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1.09 (목)

이슈 자율형 사립고와 교육계

자사고 ‘미생’… 중3은 입시 ‘대혼란’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법원, 지정취소 10곳 효력정지 / 소송 결론 전까지 신입생 모집 / 후기 동시선발 일반고 등 두고 / 학생·학부모들 눈치싸움 불가피 / 오락가락 교육정책에 불만 높아

세계일보

지난 6월20일 전북교육청 기자회견장. 전북교육청의 상산고 재지정 평가 결과를 듣기 위해 기자들이 몰렸다. 전북교육청은 이날 상산고가 기준 점수(80점)에 미달하는 79.61점을 받았다며 지정 취소 결정을 내렸다. 이때부터 시작된 자사고 파문이 지난주 두 달여 만에 일단락됐다.

부산 해운대고와 안산 동산고에 이어 서울지역 자율형사립고(자사고) 8곳에 대한 지정취소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신청도 법원이 받아들였다.

이로써 올해 지정취소 처분을 받은 전국 자사고 10곳 모두가 잠정적으로 자사고 지위를 유지, 올해 고입에서도 자사고 전형으로 내년도 신입생을 뽑을 수 있게 된다.

세계일보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중동고등학교에서 자율형사립고등학교 교장ㆍ학부모 연합회가 향후 입학전형 진행계획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차도살인’(借刀殺人·남의 칼을 빌려 사람을 죽인다)이니 기사회생이니 떠들썩했지만 결론은 원점이다. 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린 채 고교 입시는 예년대로 치른다. 중3 학생과 학부모들은 황당하기만 할 뿐이다. 더욱이 자사고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해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혼란은 더 커졌다. 오락가락하는 교육정책에 대한 불만이 들끓고 있다.

1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지난주 경희고·배재고·세화고·숭문고·신일고·이대부고·중앙고·한대부고가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앞서 부산지법과 수원지법도 각각 부산 해운대고와 안산 동산고의 신청을 받아들였다.

세계일보

가처분 신청이 인용됨에 따라 이들 학교는 본안소송 결론이 나기 전까지는 자사고 전형으로 신입생을 모집할 수 있게 됐다. 자사고들은 후기고등학교 신입생 선발을 위한 입시요강 관련 서류를 5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본안 소송인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 취소 소송의 결과에 따라 자사고 지위를 잃을 수도 있지만 본안 소송의 경우 통상적으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약 3년이 소요돼 올해 중3 학생이 졸업할 때까진 자사고 지위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고입을 준비하는 중3 학생 입장에서는 혼란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영재학교와 과학고, 전국형 자사고 등으로 일찌감치 방향을 잡은 최상위권을 제외하고는 후기에 동시선발하는 일반고와 자사고, 외고 등을 두고 눈치싸움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각종 고교 입시 카페에는 이번 조치에 따른 유불리를 해석하는 분석 글이 쏟아지고 있다. 입시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세계일보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평가팀장은 “일부를 제외하면 이미 미달이 나올 정도로 자사고 선호도는 떨어지는 추세”라며 “이번 법원의 판단으로 자사고에 대한 선호도가 대폭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12일 마감한 2019학년도 서울지역 자사고 정원 내 일반전형 경쟁률을 보면 이번 재지정평가 결과 지정취소 된 8개 자사고의 평균 경쟁률은 1.15대 1이었다. 이 중 3개교는 모집정원보다 지원자가 적었다.

반면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최근 상황을 보면 지역 내 명문 일반고 경쟁률이 더 치열한데 이번 재지정 논란이 된 8개 자사고 모두 학군 내에서는 최상위권 수준에 소재하는 학교들”이라며 “이런 점을 감안하면 재지정에서 탈락한 학교일지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선호도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임 대표는 “일반 학교에 진학해서 그 학교 전체 학생 중 4% 이내 진입 안정권에 들어간다고 확실시된다면 일반고에서 최상위권을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면서 “그렇지 않다면 수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을 잘 대비해줄 수 있는 학교 선택이 안정적”이라고 조언했다.

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