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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툰내나는 뉴스]‘쌉니다 디플레마트’ 물가가 떨어지면 우리에게 좋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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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1965년 이래 첫 마이너스

전문가들 "한국 경험 못해본 디플레 올 수 있다" 우려

디플레는 기업·개인에게 어떤 영향으로 다가올까


다만 태풍 ‘링링’의 영향으로 과일, 채소 등 가격이 다시 폭등할 조짐을 보이고, 가공식품이나 선물세트 가격도 올라 저물가를 단정 짓긴 무리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8월 체감물가를 봐도 2.1%로 2013년 10월 이후 소비자물가지수와는 가장 큰 폭으로 차이나 실제 물가가 떨어졌다는데 이를 체감했다는 목소리는 듣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나라의 저물가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지적합니다. 일각에선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9년과 유가 폭락 및 메르스 사태가 겹친 2015년 때를 떠올린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앞서 지난 3일 통계청이 내놓은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0.038%)를 기록했습니다. 가격이 내려가면 소비자에겐 좋은 일이라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디플레이션이란 우리 경제가 쪼그라들기 시작했다는 의미거든요. 한국은 지금까지 디플레이션을 경험한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디플레이션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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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물가가 떨어지면 싼 값에 물건을 살 수 있으니 좋은 것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당장은 지갑 사정에 유리해 보여도 경제 전체를 갉아먹는 것이 바로 디플레이션이거든요. 물가가 하락할 경우 소비자들은 앞으로 가격이 더 하락할 것을 기대해 소비를 뒤로 미룹니다. 평소 1개 사던 걸 값이 싸졌다고 5개, 10개 사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소비량이 느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게 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물건 값이 내린 데다 소비량도 늘지 않아 이윤이 떨어지고 재고가 쌓이다 보니 새로 물건을 만들지도 못합니다. 공장 가동을 줄이고 투자를 줄이다가 이마저 여의치 않으면 인력을 감축하고 회사 문을 닫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는 개인소득의 감소, 경기 침체 등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디플레이션은 부채의 가치를 증가시켜 부채 상환을 더욱 어렵게 만듭니다. 한국은행은 올해 2·4분기 말 기준 가계 부채가 1,556조1,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고 밝혔습니다. 물가 하락으로 현금 가치가 커지고 실질 금리가 올라가면 상대적으로 빚 부담이 커집니다. 빚 상환을 위해 가계나 기업의 자산을 매각하면 자산이 하락하고 경기 침체로 이어집니다. 악순환의 반복인 겁니다. 이것이 바로 ‘D의 공포’입니다.

미국의 경우 1875년부터 1896년까지 약 20년간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해 ‘대물가 하락 기간’을 겪었습니다. 일본은 9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물가가 거의 상승하지 않거나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악성 디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지난 20년간 온갖 부양책을 동원해왔지만 백약이 무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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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이야기인 줄 알았던 디플레이션. 압축성장을 통해 속도감 있게 발전해온 우리나라가 이제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한다는 것은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과거의 방식으로 돈을 찍어내 침체에서 벗어나는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의미죠. 경제 활력을 높이기 위해 과감한 규제혁신과 새로운 정책조합을 통해 돌파구를 찾아야 합니다. 내년에 513조5,000억원의 슈퍼예산을 간 크게 편성한 정부가 귀담아 들어야 할 지적 아닐까요?
/정수현기자 valu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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