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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산토끼 잡기보다 집토끼 가출 우려한 민주당, 결국 조국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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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조국 법무부 장관이 10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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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토끼를 지키느냐, 산토끼를 되찾느냐.”

더불어민주당이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강행에 힘을 싣기로 결정하기까지 내부에서 마지막까지 토론한 주제다. 조국을 임명해 검찰개혁 의지를 강화해달라는 여권 주요 지지층의 요구와 지명철회 카드로 ‘공정’의 가치를 실현하라는 20대와 중도층의 요구가 충돌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결국 집토끼 사수를 택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돌아선 중도층이나 20대 지지층의 마음은 시간을 두고 노력해 조금이라도 되돌릴 수 있겠지만, 본진이 흔들리면 총선을 앞두고 방향성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잖았다”고 말했다. 지난 8일 당 긴급 최고위원회의와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도 이런 점에 공감대를 이뤘다고 한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해 보면 조국 찬성 여론을 뒷받침하는 핵심 지지층 ‘호남·충청·3040’임을 알 수 있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9일 조사해 발표한 내용을 보면 조 장관 임명을 잘못했다는 여론은 49.6%, 잘했다는 여론은 46.6%로 나타났다.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 홈페이지 참조)

잘했다는 여론이 더 높게 나타난 연령대는 30대(62.3% vs 32.3%)와 40대(53.6% vs 45.2%), 20대(51.8% vs 44.0% )였다. 지역별로는 호남(55.9% vs 38.7%)과 충청(55.6% vs 44.4%), 서울(50.2% vs 45.6%)에서 높았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8월 27~29일 조사)에서는 조 장관 임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더 우세했다. 적절하다는 27%, 적절하지 않다는 57%였다. 하지만 이때도 40대(45% vs 42%)와 호남(42% vs 34%) 지역은 굳건하게 긍정 여론을 뒷받침했다.

한 민주당 수도권 의원은 “오히려 문 대통령은 다양한 선택지를 염두에 뒀을 수 있는데 검찰이 조 장관 부인을 기소하면서 고약한 상황을 만들었고 고도의 정무적 판단이 필요했다”며 “그동안 팩트를 중심으로 최대한 방어해왔는데 이 모든 걸 백지로 돌리고 검찰의 행태에 꼬리 내리는 듯한 모양새가 되는 걸 민주당 의원들이나 여권 지지층이 수용하기 쉽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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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현장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조국 법무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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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열린우리당 트라우마’가 여전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 시절 이라크 추가 파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에서 당·청이 엇박자를 낸 게 노무현 대통령 레임덕을 가속화했고 결국 정권을 빼앗겼다고 보는 시각이다. 한 재선 의원은 “레임덕은 야당이 아니라 여당의 분열로 시작되는 것”이라며 “조 장관을 둘러싼 논란과 여권의 대응에 다소 불만이 있어도 공개적으로 표출하지 못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조금이라도 대세에 역행하는 발언을 한 의원들(박용진·금태섭 의원)은 ‘강성 친문’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에 시달려야 했다.

민주당은 내년 4월 총선 때 과반 의석을 확보해야만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힘을 실을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그 전까지 중도층과 20대의 지지를 회복하지 못하면 목표 의석수 달성은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당 관계자는 “총선 때까지 남은 기간이 결코 짧지만은 않기 때문에 조 장관 임명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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