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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조국 취임사에 "젊은 세대가 저 딛고 오르도록" 구절,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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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고려대 등 대학생들 '임명 반대' 집회 의식한 듯 / "교육부 아닌 법무부 장관 발언이라기엔 다소 어색해" / 나라 두 쪽 났는데… '송구하다'는 표현은 딱 한번 사용

세계일보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이 9일 법무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젊은 세대들이 저를 딛고 오를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먼저 밝혀둡니다.”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이 9일 취임식에서 한 발언 일부다. “오늘 제게 주어진 기회는 제가 만든 것이 아니라, 국민께서 잠시 허용한 것임을 잘 알고 있다”며 “제 허물과 책임, 짊어지고 가겠다”고 말한 직후 갑자기 ‘젊은 세대’ 운운해 다소 뜬금없다는 의문이 든다.

조 장관이 ‘젊은 세대’를 거론한 건 본인이 현재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모교 서울대의 학생들, 그리고 그의 딸 조모(28)씨가 졸업한 고려대 학생들을 중심으로 자신의 장관 임명 반대 목소리가 크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서울대 총학생회는 이날 오후 관악캠퍼스에서 ‘제3차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를 진행했다. 여름방학 기간 중인 지난 1차 집회(8월23일)와 2차 집회(8월28일)에 이어 3번째로 열린 것으로 2학기 개강 이후로는 처음이다.

앞서 서울대 학보사인 대학신문이 지난 1∼6일 학부 재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644명 중 476명(73.9%)이 “조 장관 임명에 반대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명에 찬성한 응답자는 109명(16.9%), “잘 모르겠다”고 한 응답자는 59명(9.2%)에 그쳤다.

조 장관의 딸 조씨는 한영외고 시절 고교생 신분으로 의학 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이 ‘스펙’을 발판 삼아 조씨는 2010년 이른바 ‘세계선도인재’ 전형으로 고려대에 합격했다.

세계일보

서울대 관악캠퍼스 중앙도서관 게시판에 조국 법무부 장관 딸의 입시 과정에서 드러난 교육 시스템의 문제점 개선을 촉구하는 대자보가 붙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문제의 논문은 최근 대한병리학회에 의해 직권으로 취소돼 조씨의 제1저자 등재 역시 무효화한 상황이다.

조씨는 대학 졸업 후인 2014년 서울대 환경대학원에 입학했다가 첫 학기를 마치고 2학기에 휴학을 한 뒤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에 지원, 합격했다. 사실상 한 학기를 다녔을 뿐인데도 두 학기분 장학금 800여만원을 받아 챙겨 ‘모럴해저드’ 지적이 일었다. 조 장관은 “딸이 장학금을 먼저 신청한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일련의 사실들로 인해 젊은 세대 사이에서 ‘상실감’과 ‘배신감’을 토로하는 이가 늘고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대학입시제도 개선’을 약속하기까지 했다.

법무부·검찰 조직의 책임자가 된 조 장관이 느닷없이 “젊은 세대들이 저를 딛고 오를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다짐하고 나선 게 바로 이 점을 의식했기 때문이란 풀이가 나오는 이유다. 그렇더라도 “교육부 장관도 아닌 법무장관이 젊은 세대를 위해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결국 ‘립서비스’에 불과한 것 아니냐” 등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조 장관은 취임사에서 ‘송구하다’라는 표현도 딱 한 번 썼다. “문재인정부의 두번째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을 받고 오늘 취임하기까지, 저로 인해 심려가 많으셨을 법무 가족 여러분께 송구하다”고 말한 게 전부다. 그로 인해 ‘나라가 두 쪽 났다’는 탄식마저 쏟아지는 상황에서 “좀 더 진정성 있는 사과의 태도를 보여야 했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크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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