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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65℃고온서 살아남았다···골든레이호 어둠속 지옥 41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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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미국 해안경비대(USCG)가 미국 동부 해안에서 전도된 현대글로비스의 자동차운반선 골든레이호 안에 갇혀 있던 마지막 한국인 선원을 구조하고 있다. [액션뉴스잭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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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부 해안에 전도된 자동차 운송선 '골든 레이호'에 갇혔다가 41시간 만에 구조된 한국인 선원 4명은 열악한 조건 속에서 살아 돌아온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AP통신은 10일(현지시간) 구조에 참여한 구조업체 대표 등의 인터뷰를 인용해 고립됐던 선원들이 구조 전 처했던 상황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고립된 선원 4명은 안전한 곳으로 옮겨지기 전까지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어둠과 뜨거운 열기, 깊은 물 속에서 41시간을 기다렸다. 이들이 있던 선박 하부 기관실은 물이 들어찬 상태였다. 선원들은 깊은 물 위에 있는 파이프와 난간 위에서 사투를 벌였다. 특히 32℃까지 오른 외부 온도로 인해 선체 내부는 65.5℃까지 올랐고, 매연까지 가득 차 숨쉬기 힘든 악조건에서 버텨야 했다.

구조작업에 참여한 인양업체 '디파이언트 마린'의 팀 페리스 대표는 4명의 선원이 지옥 같은 조건에서 살아남았다며 "이들은 인간이 처할 수 있다고 상상 가능한 최악의 상태에 있었다"고 말했다. 또 "이들은 암흑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지 못한 채 화재와 선박 전도 등에서 살아남았다"며 "기관실의 온도는 지옥과 같았다. 깊은 물 위에서 버티기 위해 미로 같은 배관과 장비를 따라 어둠 속에서 붙잡을 것을 찾아야 했다. 그들은 녹초가 돼 가고 있었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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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부 해안에 전도된 자동차 운송선 '골든 레이호' [AP=연합뉴스]



선원들은 자신들의 위치를 알리기 위해 밤새 선체를 두드렸다. 다행히 그들의 생존 신호를 미국 해안경비대가 들을 수 있었고, 구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선원들의 위치를 파악한 구조대는 7.6㎝ 크기의 구멍 세 개를 뚫어 음식과 물 외에 라디오, 플래시 라이트, 전해질 아이스크림을 전달했다. 특히 더위를 이기기 위해 얼음 주머니도 건넸다. 이후 구조에 필요한 사다리를 넣을 정도로 큰 철판을 떼어내기 위해 40개 이상의 구멍을 나란히 뚫었다. 이 작업에 몇 시간이 소요됐다.

진입구 근처에 함께 모여있던 3명보다 멀리 떨어져 있던 마지막 구조자는 더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진입구에서 55m 떨어진 통제실에 갇혀 있었는데, 선박이 90도가량 기울어진 탓에 구조를 위해 12m를 기어올라야 했다.

구조 대원들도 마지막 선원을 구조하기 위해 위험천만한 순간을 경험했다.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찬 선박으로 진입하기 위해 인공호흡기를 착용해야 했고, 선박 진입 후에도 몇 차례 실패를 거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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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글로비스 골든레이호 구조작업.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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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스 대표를 비롯해 인양 전문가 실비아 테부트 등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선원들이 선박 밖으로 나온 순간을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선원들이 밖으로 나올 때 거의 탈진해 있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 해안경비대는 선원들 모두 구조된 뒤 환경 피해를 막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사고 직후 브런즈윅 항구를 폐쇄하고 현재는 부패하기 쉬운 물품을 실은 선박만 입항을 허용하고 있다. 나머지 선박은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의 찰스턴 등 인근 항구를 이용하도록 했다. 또 선박이 전도된 바다에는 약간의 기름 윤택이 있어서 해안경비대가 흡착제로 이를 빨아들이고 있다. 해안경비대는 "선박의 연료 저장소가 새고 있다는 징후는 없다"며 "물에 빠진 연료통이나 배에 실린 차량에서 나온 것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AP통신은 골든 레이호를 이동시키는 데는 수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i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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