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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트럼프 "중국산 관세부과 2주간 연기"…10월초 무역협상 청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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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국산 농산물 구매 협상 재개 관측

미국과 중국이 10월 초 고위급 무역협상을 앞두고 잇따라 유화책을 실시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강 대강’ 대치에서 대화 국면으로 상황이 급선회하는 분위기다. 미국은 10월 1일부터 실시키로 한 일부 품목에 대한 관세 상향 조치를 연기하기로 했다. 앞서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또다시 예고하고, 몇몇 품목을 관세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는 조치도 취했다.

세계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내달 1일부터 2500억 달러(약 298조원) 상당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25%에서 30%로 상향하기로 했던 조치를 2주간 연기한다고 11일(현지시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선의의 제스처로서 2500억 달러 상당 상품에 대한 관세 인상을 10월 1일에서 10월 15일로 옮기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 요청과 건국 70주년 국경절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에 기인한 것”이라며 중국 측의 사전 요청이 있었다는 것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조치는 10월 무역협상을 앞두고, 앞서 발표된 중국 측 선의의 조치에 대한 긍정적인 호응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10월 미·중 무역협상에서는 양측이 일부 긴장 완화 조치에 합의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는 앞서 지난 11일 농약, 윤활유 등 16가지 품목을 대미 추가관세 부과 대상에서 면제하기로 했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사료용 유청, 농약, 윤활유 등을 지난해 7월 부과한 25% 추가관세(1차)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오는 17일부터 내년 9월 16일까지 시행된다.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중국 측 조치는 10월 예정된 협상에 새로운 낙관론을 불어 넣는 선의의 표현”이라고 평가했다.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합작연구원 바이밍 연구원도 “새로운 무역협상을 앞둔 중국 측의 선의”라며 “무역전쟁을 끝내기 위해 중국이 미국에 주는 또 다른 기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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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 구매에 합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미국 농산물 추가 구매에 합의할 전망이라고 지난 11일 전했다. 전문가들은 10월 초 무역협상에 앞서 대화 분위기 조성 차원으로 보고 있다. SCMP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전하며 “중국이 추가적인 시장접근권과 지식재산권 보호 방안 등을 제안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소식통은 “보조금이나 산업정책, 국영기업 개혁 등에 대해서는 좀 더 주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논의 진전이 어렵다면 협상 전망은 여전히 어두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미국 측 관세부과 연기조치나 중국 측 미국산 농산물 구매 협의 재개는 언제든지 철회되거나, 변경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상황이 악화하거나, 대중 압박 수단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마다 언제든지 관세 인상 카드를 빼 들었다. 중국도 이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산 농산물 구매 협상 재개와 철회를 되풀이했다.

이처럼 양측 간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이런 보여주기식 조치가 실제 협상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중국 측의 잇따른 선의의 조치는 사실상 10월 1일 신중국 성립 70년을 맞는 국경절 행사를 잘 치르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따라서 중국이 국경절 행사 이후에는 또다시 버티기로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10월 초 한 번의 만남으로 협상 타결이 어려운 것은 이미 무역전쟁이

관세에서 첨단기술, 자원, 금융 등으로 확산한 탓이다. 더구나 양측이 모두 상대방의 핵심요구 사안에 대한 수용을 거부하고 있다. 단 한 차례 만남으로 타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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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협상 타결을 전제로 한 중국의 전면 관세철회 요구를 들어줄 생각이 없다. 중국 측 약속에 대한 강제이행 메커니즘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중국도 미국 측의 요구인 법률개정 등 내용을 협정문에 넣고 싶은 생각이 없다. 제국주의 시대 중국의 굴욕을 연상시키는 이런 협약에 중국 내부 여론을 경계할 수밖에 없어서다. 이미 중국 굴기와 중국몽을 통한 미래 중국 비전을 제시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최고 지도자로서의 권위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스콧 케네디 선임고문은 SCMP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산 대두 구매가 양측간 신뢰를 쌓는데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며 “이같은 보여주기를 자제하고 구조적 문제 협상에 조속히 복귀하는 게 더 합당하다”고 말했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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