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볼턴과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
해임 사유 1번이 대북 외교 진전 방해
걸림돌 제거로 비핵화 진전 기대 비춰
볼턴 리비아모델 적용 빅딜론 완화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백악관 회견에서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 해임한 이유로 "김정은에 리비아 모델을 언급하는 큰 실책을 저질렀다"고 설명했다.[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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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매우 자격있는 5명 후보 검토 중"…비건도 포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을 전격 해고한 첫 번째 이유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리비아 모델을 언급하는 "아주 큰 실수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핵 개발을 포기한 뒤 수년 뒤 반군 살해당한 리비아 국가원수 "(무아마르) 카다피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보라"고 하면서다. 당초 아프가니스탄 탈레반과 캠프 데이비드 비밀 협상을 누설한 게 해임 사유로 알려졌지만, 자신의 대북 외교를 방해했기 때문이라고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전자담배 규제 관련 백악관 회견 도중 "무엇이 볼턴과 결별하도록 만들었나"라는 질문에 "그는 몇 가지 매우 큰 실수를 저질렀다"며 "그가 김정은에게 리비아 모델을 이야기했을 때, 해서 좋은 말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카다피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가 리비아 모델을 말한 건 우리에게 아주 심한 차질을 빚었다"며 "정말 재앙이었다"라고 했다. "리비아 모델과 함께 카다피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지를 살펴보면 그걸 이용해 북한과 거래를 할 수 있겠느냐"며 "김 위원장이 그 이후 존 볼턴과 아무 것과 하지 않기를 원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런 말을 하는 건 터프함의 문제가 아니라 현명하지 않았던 게 문제"라고도 거듭 비난했다.
실제 볼턴 전 보좌관은 지난해 5월 북한 비핵화 방식으로 리비아 모델을 요구해 6·12 1차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무산시킬 뻔했다. 그는 "비핵화 방식으로 리비아 모델을 많이 고려하고 있다"며 "북핵의 영구적 폐기는 (리비아처럼) 핵무기를 해체해 미 국립 오크리지 연구소로 가져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북한은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최선희 부상이 잇따라 성명을 내고 "리비아나 이라크(사담 후세인)의 운명을 존엄 높은 우리 국가에 강요하려는 심히 불순한 기도의 발언"이라고 반발하며 싱가포르 회담이 취소될 위기까지 가기도 했다. 리비아 모델은 북한에 비핵화하면 체제 안전이 위협받는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카다피는 2003년 말 핵 및 대량살상무기(WMD) 포기를 선언한 뒤 이듬해 25톤 분량의 우라늄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와 핵 원료를 박스째로 오크리지 연구소로 실어 보냈다. 이어 7년 만인 2011년 10월 '아랍의 봄' 때 카다피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군의 지원을 받은 반군에 의해 살해됐다.
볼턴은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 2월 하노이 정상회담에선 생화학무기를 포함한 전체 대량살상무기 선폐기를 담은 문서를 김 위원장에 내밀어 회담 무산을 불렀다. 소위 빅딜론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거리를 두면서 미국이 향후 협상에서 보다 유연한 입장을 보일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의 리비아 모델에 이어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2002년 이라크전쟁을 벌인 사실을 지적했다. 이라크전을 최악의 실패로 보고 미국이 세계 경찰 노릇을 해선 안 된다는 자신의 신념과 반대라는 것이다.
그는 "존은 강한 남자(Mr. Tough Guy)지만 너무 강해서 우리를 (2002년) 이라크(전쟁)로 끌어들였다"며 "이라크에 개입한다는 건 존에게 매우 강한 믿음이지만 우리는 중동에서 7조 달러를 넘게 썼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민간인 신분이었지만 처음부터 그 결정에 반대했다"며 "그것은 끔찍한 실책이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10여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거기에 있다"며 "우리는 경찰 노릇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내가 검토 중인 매우 자격을 갖춘 다섯 명의 후보가 있다"고 밝혔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폭스뉴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펜스 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인 키스 켈로그 예비역 중장, 브라이언 훅 이란 특별대표 리키 와델 전 NSC 부보좌관의 이름을 내게 말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다른 소식통을 인용해 "로버트 오브라이언 대통령 인질 담당 특사와 스티브 비건 대북 특별대표도 후임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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