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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그들에게 찍히면 주윤발 꼴 난다···몸 사리는 홍콩 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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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학생들이 동맹휴업을 벌이는 등 홍콩 반정부 시위가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정작 여론을 주도하는 홍콩 연예인들의 시위 동참 움직임은 찾아보기 힘들다. 왜 그럴까.



‘무간도’ 배우 황추생, 홍콩 시위 지지했다 영화 출연 못해



영화 ‘무간도’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황 국장을 연기했던 홍콩 연기파 배우 황추생(황치우셩ㆍ57)은 지난 5년간 변변한 영화 한 편 찍지 못했다. 그는 2014년 ‘우산혁명’ 당시 홍콩 독립을 지지했다. 그는 당시 “시민들의 청사 점거 시위는 정당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 때문일까? 그해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이었던 자신의 주연작 ‘갱스터의 월급날(大茶飯)’은 홍콩에서 상영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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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무간도'에서 황 국장으로 열연한 황추생 [트위터 캡쳐]



이후 황추생의 영화 인생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홍콩의 친중매체 광화일보(光華日報)는 최근 보도에서 "홍콩 독립을 지지해온 황추생이 중국의 ‘봉쇄조치’ 탓에 5년간 중국 작품에 출연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주윤발ㆍ양조위ㆍ유덕화, 중국서 승승장구



홍콩 유명 배우 주윤발(저우룬파ㆍ64), 양조위(량차오웨이ㆍ56),유덕화(류더화ㆍ55) 또한 공개적으로 ‘우산 혁명’ 시위를 지지했다. 주윤발은 그해 10월 1일 홍콩 빈과일보와 인터뷰에서 “(민주화 시위에 참가한) 학생들이 이성적이고 용감하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만족할 방안을 내놓으면 위기가 끝날 것”이라고 했다. 다음날 양조위는 “나는 자신들의 요구를 평화롭게 표현한 홍콩 시민들을 지지한다”고 했고 유덕화는 “어떻게 평화적으로 시위하는 시민들에게 최루탄을 발포할 수 있느냐”고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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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윤발 트위터. 2013년 4월 2일 이후 글이 올라오지 않았다.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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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 뒤 중국 시나닷컴 등에서 “중국 정부가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한 연예인들에 대한 (중화권) 영화, TV 출연 금지령을 내렸다”는 보도가 나왔다. 출연 제한기간은 1년으로 하되 홍콩 시위가 길어지면 더 연장될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 나왔다. 당시 그 얘기를 들은 주윤발이 공개석상에서 “돈 좀 덜 벌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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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조위 인스타그램. 2주 전까지 글과 사진이 올라왔지만 홍콩 관련 내용은 없다.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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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이 지난 현재, 홍콩에서 시위가 다시 불붙었지만, 이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시위와 관련해 자신의 소신을 당당하게 피력했던 우산혁명 때 모습과는 너무나 다르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중국 영화계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주윤발은 지난해 중국에서 제작된 범죄 액션 영화 ‘무쌍’(無雙)에서 주연을 맡았다. 2018년 11월 중국에서 상영돼 3주 연속 1위, 관객 동원 10억 2800만 명을 기록한 흥행 대작이 됐다. 양조위 역시 2017년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중국 영화 ‘몬스터 헌트2: 요괴사냥단’에 출연하며 흥행 가도를 달렸다. 유덕화는 지난해 중국에서 제작한 영화 ‘협도연맹’에서 프랑스 배우 장르노와 주연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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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덕화 트위터. 2016년 10월 31일 올라온 글이 마지막이다. 인스타그램 계정도 있지만 홍콩 관련 내용은 없었다.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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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지지 극소수...‘우산혁명’ 학습 효과



때문에 현재 홍콩 시위에 홍콩 연예인들이 동참하지 않는 건 2014년 ‘우산혁명’의 학습효과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홍콩 연예인들이 시위를 지지하는 마음이 있더라도 중국 본토에서 상당한 수입을 얻고 있는 경우 홍콩 시민과 중국, 그 어느 쪽 편도 들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일부 홍콩 연예인들이 "나는 중국인이자 홍콩인"이라고 발언하는 이유다. 그러나 이 마저도 사실상 중국을 지지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대다수는 아예 침묵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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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YE4HK' 캠페인에 동참한 홍콩 배우,가수.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두문택(두원저), 왕희(왕시), 왕종요(왕중야오), 안소니웡, 완민안(롼민안), 서천우(쉬텐유).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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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소수의 홍콩 배우들이 눈에 띈다. 대표적인 이가 두문택(두원저ㆍ47)이다. 국내에선 다소 낯설지만 홍콩에선 명품 배우로 꼽힌다. 2018년 영화 ‘공수도’의 감독, 주연을 맡아 홍콩 영화제에서 주연여배우상, 신인감독상 등 6개 부문을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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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영화 '공수도' [트위터]






'EYE4HK' 동참한 배우들...“공포에 짓눌리지 않을 자유”



그는 오른쪽 눈을 한 손으로 가린 얼굴 사진을 SNS에 공개하며 홍콩 시위 지지를 공개 선언했다. 지난 8월 홍콩 시위에서 경찰이 쏜 빈백탄(Beanbag roundㆍ콩주머니탄환)에 맞아 한쪽 눈을 실명한 여성을 상징하는 ‘EYE4HK’(eye for hongkong) 캠페인에 동참한 것이다.

여기에 홍콩 배우 왕종요(그레고리 웡), 가수 겸 배우 서천우(쉬텐유) 등 4명도 동참했다. 왕종요는 한쪽 눈을 가린 사진과 함께 “홍콩인은 공포에 짓눌린 삶을 살지 않을 자유가 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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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YE4HK' 캠페인에 동참한 시민들. 현재 게시물 수는 2만6506건이다.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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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EYE4HK’ 캠페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온 게시물 수는 2만6506 건이다. 대부분 일반 시민과 학생, 외국인들이고 홍콩 유명인은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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