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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 (월)

“육지로 나간 아들, 추석 못와도 문중벌초는 참석해야”…제주의 독특한 추석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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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한민족의 공통된 생활 양식 속에서도 독특하고 고유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는 세시풍속인 추석에서도 엿볼 수 있다.

경향신문

제주에서 추석 전 문중이 모여서 모둠 벌초를 하는 모습. 박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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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전 문중 모여 ‘모둠벌초’

추석에 차례를 지낸 후 성묘를 가는 다른 지역과 달리 제주에서는 음력 8월1일부터 추석인 15일 전까지 벌초를 한다. 특히 8월1일쯤 문중 친족들이 한데 모여 조상의 묘를 찾아다니며 벌초를 하는 ‘모둠벌초’는 매우 중요한 행사로 여겨진다. ‘문중벌초’, ‘웃대벌초’라고 부르기도 한다. 직계 친척 이외에도 문중에 속한 친족들이 광범위하게 참석한다. 실제 이번 추석을 앞두고 제주의 한 문중에서 이뤄진 모둠벌초에는 70여명이 참석해 벌초를 했다.

이 때문에 무덤들이 한 곳에 모여 있으면 하루에 끝낼 수 있지만 여러 곳에 흩어져 있으면 2~3일씩 걸리기도 한다. 벌초를 한 뒤에는 묘소에 간단히 제물을 차려 헌작하고 절한다. 모둠벌초를 하고 난 이후 직계 조상의 묘를 벌초하는 ‘가지벌초’, ‘개인벌초’, ‘가족벌초’를 별도로 하기도 한다.

제주에서 벌초 문화는 점점 옅어져 가는 다른 세시풍속과 달리 여전히 강력하다. 학교나 직장 등의 이유로 타지에 나가 살고 있더라도 모둠벌초만큼은 반드시 제주로 돌아와 참석해야 한다. 한 집에 한 명 이상 참석해야 하며, 벌초와 추석 모두 참석할 수 없다면 벌초를 선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바쁜 일정으로 불가피하게 참석하지 못한다면 일정액의 경비를 내거나 벌금이라도 내야 한다. 제주 속담에 ‘식게 안 한 건 몰라도, 소분 안 한 건 놈이 안다(제사를 지내지 않은 것은 몰라도 벌초를 하지 않은 것은 남이 안다)’ ‘추석 전에 소분 안 하민 자왈 썽 멩질 먹으레 온다(추석 전에 벌초하지 않으면 조상이 덤불을 쓰고 추석 먹으러 온다)는 말이 있을 만큼 벌초를 중요하게 여겼다.

예전에는 모둠벌초일인 8월1일을 ‘벌초 방학’으로 정해 학교마다 임시 휴교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학사일수 관리 등을 이유로 사라졌다. 제주의 모둠벌초 문화는 조상을 반드시 돌봐야 한다는 효 사상과 문중의 단합, 혈연 중심의 강한 공동체 의식을 드러내는 제주 특유의 문화로 손꼽힌다.

■집집마다 ‘멩질 먹으러’ 방문

제주에서는 설을 ‘정월멩질’, 추석을 ‘팔월멩질’이라고 한다. 설과 추석에는 여러 친족집에 인사하러 가는데 이를 제주방언으로 ‘멩질 먹으레 간다’고 한다. 아침 일찍 친척들이 모여 순번을 정해 집집마다 방문하며 차례를 지내고, 마지막으로 종손 집에 집결해 제를 지낸다. 미리 벌초를 한 만큼 추석 당일에는 성묘를 가지 않는다.

본제사를 하기 전 문전제(門前祭·문을 지키는 문전신에게 지내는 제사)를 지내는 것도 제주만의 독특한 문화다. 문전신은 집안을 드나드는 곳에 좌정하며 집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지켜보는 신으로 알려졌다. 토속신에게 지내는 제의인 만큼 유교식 제사법이 아니라 무속 의례에서 유래됐다. 차례와 제사, 집안에 혼사가 있을 때도 지낼 정도로 문전제를 중요하게 여겼다.

차례상은 다른 지역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논 농사 중심의 육지부와 달리 밭농사를 주로 하는 제주에서는 제수와 차림 종류, 규모가 작은 편이다. 육지부는 추수 후 한가한 시기이지만 제주는 농작물을 수확하거나 겨우내 먹일 소꼴을 베는 등 농사일에 여념이 없는 때이기도 하다.

제상에는 옥돔에 미역을 넣은 옥돔국을 주로 올린다. 떡 대신 카스테라나 롤케이크, 찐빵이 등장하는 것도 제주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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