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 끝나는 청문회 날…검찰, 사문서 위조 혐의 적용
법조계 “결론 정해놔…과해”, 검찰은 “객관적 증거 충분”
‘행사죄’ 적용 안 해 논란도
서울지검 대기 중인 취재진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소환 조사에 대비한 취재진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 대기하고 있다. 김정근 선임기자 jeongk@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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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54)의 배우자 정경심 교수(57)에 대한 기소 결정은 동양대 압수수색 3일 만에 이뤄졌다. 국회 인사청문회 진행 중 소환조사도 없이 이뤄진 이례적 기소다. 검찰은 정 교수를 딸 조모씨(28)가 받은 동양대 총장상을 위조한 혐의로 기소하면서 ‘공소시효’를 이유로 들었다. 피의자를 조사하지 않아도 될 만큼 객관적 증거도 충분하다고 했다. 기소를 안 했다면 그것이 직무유기라는 취지의 말이다.
법조계 일각에선 “(조사하지도 않고) 결론을 정했다. 과하다”고 말한다. 검찰 내에서도 총장상 위조 의혹 수사가 철저했다면 사문서위조죄와 쌍둥이처럼 붙어 다니는 ‘위조사문서 행사’ 혐의는 왜 동시에 적용하지 않았냐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정 교수를 기소한 시점은 조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던 지난 6일 오후 10시50분이다. 정 교수가 딸 조씨의 동양대 총장상 위조에 관여했다는 ‘사문서위조’ 공소시효(7년)가 끝나기 1시간10분 전이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검찰이 기소 여부를 5일쯤 이미 결정했고 윤석열 검찰총장도 이를 보고받은 것으로 안다”며 “5일에 기소하면 청문회에 영향이 클 것 같아 6일 밤 기소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말대로라면 검찰은 3일 동양대 압수수색, 4일 최성해 동양대 총장 등 관계자 소환조사를 진행한 다음날 기소를 결정한 것이다.
초고속 기소 결정은 시효를 고려해도 통상적이지 않다. 피의자 조사를 한 차례도 진행하지 않아 더 이례적이다. 검찰은 2016년 롯데그룹 경영 비리를 수사하면서 신격호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를 조사 없이 재판에 넘겼다. 당시 검찰은 서씨가 소환 요구에 거듭 불응하자 기소했다.
검찰은 정 교수를 사문서위조로 기소하면서 ‘위조사문서 행사죄’는 적용하지 않았다. 위조사문서 행사죄는 2014년 총장상을 제출한 시점부터 따지기 때문에 시효가 아직 남아 있다. 지방검찰청 ㄱ검사는 “사문서위조로만 기소하는 경우는 위조된 문서를 행사하기 전에 수사기관이 범죄를 포착한 경우”라며 “조 후보자 딸은 표창장을 의전원에 제출한 ‘행사’ 혐의도 받는데 검찰 수사가 피의자 조사도 없이 기소할 만큼 철저하게 진행됐다면 이 혐의도 공소장에 포함됐어야 맞다”고 했다. 2008년 한 학위 위조 사건에서 언제,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 범행을 했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사문서위조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는 판결이 나왔다. 1984년 대법원 판례에서는 학교법인 이사들로부터 인장 사용을 포괄적으로 위임받은 직원이 만든 사문서는 내용이 진실하면 위조가 아니라고 봤다.
서울 서초동 ㄴ변호사는 “공소시효를 넘겨 사문서위조죄가 빠졌더라도 공무집행방해로 기소할 수 있었고, 양형에도 차이가 없다”며 “6일에 기소를 안 했다면 직무유기란 검찰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의 수사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나 같은 사람이 봐도 이번 기소는 과하다”며 “정치 개입이란 비판을 받더라도 정해놓은 결론대로 가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정 교수 입장은 언론 보도뿐 아니라 다른 경로를 통해 충분히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검찰이 사문서위조 혐의가 확실하다고 판단했는데도 그냥 뒀다면 2명을 살인한 사람을 1명 살인 혐의로만 기소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검찰이 정 교수나 조씨를 조사하지 않고도 사문서위조 혐의를 상세히 규명해 기소했는지는 향후 재판에서 가려지게 된다.
윤지원·유희곤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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