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3일(현지시간) 런던 하원에서 브렉시트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AP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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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치권 최대 난제인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를 옥죄고 있다. 존슨 총리는 호기롭게 브렉시트 추진을 천명했지만 의회는 브렉시트를 의회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존슨 총리는 국면을 반전시키기 위해 조기 총선을 추진할 의사를 밝혀 브렉시트를 놓고 영국 정치가 다시 한 번 요동칠 전망이다.
브렉시트와 관련한 첫 표 대결에서 존슨 총리가 패배했다. 영국 하원이 3일 저녁(현지시간) 의사 일정 주도권을 내각에서 하원에 부여하는 결의안에 대해 표결을 실시한 결과 찬성 328표, 반대 301표로 통과시켰다고 BBC가 보도했다.
결의안 통과 후 하원은 영국이 합의 없이 EU에서 탈퇴하는 '노 딜' 브렉시트를 막기 위해 야권이 마련한 법안을 의회에 상정했다. 이 법안은 EU 정상회의 다음날인 오는 10월 19일까지 정부가 EU와 브렉시트에 합의하거나 노 딜 브렉시트에 대한 의회 승인을 얻도록 했다. 둘 다 실패하면 존슨 총리가 EU 집행위원회에 브렉시트를 2020년 1월 31일까지 3개월 추가 연기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도록 했다.
특히 하원 결의안 표결에서는 집권 보수당 의원 중 21명이 당론을 어기고 야당과 함께 찬성표를 던지는 반란이 일어났다. 존슨 총리에 대항한 대표적 인물로는 필립 해먼드 전 재무장관, 데이비드 고크 전 법무장관, 윈스턴 처칠 외손자인 니컬러스 솜스 의원 등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집권당 반란 세력이 존슨 총리의 브렉시트 전략을 격퇴했다"며 "브렉시트 주도권을 찾으려는 하원의 시도가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브렉시트를 둘러싼 첫 투표에서 패배했을 뿐만 아니라 집권 보수당 내에서도 무더기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확인돼 존슨 총리는 리더십에 상처를 입게 됐다. AP통신은 이를 영국 의회가 총리를 이긴 '역사적 순간'이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존슨 총리가 취임 후 첫 표결에서 굴욕을 맛봤다"고 보도했다.
존슨 총리는 즉각 반발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총리실이 '반란'에 가담한 의원들에게 출당 조치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970년에 입당해 49년간 일해온 켄 클라크 전 재무장관과 36년간 보수당 의원으로 활동해온 솜스 의원 등 당 원로들도 보수당에서 떠나야 할 위기에 처했다.
아울러 존슨 총리는 조기 총선 카드를 내세우며 의회를 압박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해당 법안은 제러미 코빈(노동당 대표)의 '항복 법안(surrender bill)'"이라며 "의원들이 브렉시트의 또 다른 무의미한 지연을 강요한다면 조기 총선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존슨 총리가 조기 총선 동의안을 상정하더라도 의회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이날 결의안 투표에 앞서 필립 리 의원이 보수당에서 탈당한 후 야당인 자유민주당에 입당하면서 집권 보수당은 하원 과반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리 의원은 존슨 총리가 하원에서 연설하고 있는 도중 보수당 쪽 자리에서 일어나 야당 쪽으로 걸어갔다. 존슨 총리 바로 앞에서 노 딜 브렉시트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셈이다.
금융시장은 영국 하원이 의사 일정 주도권을 장악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노 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달러 대비 파운드화 가치가 1.19달러대에서 1.21달러대로 상승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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