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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고유정 전 남편 살해 사건

“피에 이름 쓰여 있나”… 증거 부인한 고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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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남편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이 2일 오후 두 번째 재판을 받기 위해 제주지법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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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담요에서는 졸피뎀이 나왔지만 피고인의 혈흔도 나왔다. 피에는 이름이 쓰여 있지 않으니, 누구의 피에서 졸피뎀이 나왔는지 알 수가 없다. 이를 입증할 감정결과가 없다.”(고유정 측 변호사의 변론)

‘제주 전 남편 살해사건’ 발생 101일째인 2일 오후 제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진행된 고유정(36)에 대한 두 번째 공판에서는 검찰이 고유정(36)의 계획적인 범행 증거로 제출한 졸피뎀과 혈흔 감정결과를 놓고 변호인과 검찰간에 공방이 오갔다.

검찰은 경찰 수사과정에서 고씨의 차량에서 확보한 이불에서 검출된 혈흔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결과를 증거로 제출했다. 검찰은 이와 별도로 고씨의 차량 내에서 압수한 붉은색 담요에 대해 대검찰청이 감정을 실시한 결과 피해자의 혈흔과 졸피뎀이 확인됐다는 내용의 감정결과도 제출했다.

하지만 고씨 측은 검찰이 제출한 국과수의 졸피뎀 감정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변호인은 국과수에서 확보한 혈흔 속 유전자(DNA)와 졸피뎀이 나온 혈흔과의 동일성이 명백히 입증하는 감정결과가 증거 제출 자료에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고씨측은 대검의 감정 결과에 대해서는 증거로 인정했다. 변호인은 대검의 감정을 통해 추가로 확보한 혈흔 중 피해자 유전자가 확인된 혈흔에서 졸피뎀이 검출되지 않은 점을 강조했다. 이는 피해자가 졸피뎀을 먹지 않았다는 증거가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변호인은 이날 “국과수와 대검 감정 결과 피고인의 차량에서 나온 이불과 무릎담요에서 혈흔이 나와 졸피뎀이 검출됐다고 검찰이 주장하지만, 졸피뎀이 검출된 혈흔에서 피해자의 유전자가 검출됐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감정결과 없다”며 “또한 붉은색 담요에서는 피고인의 혈흔도 함께 나왔기 때문에 졸피뎀이 피해자의 혈흔에서 나온 것인지 피고인의 혈흔에서 나온 것인지 특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고씨 측이 국과수와 대검의 감정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며, 고씨 측의 주장을 일축했다.

검찰은 이날 “혈흔 중에서도 다량의 혈흔에서만 졸피뎀이 검출됐다. 모든 혈흔에서 졸피뎀이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피해자가 졸피뎀 먹지 않았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며 “국과수 감정관 2명과 대검 감정관 1명을 증인으로 불러 감정결과를 명확하게 확인하겠다”고 맞섰다.

이날 고씨측은 재판부에 범행이 발생한 제주시 조천읍 모 펜션에 대한 현장검증까지 요청했다. 현장에서 피고인과 피해자의 동선, 혈흔 비산 흔적 등을 통해 그동안 주장했던 우발적인 범행임을 입증하겠다는 취지다.

고씨 측은 현 남편의 전 처의 가족에 대한 증인심문도 요청했다. 현 남편의 참고인 진술서 내용에 대한 신빙성을 따지겠다는 이유에서다.

변호인은 “현 남편이 전 처의 사망 이유에 대해 피고인에게 거짓말을 한 사실이 있고, 최근 상습적인 폭행에 대해 피고인이 고소한 사실이 있다”며 “현 남편이 지속적으로 언론을 통해 거짓사실을 많이 이야기하면서 부당한 의혹들이 커지고 있다. 현 남편이 진술서가 신빙성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겠다”고 증인 신청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모든 진술을 거부하다 이제 와서 현장검증을 요청하는 것은 사후적으로 진술을 짜맞추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장검증을 하려면 먼저 범행에 대해 소명하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또 현 남편 전 처의 가족에 대한 증인심문에 대해서도 이번 공소사실과 전혀 관련이 없는 증인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현 남편 전 처의 가족 증인신청과 현장검증에 대해서는 필요성을 검토한 뒤 추후에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연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출석한 고씨는 1차 공판 때와 같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왼쪽 머리카락을 늘어뜨려 얼굴을 가렸지만, 때때로 방청석에서는 얼굴이 보이지 않게 몸을 돌린 후 재판과정을 지켜보기도 했다.

법정을 가득 채운 방청객들 중 일부는 재판이 끝나고 고씨가 법정을 빠져나가려하자 ‘고유정 솔직해져라’, ‘뻔뻔하다’, ‘사형시켜라’ 등의 고성을 질렀다. 또 교정당국이 이날 호송차량 주변에 대한 경비를 강화해 첫 재판 때와 같이 고씨의 머리채가 잡히는 등의 소동은 벌어지지 않았다.

고씨의 다음 재판은 9월 16일 오후 2시30분 열린다. 이날 3차 공판에서는 국과수 감정관 등이 증인으로 참석해 논란이 되고 있는 졸피뎀과 혈흔 감정 결과에 대해 증언할 예정이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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