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고 볼턴 보좌관의 발언을 듣는 트럼프 대통령 |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백악관 안보 사령탑인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의 경질 이유를 '강한 의견 충돌'이라고 밝히면서 두 사람이 어떤 문제를 놓고 대립했는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에서 "나는 그의 여러 제안에 대해 강하게 의견을 달리했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견해차가 있었는지는 밝히지 않았으나, 뉴욕타임스(NYT)와 AFP 통신은 두 사람이 여러 국제 문제를 놓고 수차례 갈등을 빚었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볼턴 보좌관은 북한·이란·아프가니스탄·베네수엘라·러시아 등 미국과 긴장 관계에 있는 5개국에 관한 문제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파열음을 내왔다고 이들 매체는 지적했다.
"트럼프 'NSC팀 무시' 가속화"…'볼턴 패싱' (CG) |
◇ 북한에 손 내민 트럼프 vs '대북 강경파' 볼턴
NYT와 AFP에 따르면 북한과 미국 사이의 긴장 완화를 주요 외교 성과로 삼고자 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에 대해 강경 노선을 오랜 기간 고수해온 볼턴 보좌관의 갈등은 최근 더욱 두드러졌다.
지난 5월 북한의 두 차례 미사일 발사와 관련, 볼턴 보좌관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성토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회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의미를 축소하며 '공개 면박'을 줬다.
이어 6월 말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해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북한 땅에 발을 디딘 뒤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났을 때도 볼턴 대통령은 현장에 동행하는 대신 몽골로 향해 '볼턴 패싱' 논란이 불거졌다.
◇ 이란과 대화로 돌아선 트럼프 vs 폭격 불사한다는 볼턴
볼턴 보좌관은 취임하기 전부터 이란을 견제할 목적으로 '폭격'까지 불사하겠다는 초강경 입장을 펴 왔다.
트럼프 대통령도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시절인 2015년 체결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지난해 5월 탈퇴한 뒤 잇따라 제재 조치를 복원할 때까지만 해도 대이란 정책만큼은 볼턴 보좌관과 궤를 같이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이란이 미군 무인기를 격추한 데 대해 보복 공격에 나서야 한다는 볼턴 보좌관의 주장을 거부하며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의 만남 가능성을 열어놓는 등 외교적 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슈퍼 매파'인 볼턴이 이런 노선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 아프간 전쟁 끝내려는 트럼프 vs '탈레반과 협상은 없다'는 볼턴
이날 전격 경질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된 것은 아프가니스탄 문제 해법을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의 정면 충돌이다.
두 사람은 아프가니스탄 무장반군 탈레반과의 평화협정 문제를 두고 큰 이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일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 탈레반 지도자 등을 비밀리에 초청해 협상하려다가 회동을 하루 앞두고 전격 취소한 사례가 이런 갈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 등은 탈레반과의 협상 없이 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고 주장해온 볼턴 보좌관 측이 언론에 비밀 회동 사실을 유출한 것으로 보고 이를 '내부 반발'로 간주하며 격분했다고 미 언론들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존 볼턴 NSC 보좌관 (PG) |
◇ 끄떡없는 마두로에 트럼프-볼턴 사이만 '흔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몰아내기 위해 올 초부터 펼쳐온 미국의 노력에 즉각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자, 볼턴 보좌관에게 실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달에도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더욱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지금이 행동할 때"라고 말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관련 전략에 의구심을 가져온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보좌관을 독대한 자리에서 베네수엘라 정권교체를 지나치게 쉽게 생각한 것 아니냐며 질책한 바 있다고 AFP는 다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 볼턴 '러시아와 맞선 우크라이나 원조하자'…트럼프는 '미적지근'
NYT에 따르면 볼턴 보좌관은 지난달 러시아 및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친(親) 러시아 분리주의자들에 맞서는 우크라이나에 원조를 약속했으나, 백악관은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백악관은 우크라이나 정부에 지원하는 군사 원조 프로그램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측근들에게 우크라이나 정부가 부패한 것으로 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 자체를 극도로 싫어하는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문제도 입에 올린 바 있다고 NYT가 전했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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