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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뉴스 분석]트럼프, 볼턴 전격 경질…대북정책 유연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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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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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경질했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해 4월 임명된 이후 이란, 북한, 아프가니스탄, 베네수엘라 등에 대한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초강경 노선을 주도해 왔다. ‘슈퍼 매파’로 불린 볼턴의 퇴진으로 트럼프 행정부 외교안보 정책이 유연해지고 북·미 관계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에도 ‘트윗 해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도 트위터를 통해 볼턴 경질 사실을 전격 발표했다. 그는 “어젯밤 존 볼턴에게 그의 근무가 백악관에서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알렸다”면서 “그의 많은 제안들에 나는 강하게 의견을 달리했고, 행정부의 다른 사람들도 그랬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그래서 존에게 사임을 요구했고, 오늘 아침 (사임 의사가) 나에게 전달됐다”면서 “존의 봉사에 매우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국가안보보좌관은 다음주에 지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책을 둘러싼 이견이 경질 이유라고 명확히 밝힌 만큼,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 대외정책에는 어느 정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동안 볼턴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외교안보 핵심인사들과 부딪쳐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가 끊이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외교적 해결을 추구하려는 것과 달리 볼턴은 제재와 선제공격을 주장해 아프가니스탄, 북한, 이란, 베네수엘라, 러시아 등 5개국과의 외교정책에서 번번이 충돌했다고 분석했다. 가장 최근에는 트럼프가 추진한 탈레반과의 평화협정에 볼턴이 강력 반대, 마찰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지 W 부시 정권 시절의 네오콘 출신인 볼턴은 특히 북한 문제에서도 ‘선 핵폐기 후 제재해제와 지원’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리비아 모델을 고집했다. 트럼프가 6월 30일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전격 회동할 때 볼턴을 몽골에 출장 보낸 것도, 볼턴에 대한 북한의 반감을 의식해 일부러 배제시킨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견 많았다” 볼턴과 ‘불화설’ 인정한 폼페이오 미 국무

■대북정책 유연해질까

존 메릴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 방문연구원은 볼턴의 경질이 북·미 협상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메릴 연구원은 “볼턴이 경질되면서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접근법이 좀 더 유연해질 가능성이 열렸다”고 말했다. 볼턴의 영향력이 사라지면 북한에 대해 다각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활동 공간이 더 넓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비건 특별대표가 후임 국가안보보좌관 후보군 가운데 한명이라는 얘기도 나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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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이 백악관에 제출한 사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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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이 퇴장함으로써, 그와 대척점에 서 있던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폼페이오는 내년 11월 선거에서 고향인 캔사스주 상원의원 후보로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끊이지 않는다. 폼페이오까지 출마를 위해 사임하면 트럼프 행정부 외교안보팀은 큰 변화를 겪게 된다.

존 볼턴 “내가 사임한 것” 트럼프 ‘해임’ 통보에 반박

볼턴은 트럼프가 트위터로 경질을 알린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내가 어젯밤 사임하겠다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내일 이야기하자’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가 먼저 사임을 요구한 게 아니라, 자신이 자발적으로 물러날 의사를 밝혔다는 뜻이다. 물러나는 순간부터 ‘경질’이냐 ‘사임’이냐를 둘러싸고 트럼프와 진실 공방을 시작한 셈이다.

■비건 대표, 후임 물망에

백악관 대변인은 볼턴 보좌관 경질로 생기는 공백은 찰스 쿠퍼먼 부보좌관이 대행 체제로 채운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주 발표하겠다고 밝힌 후임 국가안보보좌관 후보군으로는 비건 특별대표 외에 더글러스 맥그리거 전 육군 대령도 거론된다. 지난해 6월 열린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기용된 비건 특별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익연구소 한국담당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즐겨 보는 폭스 뉴스에서 논평가로 자주 출연하는 맥그리거 전 대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정책 방향과 보조를 맞출 수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누구를 후임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하느냐는 내년 선거를 앞두고 그의 외교 정책이 어느 방향으로 가기를 원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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