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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마이스 대진단] 적격성 심사에 묶여…글로벌 손님 다 뺏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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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예산 수년째 전체의 0.01% 수준 유명 행사, 中‧싱가포르로 발길 돌려

#한때 세계에서 가장 유명했던 마이스 산업도시 호주 시드니는 2000년대 중반부터 미국‧싱가포르‧중국 등이 앞다퉈 경쟁력 있는 마이스 시설을 건립하자 존폐 위기까지 몰렸다. 국제행사나 세계적인 전시회 행사는 매년 규모를 키워 가는데, 시드니의 전시 컨벤션센터는 이들을 모두 수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드니는 2010년 이후 170건의 컨벤션과 12건의 전시회 개최 기회를 놓쳤다. 직접적인 경제적 손실만 1억5000만 달러(약 1800억원)에 달했다. 위기감이 커지자 호주 시드니는 대대적인 투자에 나섰고, 낡은 전시컨벤션산업을 마이스 복합단지로 탈바꿈시키는 데 성공한다. 단순 전시센터에 불과하던 단지에는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가득 찼고, 고급 호텔단지와 카페‧레스토랑 뿐 아니라 벤처기업도 입주했다. 시드니의 마이스 산업단지는 불과 개장 1년 만에 7억8500만 호주달러(약 6400억원)를 벌어들였다.

전 세계가 ‘1300조원 시장’ 마이스(MICE) 산업을 잡기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대형 시설 건립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거나, 도시의 특색을 최대한 살려 브랜드화 작업을 하는 등 세계인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여념이 없다.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마이스산업은 ‘황금산업’으로 불리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한국은 마이스산업을 외면하고 있다. 마이스 산업 관련 국내 예산은 수년째 전체의 0.01% 수준에 머물러 있는 데다, 관련 통계조차 없다. 정부가 경제성장률 둔화 속에서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마이스 산업을 등한시했다는 비판에 직면하는 이유다.
아주경제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19'에서 관람객들이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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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산업’ 잡아라…세계 각국 마이스 산업에 투자 집중

미국 서부 네바다주 최대 도시인 라스베이거스는 연초만 되면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참여하기 위해 모인 전세계 비즈니스맨과 언론, 정부 관계자 등으로 북적인다.

라스베이거스 전시장에는 CES에 참여한 기업들이 인공지능(AI), 5G,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등 각자의 무기를 내세우며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른다.

지난 1월 열린 CES에서는 150개국 4500여 개 기업에서 18만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구글과 IBM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은 물론, 삼성전자‧LG전자‧현대차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CES에 참가한 이들은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수백 개의 호텔에서 머물며 인근 즐길거리‧먹거리를 찾아 마음껏 소비한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관광청에 따르면, CES 경제적 파급효과는 매년 2억 달러(약 2400억원)를 웃돈다.

라스베이거스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마이스 산업 개발에 가속 폐달을 밟았다. 지난 2015년부터 23억 달러(약 2조7500억원)를 쏟아 부어 컨벤션센터 지구를 재개발 중이다. 2024년 완공 목표로 18만㎡(5만4450평)의 전시장을 24만㎡(7만2600평)로 늘려 제2, 제3의 CES를 발굴한다는 전략이다.

영국과 싱가포르 역시 마이스 산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영국 런던은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10만㎡(3만250평)가 넘는 대형 전시시설을 증축했고,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샌즈는 전시컨벤션센터와 호텔, 쇼핑, 엔터테인먼트 등을 융복합한 시설을 선보였다.

◆ ‘예산 홀대-정책 부재’ 한국만 외면한 마이스 산업…“인프라 투자 필요”

한국은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에 나홀로 역주행 중이다.

세계전시산업협회(UFI)에 따르면, 전세계 10만㎡ 이상의 대규모 국제전시장은 2011년 48개에서 2017년 62개로 늘었다. 중국은 13개, 독일과 미국은 각각 10개,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각각 6개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킨텍스가 유일하다. 10만㎡는 한 번에 1만 명 정도의 참가객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통상 대규모 국제행사를 유치할 수 있는 규모다.

국내에서 대규모 전시장을 더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정부의 심사와 규제가 워낙 까다롭다 보니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서울시는 경제적 파급효과 10조원이 예상되는 잠실 마이스 사업을 중앙정부에 신청했지만 몇 년째 ‘적격성’ 심사를 이유로 지지부진이다. 고양시가 사업비 5000억원을 투입해 전시면적 7만㎡(2만1175평)의 제3전시장을 추가로 건립하는 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적격성·타당성 심사가 통과돼야 자문 등의 지원을 할 수 있다”며 “조속히 마무리되도록 독려하고 있지만 연내 추진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마이스 산업은 정부의 주요 정책에서도 홀대받고 있다. 실제 2016년부터 올해까지 마이스 예산은 600억원 수준으로 전체 예산의 0.01% 수준에 그친다.

정책 지원의 기반이 되는 실태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재작년 정부가 ‘마이스 산업 발전방안’을 통해 산업 통계 분류 체계를 개선한다고 발표했지만 공염불에 그쳤다. 아직도 마이스 산업의 규모나 경제 유발효과를 판단할 명확한 기준을 갖추고 있지 않다.

이렇다 보니 중국, 싱가포르 등 인근에 위치한 나라에 유명한 행사를 뺏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희곤 강원국제회의센터 이사장은 “중국‧싱가포르 등 아시아 대부분의 나라가 인프라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데, 우리는 킨텍스 제2전시장 증축 이후 투자가 없다”며 “매년 마이스 산업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나오지만 정작 예산‧홍보 등에 대한 지원은 찾아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현상철‧김태림 기자 ktael@ajunews.com

김태림 ktael@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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