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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文대통령 단독기록관 '편법' 추진… 행안부, 건립기준 완화 입법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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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예산 확보 안되면 민간모금

한국당 "문재인 타운 만들려는 것… 국민세금 단 1원도 쓸 수 없어"

정부가 현재 세종시에 있는 통합 대통령기록관을 놔두고 문재인 대통령만을 위한 별도 대통령기록관 설립을 추진하자 자유한국당은 10일 "국민 세금을 1원도 쓸 수 없다"며 반발했다. 여권에선 "문 대통령 기록관과 문 대통령 기념관을 한꺼번에 건립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는 말이 나왔다. 국가 예산으로 대통령 기록관과 기념관을 동시에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했다는 것이다.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미국은 대통령기념관 겸 기록관을 연고지에 만들어 지역 명소가 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민간에서 설립하는 대통령기념관과 대통령기록관을 연계하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야당 반대로 기록관 예산을 확보 못 할 경우를 대비해 지지층 등 민간 모금으로 기록관을 건립한 뒤 국가에 기부채납하는 '플랜 B'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은 문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별도 기록관을 만들려는 것은 국가가 운영하는 대통령기록관을 민간과 국가예산이 동시에 들어가는 대통령기념관과 통합 운영하기 위한 '편법'으로 보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대통령기록관의 최소 면적 기준을 삭제하고, 기록관 내 보존 시설과 장비, 환경 기준을 완화하는 입법예고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개별 대통령 기록관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조치를 해 놓은 것이다. 행안부는 문 대통령이 퇴임하는 2022년 5월 개관을 목표로 총 172억원 규모의 '문재인 대통령기록관'을 만들기로 하고 내년 예산안에 부지 매입비 등 32억원을 편성했다. 별도 대통령기록관을 세우는 것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높아지자 행안부는 이날 "현재 추진 중인 개별 대통령기록관 규모는 연면적 3000㎡로 법령에서 정한 최소 규모"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행 법령에는 정부가 개별 대통령기록관을 세울 땐 면적 제한이 없다. 1000㎡이든 2000㎡이든 더 작은 규모로 세울 수 있다.

반면 민간이 기록관을 건립해 국가에 기부채납하려면 건물 총면적을 '최소 3000㎡ 이상, 최대 5000㎡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에 행안부는 이 기준에서 하한선(최소 3000㎡ 이상)을 삭제해 민간에서 보다 쉽게 개별 대통령기록관을 건립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문 대통령의 지지층이 모금해 기록관과 기념관을 추진할 수 있도록 법적 토대를 만들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 정권의 인생 이모작 프로젝트인가. 한국당은 단 1원도 용납할 수 없다"고 반대했다.

국가기록원은 이날 문 대통령의 별도 기록관 설립 이유에 대해 "통합 대통령기록관을 운영 중이지만 박물과 선물 서고(書庫) 사용률이 83.7%에 이르러 (개별 대통령기록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재임 중 사용한 가구 등 물건, 외국 정상으로부터 받은 선물 등이 계속 늘어나 현재 세종시에 있는 통합 대통령기록관의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종이문서·필름·전자문서 등 핵심적인 대통령기록물을 보관하는 서고는 여유가 있다고 한다. 국회 행정안전위 관계자는 "국가기록원이 박물과 선물 서고만 따로 집계한 사용률을 내세운 것은 공간 부족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2년 전 통합 대통령기록관 서고의 점유율은 45%에 그쳤다"고 말했다.

정부는 기존 대통령 기록관을 증축할 경우 새 기념관 건립보다 돈이 더 든다는 이유를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퇴임 후 돌아갈 경남 양산에 사저와 경호동을 마련하고 그 근처에 대통령기념관 역할을 겸하는 대통령기록관을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박완수 의원은 "대통령이 재임 중 혈세로 자신의 기록관을 만드는 건 다른 나라에서는 찾기 어려운 일"이라며 "대통령 타운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역대 대통령과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록물은 현재 세종시 통합 기록관에 있다. 문 대통령이 전례를 만들 경우 차기 대통령들도 서로 개별 기록관을 만들겠다고 나설 수 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은 먹고살기 어려운데 아직 임기가 절반 남은 현직 대통령에 대해 국민 세금으로 기록관을 짓겠다고 한다. 평생 예산과 월급을 세금으로 주고 관장도 문 대통령이 추천한다"며 전액 예산 삭감 방침을 밝혔다. 이날 네티즌들도 관련 기사에 2만5000건이 넘는 댓글을 달아 "그런 곳에 내 세금을 쓸 수 없다"며 반발했다.





[곽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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