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동차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기능과 첨단 운영체제(OS) 등을 탑재하며 '스마트카'로 변모하고 있다. 과거 피처폰이 스마트폰으로 발전한 추세를 떠올리게 한다. 스마트카의 등장은 반도체 업계 입장에서도 스마트폰과 비교할 수 없는 새로운 기회다. 자율주행차에 탑재되는 반도체 수는 스마트폰 대비 약 1000배 수준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3억6000만대로 2018년 2분기 대비 1.2% 감소했다.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를 계기로 2020년 하반기부터 시장 규모가 잠시 반등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감소세를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다.
5G 생태계의 핵심은 스마트폰이 아니라 자동차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퀄컴이 지난 2017년 시장조사업체 IHS와 함께 발간한 '5G 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5G가 오는 2035년까지 창출하는 재화 및 서비스 규모는 12조3000억달러(약 1경4640조원 )에 달하고 약 222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보고서는 "4G 시대가 스마트폰과 일부 IT 기기, 앱 시장을 촉발했다면, 5G는 자율주행차 하드웨어 시장과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신시장을 통신 생태계로 끌어들인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35년까지 5G를 통해 자동차 산업 전반에 걸쳐 2조4000억달러(약 2857조 9200억원)를 넘는 경제적 성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됐다. 매년 160조에 달하는 시장이 새로 생기는 셈이다.
퀄컴, ARM 등 반도체 업체들 입장에서 자동차 전장 반도체에 뛰어들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스마트폰을 포함한 무선통신 부문은 시장조사업체 가트너 기준으로 28.6%에 불과하다. 스마트폰용 반도체 시장에만 집중해서는 5G 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다는 얘기도 그래서 나온다. 특히 이미지센서나 내비게이션, 오디오 등에 사용되는 자동차 전장 반도체는 시장에서 아직 절대 강자가 없다.
스마트폰에 부품을 공급하던 반도체 기업들이 자동차 시장으로 진출할 때 가장 큰 난관은 차량용 기술과 안정성 기준이 스마트폰에 비해 훨씬 까다롭다는 것이다. 일반 아스팔트 도로부터 자갈 등이 깔린 비포장 도로나 습지대 같은 복잡한 환경에서 동작할 때 오류가 생기지 않아야 한다. 온도 기준도 영하 40℃~영상 150℃로, 넓은 범위를 만족시켜야 한다.
특히 반도체의 품질은 곧 운전자의 생명과도 직결된다. 지난 8월 미국 시장조사업체 JD파워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자율주행차에 대한 신뢰 점수는 100점 만점에 36점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자율주행 기술에 우려를 표한 응답자(34%) 중 77%는 기술 결함과 오류가 걱정된다고 했다.
퀄컴은 2G 시대부터 극지방, 아열대, 다습지대, 빌딩 숲 등 자동차 업계에서 관심이 없었던 통신 환경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기존 자동차 및 부품 업계에서는 퀄컴과 협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퀄컴과 함께 모바일 반도체 시장의 지배자라 할 수 있는 영국의 반도체 설계기업 ARM도 자율주행 자동차용 칩 등 신사업을 빠른 속도로 개척 중이다. 특히 소프트뱅크그룹에 인수된 후 자율주행 자동차에 탑재될 수 있는 새로운 칩 디자인과 플랫폼을 내놓았다.
ARM은 지난해 12월 자율주행차를 위한 멀티스레드 프로세서 'Arm Cortex-A65AE' 제품을 발표했다. 이 제품은 자율주행 센서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요구되는 높은 처리량을 만족할 수 있는 최적의 제품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경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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