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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트럼프 '리비아식 모델' 비난, 美 유화적 대북정책으로 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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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경질사유 설명 중 '리비아 모델' 비난
트럼프, 北 김정은 자극 않겠다는 뜻 밝혀
미국 대북정책 온건정책으로 선회 가능성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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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존 볼턴 전(前)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전격 경질된 배경 중 하나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리비아식 모델' 언급을 지적했다. 향후 미국은 북한에 대해 상당히 온건한 정책과 협상조건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볼턴 보좌관의 경질 배경으로 리비아식 모델을 말한 것을 언급하면서 이는 큰 실수며 좋지 않은 발언이었다고 설명했다.

리비아식 비핵화는 미국이 리비아와의 비핵화 협상과정에서 나온 개념으로 비핵화를 먼저하고 제재를 풀어준다는 것이 골자다. 즉 북한은 비핵화 의지를 밝히고 비핵화에 돌입해야하며,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검증을 한 이후 문제가 없다면 보상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과거부터 지금까지 '단계적 비핵화'를 해야한다는 일관된 주장을 하고 있다. 하나의 비핵화 조치에 하나의 보상을 받는다면 단계를 거칠수록 비핵화 행위에 대한 몸값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살라미 전술'이라 부른다.

리비아는 미국과 지난 2003년 '리비아식 모델'로 비핵화했다. 하지만 당시 리비아의 독재자인 무아마르 카다피의 말로는 좋지 못했다. 카다피는 튀지지에서 시작된 '자스민 혁명'의 여파로 발생한 내전에 휘말려 몰락했고, 결국 반군에 의해 비참한 죽음을 맞았다.

북한이 볼턴 보좌관에 대해 '인간오작품'·'인간쓰레기'라며 맹비난을 하고 리비아식 모델에 대한 극도의 경계감을 내비쳤던 것은 이 비핵화 모델의 자신들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을뿐더러 카다피의 비참한 최후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카다피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면서 볼턴 보좌관의 발언으로 말미암아 대북협상에 차질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볼턴 보좌관과 어떤 관계도 맺고 싶어하지 않았고 그의 발언은 현명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 6월 싱가포르 북·미 1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에도 리비아식 비핵화 해법을 적용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은 당연히 이 발언에 큰 실망감을 드러내며 볼턴 보좌관에 대한 인신공격성 비난을 쏟아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한 번 북한이 가진 지리적 이점을 강조하며 중국과 러시아, 한국 사이에 있는 북한은 경제적 잠재력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의 비핵화 협상에 응해 비핵화를 할 경우 큰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 있음을 또 다시 강조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존 볼턴 보좌관의 경질 배경으로 그의 강경한 대북정책 기조를 꼬집은 것은 향후 미국의 대북정책이 볼턴식(式) 방식과는 다르게, 상당히 온화한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미국의 대화 재개 요구에 침묵하던 북한이 지난 9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명의로 이달 말 북·미 실무협상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후 곧바로 볼턴 보좌관의 경질이 이뤄진 것도 의미심장하다.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기본적 입장이 볼턴 보좌관의 경질 유무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란 전문가들의 전망이 나오고 있다.

볼턴 보좌관과 함께 미국 외교안보의 투톱을 형성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도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입장을 가지고 있고, 미 의회와 언론 등 미국 조야도 북한에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볼턴 보좌관이 백악관의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때보다 경질 이후 미국은 상대적으로 북한에 더 온건한 정책을 펴리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존 볼턴 보좌관이 대북 초강경파이자 '슈퍼매파'로서 상징적 인물이기 때문이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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