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취준생한테 명절은 부담을 넘어 공포 그 자체에요. '취업했냐' 묻는 어른들에, 또래 사촌들이 대기업에 취직이라도 성공한 날에는 비교대상이 되기 일쑤니까요. 이번 추석엔 다행히 공개채용 서류 마감일이 연휴랑 겹쳐서 친지 모임에 안 갈 명분이 생겼죠. 내년 설 연휴 전까지 취업하는 게 제 목표입니다"
20대 취업준비생 A씨의 한탄이다. A씨와 같은 상황에 놓인 취준생들은 다가온 추석 연휴가 두렵다. 19년 만에 최악의 청년실업률(11.5%)을 기록하면서 취준생들이 '명절포비아(공포증)'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잡코리아·알바몬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취준생 절반 이상이 이번 추석 연휴 맞이 친지 모임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친지들과의 만남이 불편하고 부담스럽다'는 이유가 가장 컸고, '현재 나의 상황이 자랑스럽지 못해서'라는 이유가 그 뒤를 이었다.
지난해 추석 연휴 당시 가족모임에 참석했던 이들 가운데 '참석을 후회했다'고 답한 비율은 67.7%에 달했으며, 직업별로는 취준생이 74.5%로 가장 높았다. 직장인(69.4%)이나 대학생(49.4%)과 비교해도 현저히 높은 수치다. 후회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덕담을 가장한 친척어른들의 잔소리와 참견'이 53.8%로 가장 높았고, '주머니 사정으로 넉넉히 챙기지 못한 용돈과 선물'이 2위에 올랐다.
또 취준생 중 73.6%는 '언제 취업할거니?'란 질문이 가장 듣기 싫은 말로 꼽혔고, '살 좀 빼라(30.9%)'와 'OO이는 어디에 취업했다더라(18.8%)'가 각각 2위와 3위로 꼽혔다.
특히 이번 추석 연휴에는 삼성, 포스코, SK, KT 등대기업들의 공개채용 서류 마감일이 맞물리면서 가족 모임 대신 학원이나 독서실 등을 찾는 취준생들이 더욱 많아졌다. 사교육업계에서는 이를 '명절대피소'로 명명하고 연휴 중 학원 일부를 개방해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고 있다. 전국 7개 학원에서 연휴마다 1000명이 넘게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