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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추석 하루 앞두고…새벽에 난 아파트 화재로 50대 부부 참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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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딸은 창틀에 매달려 있다 이웃 주민이 구조

"잠들기 전 손봤다"는 전동킥보드서 발화 가능성

중앙일보

12일 오전 4시 21분께 광주 광산구 송정동 한 아파트 5층 주택에서 불이 나 50대 부부가 숨지고, 부부의 자녀와 이웃 주민 등 4명이 다쳤다. 119소방대가 화재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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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하루 앞두고 광주광역시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50대 부부가 숨졌다. 12일 오전 4시 20분쯤 광주광역시 광산구 송정동 한 12층짜리 아파트 5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약 20분 만에 아파트 내부 전체를 태우고 진화됐지만, 이 불로 남편 A씨(54)가 창문으로 대피하다 추락해 숨졌다. 부인 B씨(51)도 집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화재 당시 집안에는 숨진 부부와 20대 아들·딸, 아들의 친구 등 5명이 잠을 자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들과 아들의 친구는 5층에서 뛰어내려 대피했다. 다리에 부상을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딸은 창문으로 뛰어내리려다 실패하고 창틀에 매달려 있다가 구조됐다. 맞은편 동에 살고 있는 주민 양만열(46)씨가 바깥이 소란스러워 창밖을 확인하다 건너편 아파트에서 창틀을 붙잡고 매달려 있는 딸을 발견하면서다. 양씨는 화재가 난 집의 아랫층인 4층 집으로 들어가 창문에 몸을 걸친 채 딸을 잡아당겨 구했다. 딸은 찰과상과 화상을 입었다.

양씨는 “’살려주세요’란 외침을 듣고 베란다 창문을 통해 바깥을 봤더니 보일러실 쪽에서 창문이 열리면서 사람이 몸을 빼내고 있었다”며 “연기를 피해 빠져나온 것 같은데 막상 밟을 곳이 없어서 철봉에 매달린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이어 “4층에서 A씨의 딸을 구조한 직후 2명이 더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5층으로 올라갔는데 구조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비교적 일찍 대피한 아들과 아들의 친구, 이웃 주민들은 추락 예상 지점에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최대한 쌓아 구조에 도움을 주려고 했다. 하지만 A씨가 추락해 참변을 당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중앙일보

12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50대 부부가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소방당국 등은 10분간 연기가 발생한 후 갑자기 불길이 번졌다는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상황 등을 조사 중이다. 사진은 전소된 아파트 내부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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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주민들 수십 명도 새벽 시간대 불이 나 급히 대피하는 소동을 벌였다. 건물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한 주민 23명이 꼭대기 층에 모여있다가 구조됐다. 주차장에서 대피 중 넘어져 타박상을 입거나 연기를 마신 주민 10여 명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현장 감식을 벌이는 한편 부상자들을 상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할 방침이다. 특히 경찰은 불이 나기 전 전동 킥보드를 손봤다는 가족들의 말에 따라 거실에서 충전 중이던 전동 킥보드에서 불이 시작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김정석 기자. 광주광역시=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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