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이 쓴 신간 '미래는 오지 않는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새로운 천년을 앞둔 1990년대에 Y2K 신드롬이 불었다. 1999년 12월 31일에서 2000년 1월 1일이 되는 순간, 각종 컴퓨터가 오작동할지 모른다는 예측으로 불안감이 팽배했다.
당시 우려는 기우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다만 그 이유가 예언을 접한 프로그래머들이 철저하게 준비한 덕분인지, 아니면 오류 가능성 자체가 작았던 것인지는 단정할 수 없다.
이처럼 미래 예측은 틀릴 때가 적지 않다. 필립 테틀록이라는 심리학자가 전문가 284명을 대상으로 미래를 묻는 실험을 했는데, 침팬지가 다트를 던져 얻은 답보다 적중률이 낮았다는 일화도 전한다.
신간 '미래는 오지 않는다'는 과학사 연구자인 전치형 카이스트 교수와 홍성욱 서울대 교수가 '과학기술과 미래사회'라는 주제로 한 공동 강연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미래 예측에는 보통 과학기술이 동원된다. 일례가 기후변화에 대한 전망이다. 보통은 데이터를 토대로 시뮬레이션 실험을 한 결과가 공개된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여전히 태양 에너지, 먼지, 스모그 변동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다. 당장 다음날 날씨만 해도 예보가 어긋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저자들은 이처럼 다양한 사례를 들어 미래 예측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논한다. 사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에 누구도 알지 못한다.
이와 관련해 저자들은 "예언은 사후 검증을 통해 사회적 의미와 영향력을 얻는 것이 아니라 당장 검증할 수 없기 때문에 위력을 발휘한다"며 "누가 어떤 관점에서 해석하느냐에 따라 맞고 틀림의 범위도 크게 달라진다"고 비판한다.
결론적으로 미래를 예측하려는 시도는 단지 미래만이 아니라 현재를 대상으로 하는 학술적·상업적·정치적 행위라는 것이 저자들 생각이다.
이들은 "미래에 대한 예측은 중립적이지 않다"면서 "복잡다단한 오늘날의 현실과 유리되지 않은 미래상, 더 인간적인 얼굴을 가진 미래상을 내놓도록 요구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미래 예측을 폭넓은 사회적 논쟁의 영역으로 옮겨 올 수 있다"고 조언한다.
문학과지성사. 308쪽. 1만5천원.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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