"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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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의미는 '3대 미제 사건'이라 불릴 만큼 최악의 장기 미제로 손꼽혔던 사건이 해결됐단 점이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1986년 9월15일, 태안읍 풀밭에서 1차 사건이 벌어진 뒤 1991년 4월3일 10차 사건까지 무려 6년간 10명의 피해자가 발생했었다. 연간 경찰 인원만 205만명씩 투입됐고, 수사 대상자만 2만1280명, 지문 대조는 4만116명 등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그러고도 범인을 잡지 못해 "범인이 죽거나 이미 감옥에 간 것 아니냐"는 추측이 많았었다. 그래서 1991년 대구 '개구리소년 5명 실종' 사건과 1991년 이형호군 유괴 사건과 더불어 3대 미제 사건으로 꼽혔다. 화성 일대 주민들은 관련 강력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연쇄살인범의 소행이 아니냐"며 불안에 떨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유력 용의자가 붙잡혀, 시간이 오래 걸려도 범죄를 해결할 수 있단 메시지를 줄 수 있게 됐다. 이는 치밀한 계획과 증거 인멸로 완전범죄를 꿈꾸는 용의자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범죄를 억제토록 하는 기능을 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19일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공소시효가 끝났든, 그렇지 않든 이 억울한 죽음들이 왜 그리 된 건지 설명해줘야 할 책무가 있다"며 "미제의 신비가 존재하지 않아야, 사실 완전범죄는 없다는 국민적 교훈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했다.

수사가 어렵고 오래 걸려도, 경찰이 수사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 명분도 강해졌다. 실제 이번 사건도 경찰이 미제사건 전담팀을 공식 직제로 편성하고, 끝까지 물고 늘어진 덕분에 해결할 수 있었다.




②6가닥 머리카락까지…과학수사의 '쾌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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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특정은 '과학수사 기술 발전'의 쾌거라 할 수 있다.

사건이 처음 발생한 1986년까지만 해도, 수사라 하면 주변 인물을 캐는 식의 탐문 정도였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수사는 전무했다.

실제 화성연쇄살인사건 9차 사건 당시 투입됐던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화성 사건이 계기가 된 뒤에야 DNA 수사 기법이 도입됐고, 그래서 초기 확보할 수 있었던 DNA 증거들이 많이 유실됐다"고 했다.

그럼에도 현장 증거물을 잘 보존한 게 도움이 됐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날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DNA 개념도 없었을 때, 무조건 증거가 될 만한 걸 다 수집했고, 지금까지 보존했다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실제 현장에서 발견된 머리카락 6가닥과 담배꽁초 등까지 다 모아뒀다. 공소시효가 지났음에도 이를 놓지 않았다.

그 덕분에 과학수사 기술이 발전한 뒤 뒤늦게나마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지난 7월, 피해자 옷과 속옷 등에서 그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DNA를 채취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이 DNA를 수감자들과 비교한 결과 일치하는 이를 찾을 수 있었다.

오 교수는 "이번 용의자 특정은 과학 수사의 쾌거라고 본다"며 "과학 수사기술이 발전한 덕분에 미제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여건이나 조건이 많이 나아졌다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③피해자·유가족에 대한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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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수많은 피해자와 유가족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 사건은 당시 강력사건에선 찾아볼 수 없는 잔혹한 수법으로 피해자와 유가족은 물론, 국민들에게까지 심각한 트라우마를 안겼다. 스타킹과 양말 등을 이용해 피해자를 살해했으며, 손 등 신체부위로 목을 눌러 살해하는 건 물론, 주요 부위를 훼손하는 극악무도한 범행까지 일삼았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2006년 4월 공소시효가 끝나 법적처벌이 어렵게 됐지만, 용의자가 특정되며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겐 적어도 누가 범인인지 알려줄 수 있게 됐다.

오 교수는 "유가족들에겐 피해자가 다시 살아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처벌도 못해 안타깝게 됐다"면서도 "그래도 적어도 어떤 자가 범인이었는지, 밝혀진 게 유가족들에게 다소 위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표 의원도 "기소나 처벌만이 수사의 목적은 아니고, 진실규명과 피해자 원혼, 유가족의 한을 풀어드릴 수 있다"고 밝혔다.




④그리고 남은 '과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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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검거가 던진 화두와 남긴 과제들도 여전히 많다.

지난 살인사건에 대한 '공소시효' 문제가 우선적으로 떠올랐다. 1999년 발생한 대구 어린이 황산테러 사건(일명 태완이 사건)을 계기로 2015년 7월 살인죄 공소시효가 폐지됐지만 소급적용이 안되는 사건들이 남아 있다. 2007년 이전 살인사건은 공소시효가 15년에 불과하다. 화성연쇄살인사건뿐 아니라 개구리소년 사건도 2006년 3월25일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화성 사건과 마찬가지로, 범인을 잡더라도 법의 심판을 받게 할 수 없다.

이에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의 공소시효를 폐지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하지만 국회 차원에서 예외적으로 특별법 등을 만들지 않는 한 처벌이 어려운 상황이다.

강력범죄자들에게 교도소가 '은신처'가 될 수 있단 점도 새로이 드러났다. 중범죄자들이 다른 범죄로 교도소에 들어간 뒤, 오히려 수사망에서 벗어나는 문제점이다.

화성사건 용의자 이씨의 경우도, 1994년 청주서 처제를 살해한 뒤 무기형을 받아 24년간 교도소에 복역했음에도, 화성사건과는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 실제 2001년 나주서 발생한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의 경우도, 2012년이 된 뒤에야 범인이 다른 강도살인으로 무기징역을 받고 복역 중인 김모씨(42)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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