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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데리다, 해체의 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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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역사·도둑맞은 손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 데리다, 해체의 철학자 = 브누아 페터스 지음. 변광배·김중현 옮김.

해체주의 철학자로 알려진 자크 데리다(1930∼2004) 삶을 분석한 평전. 1962년 이전을 '자키', 1963∼1983년을 '데리다', 1984년 이후를 '자크 데리다'로 나눴다.

기호학 박사인 저자는 데리다 생애에서 중요한 기점으로 1966년을 꼽는다. 그해 미국 볼티모어에서는 구조주의를 주제로 콜로키엄이 개최됐다. 데리다는 '인문과학 담론에서의 구조, 기호, 게임'을 발표하며 학계 주목을 받았다.

그는 "데리다에게 미국 여행은 지적 여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며 "데리다의 발표는 구조주의의 꽤 많은 쟁점을 두려움 없이 부각했다"고 평가한다.

삶 전체를 조명했을 때도 1966년은 전환점이었다. 이전까지 데리다는 힘든 나날을 보냈지만, 이후에는 비교적 평탄하게 살았다.

저자는 "데리다의 삶을 기술하는 것은 '해체'라는 운 좋은 하나의 개념과 이 개념이 철학계를 넘어 문학 연구, 건축, 법, 신학, 페미니즘, 퀴어 연구, 포스트식민 연구 등과 같은 분야에 끼친 어마어마한 영향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린비. 1천72쪽. 4만8천원.

연합뉴스


▲ 감각의 역사 = 진중권 지음.

미학자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철학의 변방으로 밀려난 '감각'의 역사를 다뤘다.

저자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에게는 "보는 것이 곧 참"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감각론'이 없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다 엠페도클레스가 처음으로 감각론을 제시했고, 소크라테스 등장 이후 다양한 감각 이론이 등장했다고 강조한다. 고대 감각론은 철학·자연학적 전통, 광학·기하학적 전통, 의학·해부학적 전통이라는 세 가지 뿌리에서 뻗어 나왔다.

그는 중세에 중단된 고대 감각론 전통을 아랍 학자들이 되살렸으나, 근대 철학자 데카르트는 철학에서 감각을 배제해 버렸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근대 서구철학은 데카르트 형이상학 위에 서 있으나, 데카르트주의를 바꾸려는 시도도 있었다"며 수정 방식으로 감각 지각 구제 모색과 이성주의 토대 거부가 있었다고 논한다.

감각학 3부작 첫 권으로 '감각의 미술사', '감각의 사회학'도 펴낼 계획이다.

창비. 524쪽. 2만5천원.

연합뉴스


▲ 도둑맞은 손 = 장 피에르 보 지음. 김현경 옮김.

누군가가 타인의 잘린 손가락을 버렸다면 유죄일까, 무죄일까.

법 역사를 연구하는 저자는 이 질문에 '무죄'라고 답하고 그 이유로 "프랑스 법이 몸을 곧 인격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법이 지상 존재들을 사람과 사물로 나눈다면서 "사람의 몸은 전체성 속에서 인격과 동일시되므로 몸에서 분리된 신체 부분은 불가피하게 물건이 된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이 같은 상황을 바꾸려면 인간에게 자기 몸의 소유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몸을 물건으로 보자는 것이다. 다만 몸을 상품으로 전락시키지는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물·햇볕·식량·환경 조건 등과의 관계 속에 몸을 놓자고 제안한다.

이음. 364쪽. 1만8천원.

연합뉴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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