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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푼돈 모아 큰돈, 그 비법 여기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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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소확행(34·가명)씨는 요즘 휴대폰으로 물건을 사면서 펀드 투자도 한다. 휴대폰에 내장된 신용카드 결제 건마다 1000원씩 국내주식형펀드에 투자하도록 설정해놓은 금융 상품에 가입했기 때문이다. 소씨는 "옛날 잔돈을 저금하던 돼지저금통처럼 컴퓨터와 휴대폰 등으로도 푼돈을 활용할 수 있다"며 "경기가 어렵지만 소액으로 돈을 불리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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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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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기에 개인 투자자들이 티끌을 모아 '뒷동산'이라도 만들 방법은 없을까. 최근 금융권에선 잔돈 투자가 눈길을 끈다. 투자처를 쪼개거나 카드 결제 후 남은 돈으로 투자하는 방식을 말한다. 대부분 최소 투자금액 제한이 없어 부담 없이 투자할 수 있다. 목돈 마련이 어려운 청년들이나 서민들에게 특히 많은 관심을 얻고 있다.

◇신용카드 쓰고 잔돈을 펀드에 투자

신한금융그룹은 지난 4일 신한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자동으로 소액을 국내펀드에 투자하는 소액투자 서비스를 출시했다. 투자방식은 '자투리 투자'와 '정액 투자'로 나뉜다. 자투리 투자는 카드 결제 설정액과 실제 결제액과의 차액이 펀드로 입급되는 방식이다. 설정 단위는 1000원이나 1만원으로 할 수 있다. 설정 단위를 1000원으로 하고 신한카드로 5200원짜리 물건을 산다면 결제 설정액이 6000원이 되고 잔돈인 800원이 신한은행에서 판매하는 국내주식형 펀드에 투자되는 식이다. 정액 투자는 투자자가 카드 거래 건당 투자액 3000원을 약정한 경우, 하루에 3번 카드 결제를 했다면 다음 날 9000원이 펀드로 입금되는 방식이다. 이 서비스는 신한금융 통합 모바일 플랫폼 '신한플러스'를 통해 가입할 수 있다. 신한금융은 투자 대상을 국내주식형펀드뿐 아니라 연금저축 등 다양한 상품군으로 확대하고, 투자 자격도 체크카드나 월급통장 보유 고객 등으로 넓힌다는 방침이다. 신한금융투자는 하반기 내에 신한카드로 결제한 뒤 잔돈을 모아 아마존·애플·나이키·스타벅스 등 해외 주식을 최소 0.01주부터 소수점 단위로 투자하는 상품을 내놓는다. 이렇게 되면 잔돈으로 한 주에 수십만원씩 하는 글로벌 기업의 주식에 투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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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투자는 하나금융그룹사들을 한곳에 모아놓은 앱인 '하나멤버스'에서 계좌 개설 뒤 1000원 단위로 60여개 국내외 주식형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소액펀드 서비스를 6월 말부터 운영 중이다. 최소 가입액이 1000원이라 부담이 없다. 30일까지 선착순 1000명을 대상으로 현금처럼 사용 가능한 '하나머니'를 제공하는 이벤트도 함께 연다.

IBK기업은행의 'IBK평생설계저금통'도 카드 결제를 할 때마다 가입자가 미리 정한 금액이나 1만원 미만의 잔돈을 적금이나 펀드로 자동이체해주는 상품이다. 웰컴저축은행이 작년에 출시한 '잔돈모아올림적금'은 자신의 보통예금 계좌에서 1000원 미만 또는 1만원 미만의 잔돈을 자동으로 저축하는 적금이다. 가입 기간은 최대 2년이며, 금리는 연 2.8~3.0%다. 특히 만기 시에는 해지 원리금을 1만원 단위로 올림해 받을 수 있다. 해지원리금이 109만1원이라면 110만원을 받는 식이다. 단 500만원 한도로 납입액이 100만원 이상일 때 적용된다.

◇핀테크 업체들도 잔돈 투자 상품 출시

이미 해외에선 에이콘스(Acorns)·콰피탈(Qapital)·레볼루트(Revolut)·코인스(Qoins) 등 핀테크(fintech·정보통신기술이 결합된 금융) 업체들을 중심으로 잔돈 투자가 인기다. 자사 앱에 연동된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결제하고 남은 잔돈을 투자용 계좌로 옮기는 식이다. 계좌에 쌓인 푼돈은 가상 화폐에 투자하거나 카드·학자금 대출 등을 상환하는 데 쓰인다. 콰피탈은 월 9달러를 내면 투자자문 서비스도 해준다. 암호 화폐 업체들도 잔돈 투자 시장에 발을 내딛고 있다. 필리핀 소재 아브라(ABRA)는 비트코인으로 해외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투자 시작에 5달러(약 6000원)가 들고, 은행 계좌도 필요 없다. 아브라 사용자의 평균 투자 금액은 49달러로 소액이다.

국내 핀테크 업체인 비바리퍼블리카는 온오프라인 결제 시, 1000원 미만의 잔돈을 토스 자동저축계좌에 저금할 수 있는 '토스카드'를 4월부터 운영 중이다. 이 기능은 사용자가 원하지 않을 경우 끌 수도 있다. 7월 말 현재 토스카드는 100만장 이상 발급됐고, 현재 25만여명이 이를 활용해 41억원을 저축했다.

티클도 카드를 쓴 뒤 1000원 미만의 잔돈을 일주일 동안 모아서 미래에셋대우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넣어 준다. CMA 계좌는 자유입출금이 가능하고, 하루만 저축해도 이자가 붙는다. 티클은 다른 증권사·은행 등과도 협업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최형석 기자(cogit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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