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까지 누적 판매 9957대…4년 연속 '1만대' 목전
불매 장기화 땐 기세 꺾일 듯, 8자리 번호판도 변수
2018년 10월 출시된 렉서스 코리아 '뉴 제너레이션 ES300h'. 2018.10.2/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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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상훈 기자 = 일본산 불매운동 여파로 일본차 브랜드들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 고급차 브랜드 렉서스는 4년 연속 연간 판매 1만대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최근 불매운동으로 타격을 입긴 했지만 아직은 견딜만하다는 평가가 렉서스코리아 안팎에서 나온다. 토요타·혼다·닛산 등 일본 범용차 브랜드의 경우 판매 급감에 시달리고 철수설마저 나오는 것과 비교된다.
렉서스가 여전히 기세등등한 데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판매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서울 강남 3구의 꺾이지 않은 수요, 오랜 기간에 걸쳐 장악한 프리미엄 하이브리드 시장에서의 아성, 벤츠·BMW보다 싸지만 국산 범용차보다는 비싼데 따른 과시용 심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렉서스의 승승장구가 계속 이어질지 예단할 수 없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1일 개각에서 강경 보수파 인사를 전면에 내세워 한일 갈등 장기화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이달부터 새로 등록하는 차량은 기존의 7자리 번호판이 아닌 8자리 번호판을 달아야 한다.
특히 번호판 변경으로 불매운동 이전(7자리 번호판)과 이후(8자리 번호판) 구매한 일본 차량을 단번에 식별할 수 있게 됐다. 주변의 눈총을 의식한다면 일본차 신규 구매를 꺼릴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일본차에 달린 8자리 번호판을 '매국노 번호판'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보이콧 재팬'이 장기화할 경우 승승장구한 렉서스라도 휘청거릴 수 있고, 지난 2010년부터 9년 연속 이어져온 연간 판매량 증가세도 올해를 기점으로 확연히 꺾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12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렉서스는 8월 한 달간 603대를 판매하며 일본차 브랜드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대비해도 7.7% 증가해 유일하게 판매 성장세를 나타냈다.
렉서스는 누적 판매에서도 8월까지 9957대를 판매해 1만대 판매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해 11월 1만대 판매를 돌파한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2개월가량 앞당긴 셈이다.
이로써 지난 2016년 처음으로 1만대 판매를 돌파한 이후 4년 연속 연간 1만대 판매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렉서스는 지난 2010년 이후 작년까지 8년 연속 판매량을 확대해 왔다. 지난해엔 1만3340대로 한국 시장 진출 이래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지난 2003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렉서스는 이후 오랜 기간 하이브리드차 시장을 파고들어 판매량을 늘리고 아성을 구축했다. 마침 디젤 선호도가 떨어지며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가 대중적 인기를 끌면서 고급차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렉서스의 지위는 더욱 공고해졌다.
실제 올 상반기 수입 자동차 시장에서 디젤차는 전년 대비 49.0% 줄어든 3만2981대 판매에 그친 반면 하이브리드차는 1만6561대로 전년 대비 36.1% 늘었다. 렉서스의 대표적인 하이브리드 모델 ES300h는 올해만 8월까지 6012대 팔리며 전체 판매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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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매운동에도 불구하고 렉서스가 버텨내는 건 출시 물량의 절반가량을 사들이는 강남3구의 든든한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렉서스의 서울 판매량 중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가 차지하는 비중은 41.0%에 달한다. 토요타 32.1%, 혼다 26.7%, 인피니티 36.6%, 닛산 29.8%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은 수치다.
다만, 렉서스가 일본 범용차에 비해 타격은 적게 받았지만, 불매운동에 조금씩 흔들리는 모습도 확인된다. 지난 8월 판매량(603대)이 일본차 중 유일하게 전년 대비 증가했지만, 전년 동월 판매량이 워낙 적었던데 따른 기저효과라는 분석이다.
또 이미 전월로 비교하면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난 7월(982대)에 비해서 판매량은 38.6% 줄었다. 불매운동 시작 전인 6월(1302대)과 비교하면 53.7% 판매가 감소했다.
전체 판매를 견인해온 주력 모델 ES300h 판매량도 올해 1월만 해도 1196대에 달했고, 불매운동 직전까지도 월평균 820대 정도 판매됐지만, 7월 657대, 8월엔 440대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이달부터 시행된 8자리 번호판이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9월부터 새로 등록한 차량의 번호판은 기존 7자리에서 8자리로 바뀌는데 문제는 새 번호판 시스템이 반일운동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국내 유명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8자리 번호판을 달고 있는 일본차 소유주들은 불매운동 이후 차를 구입했다며 새 번호판을 '매국노' 식별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글들이 올라와 있다.
8자리 자동차 번호판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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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그간 렉서스의 주 고객층이 타 브랜드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굳이 눈총을 받으면서 일본 브랜드를 고집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상품성과 브랜드가치를 따졌을 때 좀 더 웃돈을 주더라도 유럽 고급차로 수요가 옮겨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독도 영유권 분쟁, 일본 위안부 피해배상, 역사교과서 문제 등으로 한일갈등이 발생했을 때도 판매량엔 큰 변화가 없었는데 이번엔 다르다"며 "한일관계가 개선된다 해도 그 잔상은 장기간 이어질 수 있어 일본차들의 신규고객 창출에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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