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과 정의』 펴낸 전 대법관
조국 논란 등에 대해선 대답 회피
김영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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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의 선택이 우리 사회를 더욱 정의롭게 했는가를 묻고 싶었습니다.”
김영란(63) 전 대법관이 신간 『판결과 정의』(창비)를 펴낸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1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 전 대법관은 “판결은 우리 사회의 변화를 앞서가기보다 뒤따르는 경향이 있다”며 “그렇기에 사법부가 변화하는 사회에 발맞춰 사회 정의를 수호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2004∼2010년 국내 최초 여성 대법관을 지낸 그는 현재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장이자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일하고 있다.
신간은 판결의 ‘정의’를 다룬 책이다. 전작인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 (2015)가 대법관 재임 기간 참여했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돌아봤다면, 신간은 그가 퇴임한 뒤에 선고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을 되짚으며 다양한 이론을 통해 판결의 의미를 해부한다. 책이 다루는 사건은 ‘성희롱 교수의 해임결정취소소송’ ‘가습기살균제 사건’ ‘강원랜드 사건’ ‘키코(KIKO) 사건’ ‘삼성X파일 사건’ 등이다. 김 전 대법관은 “이런 사건들은 가부장제, 자유방임주의, 과거사 청산, 정치의 사법화 등 한국 사회에서 꾸준히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문제와 관련 있다”며 “사회 통념의 변화, 민주주의의 성숙도 등에 따라 법에 대한 해석과 판결이 달라진다는 사실에 주목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최근 한국 사회의 뜨거운 쟁점인 성차별 문제도 집중적으로 다뤘다. 그는 “가부장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퍼지면서 가부장제가 해체되고 있지만, 대법원은 그 변화를 다소 보수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도 “여러 판결을 보면 대법원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인색하게나마 긍정하고 싶은 부분”이라고 밝혔다.
김 전 대법관은 좋은 재판이 무엇인지에 대해 “판사가 사건 당사자들을 모두 이해시킬 수 있는 재판”이라고 정의했다. 또 판결이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는 “판결이 미완성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판결은 마침표가 아니다. 판결을 통해 사건에 대한 시비는 일단락되지만, 판결 속에서 쟁점이 됐던 가치에 대한 고민은 끝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일부 기자는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 시행 3주년을 맞은 소감을 묻기도 했다. 하지만 김 전 대법관은 “신간 출간을 기념해 출판사에서 마련한 자리인 만큼 그런 이야기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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