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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1 (목)

차기 EU수장, 트럼프 맞설 저격수 전면배치…경기침체 우려에 돈풀기 태세(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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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집행위원장 당선자가 1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본부에서 차기 집행위원단을 공개하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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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택스 레이디(Tax Lady), 보호주의 저격수의 전면 배치."


차기 유럽연합(EU) 행정부 수반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당선자가 오는 11월1일 집행위원단 출범을 앞두고 그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술 대기업의 시장 지배력 남용 등을 노골적으로 저격해온 인사들을 최전방에 세웠다. 중국에 이어 EU를 타깃으로 전선을 확대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맞서 사실상 무역ㆍ기술전쟁으로 맞붙을 진용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적으로는 경기둔화 우려가 확산하는 가운데 회원국들이 돈을 풀어 경기부양에 나설 수 있도록 그간 금과옥조로 여겨온 '3%룰' 재정준칙을 완화할 수 있다는 신호를 내비쳤다. 독일 등 주요 경제국과 유럽중앙은행(ECB)도 돈 풀기에 나설 준비 태세를 보이고 있다.


◆차기 집행위원단 명단 살펴보니=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폰데어라이엔 당선자는 10일(현지시간) 브뤼셀 본부에서 오는 11월 공식 출범하는 차기 집행위원단 27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EU가 다자주의의 수호자가 되길 바란다"고 밝힌 그는 주요 요직인 경쟁담당 집행위원에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위원을 유임하는 한편, EU 디지털 정책을 담당하는 수석 부위원장직까지 겸직하도록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택스 레이디' '미국을 싫어한다'고 공격했던 베스타게르 위원은 구글, 애플 등 미 기술 대기업에 잇따라 사상 최고 수준의 과징금을 물린 인물이다.


새 무역수장인 무역담당 집행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주의를 노골적으로 비판해온 필 호건 현 농업담당 집행위원이 이름을 올렸다. 아일랜드 출신인 그는 공영방송 RTE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행보가 잘못됐음을 알 수 있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며 향후 미국과의 무역마찰을 예고했다. 특히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EU를 안보상 위험으로 묘사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거듭 토로했다.


FT는 "호건 위원이 전임자와 달리 타협적이지 않은 접근법을 갖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싫어하는 베스타게르 위원에게 강력한 힘을 실어준 것도 대서양 동맹 간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는 11월 중순께 예정된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EU 자동차 관세 부과 결정, 에어버스 보조금 관련 갈등, 디지털세 부과 등을 놓고 양측 간 마찰이 심화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향후 EU 차원의 디지털세 부과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보복대응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매체는 "EU를 압박하는 트럼프 행정부에 맞서 마음을 단단히 먹은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폰데어라이엔 당선자는 이날 "미국과의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자기주장을 더 높이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를 재정의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이웃이 되겠다"고 유화적 발언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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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폰데어라이엔 당선자는 앞서 집행위원장 후보로 거론됐다가 낙마한 프란스 티메르만스 집행위 부위원장을 그린뉴딜 수석부위원장으로 선임했다. 경기침체 우려에 대응하기 위한 경제수장(경제담당 집행위원)으로는 파올로 젠틸로니 전 이탈리아 총리를 택했다. 젠틸로니 전 총리는 EU와의 예산안 갈등이 재발하지 않게끔 조율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스스로 어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는 향후 EU가 재정준칙을 완화, 회원국들로 하여금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정책의 역할을 확대하도록 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경기침체 우려에 너도 나도 부양책 준비 채비=한 외신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EU가 조만간 재정수지적자 3%, 일반정부 채무비율 60%를 골자로 한 재정준칙을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하자 회원국들로 하여금 경기부양을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행보다. 유럽재정위기 이후 재정준칙을 더욱 엄격하게 요구해왔던 EU집행부조차 통화정책만으로는 성장 둔화 우려를 가라앉히기 힘들다고 판단한 셈이다.


새 연립정부 출범을 앞둔 이탈리아는 경기침체에 대응해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치겠다는 방침이지만, 막대한 부채로 인해 EU 재정준칙 부담이 큰 상황이다. 지난해 처럼 또 다시 예산안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질 경우 유럽 금융시장에도 직격탄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탈리아 경제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기술적 경기침체에 돌입했다. 현재 새 내각은 내년 재정적자를 GDP의 2.3%로 당초 목표보다 0.2%포인트 높이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서는 EU의 기조 변화가 절실하다.


EU 내에서는 재정부양 여력이 충분한 독일 등이 앞장서 돈 풀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재정준칙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공공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그림자 예산을 검토 중인 것으로 보도됐다. 베티나 하겐도른 독일 재무부 차관은 전날 의회에 보낸 서신에서 "전반적 경제상황, 해외요인으로 인해 조정이 필요할 경우, 2023년까지 균형 예산을 유지하겠다는 당초 계획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균형 재정을 포기하면서까지 돈 풀기에 나서겠다는 뜻을 공개한 것이다. 다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균형 예산을 포기한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재정 균형 목표를 고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은 2020년 재정지출 계획을 11일 발표할 예정이다.


중앙은행도 돈 풀기에 시동을 걸고 있다. 시장에서는 오는 12일 통화정책결정회의를 마지막으로 8년간의 임기를 마무리하는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예금금리 인하 등 완화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자산매입프로그램을 재개하기에 현재 유로존 경제지표가 그만큼 나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추가 완화정책은 11월 차기 EU집행위원회와 함께 취임하는 차기 ECB 수장의 몫으로 남겨놔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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