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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박준희의 내 인생의 책]①난중일기 - 이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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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공의 부하가 되는 상상

경향신문

전남 고흥군 도화면 발포리에 ‘청렴일화비’가 있다. 이곳은 조선시대 수군의 발포진이 있었던 곳이다. 30대 청년장수 이순신이 발포만호로 있을 때 오동나무와 얽힌 일화를 기념하는 비석이다. 직속 상관인 전라좌수사가 거문고를 만들기 위해 진영의 오동나무를 베려고 군사를 보냈는데 이순신 장군이 “이 나무는 관청의 재물로 오랫동안 잘 자란 것인데 누구도 함부로 베어갈 수 없다”며 막았다는 내용이다.

초등학교 때 교과서에서 이순신 장군을 처음 만났던 것이 바로 이 일화였다. 그때부터 ‘성웅 이순신 장군’에 관해서는 여러 경로로 끊임없이 접해왔다. 그러다 우연히 <난중일기>가 한 권 손에 들어왔다. 임진왜란이 일어났던 1592년 전라좌수사이던 장군이 그해 1월1일부터 1598년 11월19일 노량에서 서거하기 직전까지 쓰기 어려운 날을 빼고 그날그날 사건이나 소회를 간결한 일기 형식으로 남긴 <난중일기>는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고 인간 이순신을 제대로 아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초 1일, 맑다”로 시작하는 일기는 무장다운 육중함과 지도자다운 박애정신, 자연인으로서 번뇌가 ‘스펙터클하게 펼쳐지는 블록버스터’였다.

명량해전에서 13척의 배로 133척의 왜군과 대결할 때 가장 먼저 적진으로 뛰어들며 “안위야, 군법에 죽고 싶으냐?” 호통치는 장군의 솔선수범, 군율을 어긴 군사는 가차 없이 베는 용단, 조국을 위한 충성심, 가족과 백성을 향한 애절한 사랑이 <난중일기>에 있었다. 임금인 선조를 향해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있고, 순신은 죽지 않았습니다”라고 외치는 ‘사나이 순신의 배짱’이 거기에 있었다. 각설, 만약 누가 ‘조선시대에 태어난다면 무엇이 되고 싶냐’고 묻는다면 “이순신 장군 밑의 정운, 나대용 같은 장수가 돼보고 싶다”고 답할 것이다.

박준희 | 서울 관악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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