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이 근대화했음에도 왜 가난했는가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시끄럽다. ‘반일 종족주의’ 같은 류의 책들은 가난의 책임을 한국의 전통 사회에 있다고 보고, 반대파들은 일본의 보이지 않은 ‘수탈’에 있다고 본다.
하지만 반대파들의 주장은 그간 친일학자들의 친일 사관으로만 취급해 반박의 구체적 자료나 배경을 설명하지 않거나 못했다.
일본인 역사학자 도리우미 유타카(한국역사연구원 상임연구원)는 이 책에서 토목업을 둘러싼 조선 경제의 실상을 실증적인 방법론으로 식민지 근대화론의 허구를 꼬집는다.
저자가 주목하는 곳은 정치권력 개입 사례인 철도 및 수리조합사업. 일본인 토목청부업자들은 재정을 들여 조선 경제의 인프라를 확장한다는 총독부와 유착해 많은 이익을 취하고 경인·경부철도 공사에서 보듯 조선인 청부업자들을 배제한 사례들을 철저히 조사해 논증한다.
조선으로 투자된 막대한 자금의 상당 부분이 일본인 청부업자와 지주의 손아귀에 들어가 조선인들은 가난에 허덕였다는 것이다.
식민지 근대화론자들은 일본인이 1945년 작성한 표를 들어 강제 징용 때 조선인 탄광부의 임금이 상당히 높았다고 주장한다.(‘반일종족주의’)
저자는 그러나 통계 자료가 미처 제시하지 못한 정황이나 데이터의 행간을 통해 실태와 통계 자료 사이의 간극을 찾아내고 체험담, 수기나 신문 보도 등을 근거로 일본인 청부업자 편에서 이뤄진 조사의 한계를 밝힌다.
임금 미지급과 이에 따른 저임금의 유지가 ‘보이지 않는’ 착취의 근거라는 설명이다. 자료 수치상에 드러나지 않지만 국가권력의 간섭이나 폭력, 일본인끼리의 연대감 등은 식민지 근대화론자들이 언급하는 ‘일상의 자발적 거래’까지도 방해하는 장애물이자 이중구조를 고착화하는 요인이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단순히 승자의 편에서 기록된 통계 자료에 의지하기보다 그 통계가 지닌 함정, 실제 일어난 일상 거래의 경우의 수까지 모두 다뤄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수탈을 넘어 정치권력에 의한 경제 분야의 부당 관여, 부당 이익, 부당한 방치 등 구조적 폭력을 들여다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학자가 본 식민지 근대화론=도리우미 유타카 지음. 지식산업사 펴냄. 298쪽/1만8000원.
김고금평 기자 dann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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