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피자 모양 그대로 재현
반려견들에 급여…반응은 과연?
안전한 원료로 맛과 영양 잡아
1500만 '펫팸족' 소비 공략
서울 양천구에 사는 모 댕댕이가 미스터피자의 반려동물용 펫피자 '미스터펫자'를 유심히 쳐다보고 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헤럴드경제=이유정 기자] “딩동~”
우리집 ‘개족(개가족)’ 세 마리가 짖어대는 걸 보니, 피자가 도착했다. 생전 처음 시켜본 ‘펫페퍼로니 세트’였다. 주목할 부분은 페퍼로니가 아니라 ‘펫(Pet)’이란 단어다. 미스터피자는 최근 반려동물용 피자를 기획, 인간과 동물을 위한 세트 메뉴를 선보였다. 펫푸드 산업이 커지다 못해 반려견, 반려묘를 위한 피자까지 나오다니. 거진 20년을 견주로 살아온 기자는 격세지감을 느꼈다.
배달원으로부터 박스 두 개를 받아 들었다. 큰 피자는 사람의 것, 작은 피자는 개의 것이었다. ‘미스터펫자’라는, 요즘의 언어유희 트렌드를 반영한 작명이 눈에 띄었다. 앙증맞은 포장에 비주얼은 사람이 먹는 피자와 흡사했다. 다만 냉동 상태로 포장된 제품을 어떻게 먹여야 하나 잠시 난감했다.
미스터펫자 포장 박스 모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피자 냄새에 댕댕이(멍멍이를 가리키는 신조어)들은 코를 킁킁댔다. 미안하지만 사람이 먼저다. 사람 피자를 한 입 베어 무는데, 부담스러운 눈망울들이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마음 한 구석이 찔려왔다. 하지만 그들은 익숙한듯 체념하고 곧 바닥에 몸을 웅크렸다. 그 뒷모습이 ‘그럼 그렇지…’라고 말하는 듯했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리라.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펫피자 포장을 뜯었다. 박스엔 각종 안내와 주의사항이 빼곡했다. 락토프리우유, 무염버터, 쌀가루 등 반려동물의 소화 기능과 유당 분해능력까지 고려한 재료가 신뢰감을 줬다. 사람이 먹어도 좋은 원료라는데 차마 먹어보진 않았다. 또 몸무게에 따라 칼로리를 따진 급여량이 표시됐다. 기자의 댕댕이들은 4~5㎏의 소형견으로, 두당 1/7~2/7 조각(170㎉~250㎉)이 적당했다. 먹을 만큼 자른 뒤 1분 30초간 전자레인지에 해동했다. 예상과 달리 익숙한 피자 냄새는 나지 않았다.
가위를 들고 부산을 떠니 댕댕이들도 눈치챈 모양이었다. 또 눈빛이 바뀌었다. 귀신같은 놈들…. 그들에게 가장 괴롭고도 행복한 말 ‘기다려’를 시전했다. 급하게 먹어서 목에 걸릴 위험이 있으니 잘게 잘라 급여하라는 주의사항에 따랐다. 그런데 잘 먹으려나?
"어서 내놓아라 인간. 그렇지 않으면 구워서 먹으리…."호기심과 걱정도 잠시, 펫피자를 한 입 맛본 댕댕이들은 흥분했다. 잘라주는 족족 잽싸게 먹어 치웠다. 기자의 가위질이 주둥이가 마중 나오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할 정도였다. 평소에도 식탐이 많은 건 알았지만 유독 잘 먹어 신기했다. 솔직히 말하면 예상외였다. 펫피자에 가졌던 편견을 반성했다. ‘사람 보기에 좋으라고 만들었나’ 싶던 꼬인 마음을 뉘우쳤다.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는데 허풍이 아니었다. 댕댕이들도 행복하고, 나도 행복했다…. (단, 노견에게는 급여를 권장하지 않는다고 한다.)초집중격정적인 시식"아 빨리 달라고"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미스터피자는 왜 이런 (인간에겐) 무모하고 (댕댕이들에겐) 은혜로운 시도를 한 것일까. 농협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약 3조원으로, 2027년까지 6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반려동물 인구만 1500만명에 달한다. 아이를 키우듯 반려동물을 키우는 펫팸족(Pet+Family)이 소비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른 셈이다. 실제로 미스터펫자 주문은 지난 3일 출시 후 일주일간 판매 목표치의 67%를 상회했다. 추석 프로모션을 시작한 이벤트 당일 매출은 일평균의 4배 가까이 올랐다.
SNS와 유튜브 등 소셜 미디어 반응도 고무적이다. 요즘 ‘인싸템(인사이더 아이템)’의 조건이 무엇인가.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 욕구를 자극하는 비주얼이다. 미스터펫자는 회사의 실험정신만큼 소비자들의 실험정신도 북돋았다. 품질의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펫피자는 펫푸드 전문업체에서 위생적으로 조리한 완제품으로, 매장 내에선 일체의 조리 과정이 없다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미스터펫자를 담당한 미스터피자 마케팅팀 김태연 PM(Product Manager)는 “반려동물이 건강하게 잘 먹을 수 있는 맛과 영양을 생각했다”며 “사람이 보기에는 좋지만 반려동물에게 해가 되는 성분이 있다면 그것은 진정 반려인들을 배려한 제품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초토화...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kula@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