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3 (수)

사회적기업 ‘이지앤모어’ 안지혜 대표 “건강한 월경을 위해선, 자신에게 맞는 용품을 써야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월경용품’ 위한 비교 사이트 운영…저소득층 소녀에 기부도

장애인 초청 ‘월경 수다회’ 등 행사…여성 건강 플랫폼이 꿈

경향신문

‘이지앤모어’ 안지혜 대표(왼쪽)가 서울 은평구 사운드플렉스 스튜디오에서 ‘월경컵 수다회’를 열어 시각장애인들에게 월경용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안 대표는 “건강한 월경을 위해서는 자신의 몸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고 자신에게 맞는 월경용품을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최유진 인턴PD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월경용품 인터넷쇼핑몰 ‘이지앤모어’ 안지혜 대표(33)가 회사를 구상하게 된 때는 2015년 어느 평범한 날이었다. 마트에서 장을 보는데 남편이 무심코 말했다. “아니, 생리대 매달 쓰는 건데 왜 이렇게 비싸?” 안 대표는 한 번도 생리대 가격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닫고 집으로 돌아와 ‘소비자물가 대비 생리대 가격 인상폭’을 찾아봤다. 그는 “항상 소비자물가 대비 2~3배씩 가격이 올랐더라. 왜 여성들의 필수품이 이럴까 생각하게 됐다”며 “‘그렇다면 내가 이 문제를 한 번 해결해볼까’라는 질문이 시작된 날”이라고 말했다.

‘이지앤모어’는 자신에게 맞는 월경용품을 선택할 수 있는 사회, ‘건강한 월경’을 말할 수 있는 사회를 꿈꾸는 사회적기업이다. ‘월경용품 선택권’을 위해 일회용 생리대 외에 월경컵, 탐폰, 월경팬티, 면생리대 등의 제품을 소개하고 에디터들이 직접 사용해본 뒤 안전한 제품들을 선별해서 소개한다.

최근 안 대표를 만나 건강한 월경 그리고 다양한 월경용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안 대표는 창업을 준비하면서 “생리대 가격이 너무 비싸서 휴지를 쓰거나 보건소에서 생리대를 받아서 썼는데 나만의 문제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했던 후배의 말을 잊지 못한다. 큰 충격을 받았다. 오히려 개발도상국에서는 생리대 지원 사업이 많았지만 당시 국내에는 정부 지원 사업도 없었고 기업에서도 단발성 이벤트로 생리대를 지원했다. 그는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이지앤모어’에서 제품을 사면 저소득층 아동들에게 생리대를 기부할 수 있는 포인트가 적립되도록 설계했다.

2016년 3월 사업자등록을 한 후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한 박스를 구입하면 다른 한 박스는 저소득층 여성에게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한 달 동안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지원하는 것을 보면서 가능성이 있는 사업이라고 직감했다. 펀딩이 끝나고 5일 후 ‘깔창 생리대’ 이슈가 터졌고 매출이 늘었다. 매출이 늘자 더 많은 아이들을 지원해줄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그는 한 아이에게 “이제 마음 놓고 학교에 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받았던 날을 잊지 못한다. 그는 “그때 일을 더 열심히 해서 이런 아이들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며 “지금도 힘들 때마다 그 메시지를 꺼내 보곤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해 하반기부터 매출이 빠지기 시작했다. 생리대는 필수품인데 한 번은 기부를 결심해도 두 번은 쉽지 않았다. 좀 더 여성들의 월경에 대한 고민에 집중했고 ‘일회용 생리대 부작용’이 큰 불편이라는 걸 깨달았다. ‘월경용품 선택권’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시점이다. 해외로 눈을 돌려보니 당시에는 생소했던 월경컵이라는 제품이 있었다. 월경컵을 수입하는 방법을 백방으로 찾았다. 국내에서 허가를 받으려면 임상실험 결과가 있어야 했고 수소문 끝에 해외 학술지 논문을 찾았다. 이렇게 들여온 제품이 국내 최초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제품인 ‘페미사이클’이다. 이제 국내 기업들도 월경컵을 제작하면서 홈페이지에서 다양한 월경컵을 비교할 수 있다.

안 대표의 생각은 이제 ‘건강한 월경’으로 커지고 있다. 여성들에게 월경은 빠르게 해치워 버리고 싶은, 귀찮고 짜증나는 일이지만 안 대표는 ‘건강한 월경’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여성이 자신의 몸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고 자신에게 맞는 월경용품을 고를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사회에서 건강한 월경에 대한 담론이 형성되기를 바란다. ‘생리’가 아니라 ‘월경’이라는 단어를 쓰는 이유도 그래서다. 그는 “생리는 ‘생리적인 현상’을 줄인 말인데 ‘눈물’은 ‘눈물’이라고 부르면서 왜 여성들의 월경만큼은 생리, 그날, 마법이라고 숨기면서 불러왔을까”라고 말했다. ‘이지앤모어’는 ‘월경’이라는 이름을 찾아주기 위해 ‘월경컵’ ‘월경박람회’라고 부르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다양한 월경 제품을 소개하기 위한 ‘월경 수다회’를 열어 시각장애인들을 초대했고 하반기에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행사 개최를 계획 중이다.

이제 ‘이지앤모어’의 뉴스레터를 받는 이용자만 9000명이 넘고 사이트 유입량도 매달 20~30% 정도 늘고 있다. 안 대표의 궁극적인 목표는 ‘여성 건강 플랫폼’이 되는 거다. 그는 “여성들이 생애주기별로 겪는 다양한 현상, 임신·출산·완경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를 해소하는 여성 건강 플랫폼이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