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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글쟁이’ 보험인, 콘텐츠 회사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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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국문학 박사를 꿈꾸던 늦깎이 대학원생이 보험 전도사가 된 이유는 단 하나, '결혼' 때문이었다. 그전까지 보험은 사기라고 생각해 보험상품 하나 가입하지 않았던 그다. 금융회사 취업은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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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김진수 인스토리얼 대표. 2019.04.02 mironj1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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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가정을 꾸리면서 안정적인 직장이 필요했다. 운전면허증 말고 변변한 스펙을 갖추지 못한 그에게 친구들은 손해보험사 취업 준비를 권했고, 그는 국문학도로서 자신 있는 ‘읽기’ 능력을 십분 발휘해 10년치 손해보험산업 논문을 달달 읽고 외워버렸다. 결과는 국내 손보업계 1위 ‘삼성화재’ 취업 성공. 보험 콘텐츠 플랫폼 ‘인스토리얼’을 운영하는 파인베리컴퍼니의 김진수(34) 대표 이야기다.

◆ 잘나가던 지점장, ‘책’ 집필 후 퇴사

김 대표는 삼성화재에서 꽤 잘나가는 ‘지점장’이었다. 100여 명의 설계사를 이끌며 그가 주안점을 둔 부분은 ‘인당 생산성’이다. 그는 또다시 ‘읽기’ 능력을 내세워 ‘보험약관’ 공부에 매진했다. 김 대표는 “생각보다 영업관리자, 설계사들이 약관을 읽지 않는다”며 “약관을 읽으면서 효과적으로 상품을 연구하고 영업 계획을 마련할 수 있다. 본사에 공유했을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고 소회했다.

하지만 보험산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강한 불신에 한계를 느꼈다. 그는 “보험은 누군가에게 필요한 상품이지만 금융감독원 민원 1위를 놓치지 않을 정도로 이미지는 좋지 않다”며 “더 많은 사람에게 보험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책을 써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시작은 자동차보험이었다. 김 대표는 “상당수 가입자가 자동차보험은 저렴한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배상 능력이 없는 사람이 보험까지 잘못 가입해 사고를 내면 수십억원대 빚쟁이가 될 수 있다. 특히 자동차 사고는 피해자가 무한대로 늘어날 수 있어 현명한 설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대인·대물 배상한도를 최고로 높이는 것. 이렇게 해도 가입자가 더 내야 하는 보험료는 연간 5만~6만원에 불과하다.

김 대표는 설레는 마음으로 회사로부터 출판 승인을 기다렸다. ‘인세 포기’ 선언에도 회사는 출판을 허락하지 않았다. 회사냐, 책이냐 선택의 기로에서 그는 책을 택했다. 입사 5년 만에 퇴사. 이렇다 할 계획은 없었다. 김 대표는 “ ‘책을 내면 어떻게 되겠지’ 했다”며 “아내도 내 선택을 지지해 줬다. 책 쓰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굶어죽이진 않겠구나’ 한 것 같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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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김진수 인스토리얼 대표. 2019.04.02 mironj1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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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스토리얼, ‘설계사→소비자’ 정보 확산 기대

책에 대한 독자 반응은 좋았다. 2016년 말 출판된 책은 현재 4쇄(8000부)를 찍었다. 그는 “어느 손보사가 주최한 자동차보험 강의를 들으러 갔다가 영업관리자 한 분이 저에게 제가 쓴 책을 추천해 주셨다”며 “내가 저자인 줄 모르시기에 ‘제가 김진수입니다’ 하고 책장을 펼쳐 사인을 해드렸다”고 에피소드도 전했다.

보험업에 종사하지 않는 독자들이 보낸 메일도 행복한 경험이다. 김 대표는 “책을 보고 다이렉트 방식으로 설계해 봤는데 첨언해 달라는 메일이 많이 들어왔다”며 “사실 일반인들이 볼지 확신이 없었는데 메일을 받아 보니 기분이 참 좋더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경험들이 ‘인스토리얼’의 거름이 됐다. 김 대표는 “직접 상품을 설계하는 현명한 소비자가 점차 늘어나는 상황에서 콘텐츠 사업은 승산이 있겠다 싶었다”며 “보험업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깨기 위해서도 보험사가 소비자와 최대한 균등하게 정보를 나눠 갖고 건전하게 수익을 낼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글쓰기에 자신이 있다는 점도 한몫했다. 김 대표는 “이러한 생각에 공감하는 계리사, 설계사도 많지만 상당수가 글을 쓰는 것을 어려워한다”며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들과 소비자들 사이에서 올바른 정보를 쉽게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해야겠다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인스토리얼이 선보이는 모든 콘텐츠의 중심은 ‘책’이다. 그는 자동차보험 책을 기초로 강의, 동영상, 칼럼 등 형태로 정보를 확산하고 있다. 최근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자동차보험에 대한 강의를 시작했다. 화재보험에 대한 책도 출판하면서 다루는 보험 분야도 점차 넓히고 있다. 타깃은 설계사다. 김 대표는 “국내 보험시장은 설계사가 중요한 유통망이기 때문에 고객에게 쉽고 친근하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며 “또 설계사가 세금, 노무 등 부가적인 업무가 아닌 ‘설계’에서 전문성을 갖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꿈은 소액·단기보험만 취급하는 단종보험사 설립에 이어 소비자를 위한 보험의 기준을 제시하는 회사가 되는 것이다. 김 대표는 “ ‘인스토리얼’ 하면 신뢰할 수 있는 보험의 기준을 제공한다는 인식이 떠올랐으면 좋겠다”며 “맛집 리뷰, 시승기처럼 소비자가 보험상품에 대한 가치 판단을 할 때 큰 도움을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milpar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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