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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아베 정권 오늘 개각, 강경파 포진해 한·일관계 악재…'개헌 사무라이' 전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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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료 19명 중 17명 물갈이…13명이 첫 입각

아베 포함 각료 15명, 극우단체 일본회의 멤버

아소·스가·니카이·기시다 등 핵심 요직은 유임

강경파가 당·정 주요 포스트 장악해

아베 "새 체제서 먼지만큼도 달라지지 않아"

선대위원장에 시모무라 앉혀 개헌 세몰이

'한국 때리기' 선봉, 하기우다 문부상에

야스쿠니 참배 단골손님들 내각에 중용

고이즈미 전 총리 차남 '신지로' 첫 입각

중앙일보

지난해 10월 2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총리관저에서 열린 개각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11일 아베 정권은 지난 7월 22일 참의원 선거 결과를 토대로 개각을 단행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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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베 정권이 11일 대규모 개각을 단행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번 개각을 앞두고 일찌감치 ‘안정과 도전의 강력한 포진(布陣)’을 기치로 내걸었다. 당·정 핵심 요직은 유임(안정)시키면서, 각료 19명 중 17명을 대폭 물갈이(도전)했다. 그중 13명은 첫 입각으로 정권 출범 이후 최대 규모다.

예상대로 아베 정권을 견인해온 아소 다로(麻生太郎) 부총리 겸 재무상,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조회장은 자리를 지켰다. 9선 중진으로 당내 신망이 높은 스즈키 슌이치(鈴木俊一) 올림픽 담당상이 총무회장에 올랐다.

목표는 선명하다. 지난 7월 22일 참의원 선거 승리 여세를 몰아 숙원인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아베 총리의 집념이 이번 개각에 농축돼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개헌 사무라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측근 강경파들이 당·정 주요 포스트를 장악한 모양새다. 개헌 논의에 소극적인 여당 의원들에게 ‘직장 포기’라는 막말을 쏟아냈던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문부과학상을 당 4역인 선대위원장에 앉힌 게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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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정권 개각 후 당·정 주요 인사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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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대 강’ 대립이 지속되고 있는 한·일 관계에도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아소 부총리를 필두로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 스가와라 잇슈(菅原一秀) 경제산업상,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문부과학상,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무상 등 아베와 가까운 강경파 인사들이 내각에 포진했다.

실제 이날 아베 총리는 개각 후 기자회견에서 "국가 간 신뢰를 해치는 행위가 유감스럽게도 계속되고 있다"며 "정부로서는 국제법에 의해 한국 측의 적절한 대응을 요구한다는 방침은 새 체제에서도 작은 먼지만큼도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아베의 그림자’로 불릴 만큼 심복인 하기우다 문부상은 지난 7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발동 이후 ‘한국 때리기’의 선봉에 섰던 인물이다. 그는 한국의 전략물자 관리가 허술하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북한 유출설’을 흘려 양국 갈등을 고조시키기도 했다.

역사에 대한 반성 없는 우경화 행보도 우려된다. 개각 명단에 이름을 올린 20명 중 아베 총리를 포함 15명이 극우 단체 일본회의 소속이다. 총무상에 재기용된 다카이치는 일본회의의 핵심 멤버로 활동하면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주도하고 있다. 참의원 간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세코 히로시게의 후임으로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를 이끌 스가와라 신임 경산상 역시 야스쿠니 단골 손님이다.

경산성 출신으로 총리관저의 한국 관련 정책에 깊숙이 개입하는 이마이 다카야(今井尙哉) 정무비서관은 이번에 총리 보좌관까지 겸직하며 힘이 더 실리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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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패전일이자 한국의 광복절인 지난 8월 15일 일본 초당파 의원 모임인 '다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 50명이 야스쿠니신사를 집단 참배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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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관표 주일 대사에게 “무례하다”고 호통 쳤던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은 방위상으로 보직 변경했다. 고노의 돌발 행동으로 비교적 온건파로 분류됐던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방위상 때와는 다른 양국 안보라인 간 불협화음이 불거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각 당일 한 민방 프로그램은 정치평론가 다자키 시로(田崎史郎)를 인용해 “내각의 면면을 바꾸는 것으로 대한국 시프트(shift)를 강화했다”고 짚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차남인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38)도 환경상으로 첫 입각 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신지로는 4선 중의원으로 전후 3번째로 젊은 나이에 각료로 발탁됐다. 잘생긴 외모와 튀는 발언으로 ‘정치 아이돌’로 불리는 그는 최근엔 아나운서 출신 연예인과 결혼 계획을 밝혀 화제에 오르는 등 인기 없는 일본 정치계의 이슈 메이커다. ‘포퓰리스트’란 일각의 비판 속에 지난 8.15 종전일에는 야스쿠니를 개인 참배하는 등 우익 지지층을 의식한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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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차남으로 장래 총리 후보로 꼽히는 고이즈미 신지로 자민당 의원이 지난해 8월 15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기 위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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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두 차례나 아베 총리의 대항마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를 지지한 데도 불구하고 발탁된 것을 두고도 여러 해석이 나온다. 요미우리 신문은 “(이번 개각에서) 최대 서프라이즈다. 지명도가 높고 내각에 참신함을 어필하기 위한 노림수가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포스트 아베’ 후보군 중 한 명으로 본격적인 경쟁 무대에 올렸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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